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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건 Nov 12. 2017

14. 메뉴 개발 공모전

 메뉴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역량을 준비해야 하는지 사전에 알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메뉴 개발과 관련된 콘텐츠를 최대한 찾아보는 것뿐이었다. 검색 중에 ebs가 과거에 촬영한 메뉴 개발가의 일상과 같은 다큐가 있어서 결제를 하고 시청했을 뿐이다. 채용은 어떻게 되는 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서 나에게 맞는 메뉴 개발 공모전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카페베네의 제 2 브랜드인 레스토랑 블랙스미스가 맛있는 아이디어 공모전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 메뉴 제안 그리고 서비스 등에 대해서 공모전을 하고 있었다. 블랙스미스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던 나는 바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요리 대회의 경우 요리만 만들어 내면 끝이지만, 메뉴 개발 공모전은 틀이 있었다.


이러이러한 추세에 맞춰서 이러이러한 효능이 있고 이러이러한 느낌의 이 메뉴를 이런 이유에서 제안합니다. 이런 식의 대내외적 상황 분석과 새 메뉴와 기존 메뉴나 브랜드의 느낌과 조화도 고려해야 하고 기대효과와 식재료 코스트, 심지어 새 메뉴 마케팅 방안까지도 제시해 줘야 한다. 물론 이 메뉴가 채택돼서 실제 메뉴로 편성된다고 해도 이 마케팅 방안이 활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나보다는 상경계 전공의 학생들이 이런 정보에 더 익숙할 것이라는 생각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진행할 팀원을 구했다.

 2학년 5월 중순에 글을 올려서 5월 마지막 주쯤에 첫 미팅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네이버에 비공개 카페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했다. 메뉴 촬영과 과정 샷등은 6월 초에 끝이 났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타 지역으로 아르바이트를 가는 바람에 진행 과정에 대해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카페를 통해서 진행도를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내 분야가 끝이 났지만, 내가 하자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갖고 정보를 모아 글을 올렸다.

당시 기획하던 메뉴의 초기 형태

 재료는 흑마늘로 잡았고 절인 흑마늘을 갈아서 만든 소스로 만든 요리를 3가지 제안했다. 흑마늘의 색이 기존의 블랙스미스의 컬러감과도 멀지 않았고 그들이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메뉴 구상(이태리식에 전통 한식의 요소 추가)과도 맞게 떨어졌다. 마늘의 유통과 흑마늘 제조과정에서 식재료 코스트를 줄일 방법도 제시했고, 대략적인 식자재 원가도 계산했다. 그리고 매장에서 만들게 됐을 때, 누구나 보면 만들 수 있는 수준의 표준 조리법도 적었다.

 이 모든 것들은 팀원들에 의해서 PT자료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팀원들은 그 밖에도 마케팅 프로모션과 사전 시장분석들에 대해서도 내가 만족할 만큼 해줬다.


 하지만 결과가 뒷받침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하드에 고이 저장해 놨다.

 타지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못써서 그런 것일까? 사실 공모전 자체가 처음이라서 팀원이 손볼 곳 없냐고 물어봤을 때도 어떤 부분을 더 손 봐야 할지 잘 몰랐다.

 팀원들은 공모전 수상경력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PT나 분석보다 내가 제안한 메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수동적인 요리사가 되지 않고 적극적이며 나아가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메뉴 개발과 마케팅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들은 내용으로는 호텔이나 리조트의 조리사들이 진급을 할 때 진급시험으로 메뉴 개발 대회 같은 것을 한다고 들었다.

 1년 차 때부터 여러 가지 사항을 다 신경 쓸 수는 없지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분명, 지금 하고 있는 요리에 대해서 뿐 아니라 새로운 것들을 학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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