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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건 Nov 12. 2017

13. 팝업 레스토랑 (2)

 수강신청시기에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신설된 창업과 관련된 교양수업을 시간표에 넣었다. 해당 강의는 기술 창업이나 아이디어 창업이 지원과 각광받는 시기지만 창업하기 쉬운 요식업과 가공업에 치중이 많이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도움이 됐다. 그리고 창업 동아리를 운영함에 있어서 동아리 지도 교수가 필요했는데, 이 과목의 교수님께서 흔쾌히 맡아주셨다.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평소 대회도 많이 나가고 요리에 열정이 있던 동기에게 팝업 레스토랑을 설명했다. 그 동기는 팝업 레스토랑에 대해 알고 있었고, 내가 준비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관심 있게 반응했다. 바빠서 주 측이 돼서 준비하지는 못하지만, 필요한 인력이 되어줄 수는 있다고 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인력은 쉽게 구할 수 있어 보였다.
 
 다만 보수는 줄 수 없었고, 오히려 회비(?)라는 개념으로 인당 2만 원을 받아 준비금에 사용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값진 경험이라 생각하고 함께해주겠다는 이 사람들이 고마웠다.


 아마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갈 곳이 장소에 대한 것인데, 해결이 되지 않아서 자금을 확보해야 했다. 창업 강의 교수님이자 동아리 지도교수님께 의견을 구했다. 창업 강의 시간에 배운 창업계획서를 깔끔하게 작성해서 학교에 제출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학교의 입장으로 작성된 것을 확인은 해준다고 하셨다. 팝업 레스토랑 현장에 서 내가 우리 대학 학생임을 알려주는 현수막도 개시하고 원서접수 기간과 맞물리는 것을 감안해서 학교 홍보용 테이블 텐트도 준비하겠다고 어필하여, 금전적으로는 학교의 도움을 받아보려고 생각했다.


 애초에 장소는 무조건 서울이라고 생각했지만, 임대료나 일 매출이 높게 나와서 공간 대여나, 영업 중인 매장을 돈을 내고 하루를 빌리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광역시로 장소를 바꾸고 발품을 판 끝에, 초가집과 비슷한 풍경을 인테리어로 한 매장에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장소에 대한 홍보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어필하고, 사정을 해서 저녁 매출의 60% 정도로 4시부터 공간을 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날짜가 확정이 나면 최소 2주 전에 연락을 드리기로 하고 웃으면서 나왔다. 


 기존에 생각해보고 만들어 봤었던 퓨전 한식 위주의 파인 다이닝 메뉴를 정리했고, 주말마다 실험을 하고 있었다. 가령, 얼렸다 해동한 두부의 식감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자금이 준비되고 장소를 확정 지으면 그때부터 함께 일할 사람들에게 공유하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창업계획서를 확인하신 교수님께서는 맘에 들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취지나 경험을 생각해서 받아들여 줄 수도 있겠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가서 이야기할 것들을 정리한 후에 심호흡을 하고 학생지원센터로 갔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자, 지원처로 가라고 했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던 찰나에, 내가 출력한 계획서를 보고는 이건 가져갈 필요도 없다고 커트를 당했다. 총학생회 같은 학교 기관에서 올라온 건도 아닌데 들여다 봐주지도 않을 것이라 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아주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 말을 듣고 그대로 좌절하고 말았다. 혹시 모르니 지원처로 가봤어야 했는데 말이다.

 팝업 레스토랑을 열 수 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지만, 준비하는 동안의 기간을 뒤돌아보면 즐겁고 가슴 뛰는 시간들이었다. 아마, 실제로 하게 됐다면 배가 되었을 것이다.

 나만큼 열정을 갖고 덤벼든 사람이 한 명만 더 있었어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아직도 생각한다. 대학교 4년 동안 제일 잘한 일이 팝업 레스토랑을 계획한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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