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과 리조트에 면접을 다니면서도 메뉴 개발업무를 할 수 있는 직장에 대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유가 되는 시간에는 거의 취업정보 사이트를 들여다봤고, 오래전에 올라온 채용공고도 찾아봤다. 그러다가 '메뉴 개발자(R&D) 채용'이라는 한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양식에 맞게 이력서를 작성해서 세 차례 꼼꼼히 확인한 후에 보냈다. 일주일 뒤에 전화로 연락이 왔다.
"서류전형에 합격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면접 일정을 잡으려고 하는데 다음 주 월요일 괜찮으세요?"
"네, 시간은 몇 시에 가면 될까요?"
솔직히,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몇 건의 메뉴 개발자 채용 공고가 있었지만 대체로 경력직이었고, 이력서를 넣은 한 두 곳 넣어 봤었기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급여가 얼마인지, 복지가 잘 되어 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라면, 젊을 때 고생 사서 하자고 생각했다.
잘 입지 않던 정장을 오랜만에 꺼내 새로 다려 입고 고속버스를 타고 면접을 보러 갔다. 생각보다 회사 사무실이 작아서 놀랐지만, 일하게 될 것을 상상하니 설렜다. 결론적으로 면접은 나 스스로가 잘 봤다고 느낄 만큼 보고 나왔다. 나에 대해서 어필할 수 있는 점을 다 어필했고, 이 직군에 대한 나의 열정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어떤 언지나 힌트도 없었지만, 합격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면접에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다. 입사 서류를 내고 간단한 면담을 하기 위해서 다시 회사로 갔다. 회사에는 등본과 통장사본을 냈고, 학교에 취업계를 내야 했기 때문에 취업증명서를 받았다. 그리고 회사 대표님과 면담을 했다.
메뉴 개발을 하려면 브랜드에 대해서 알아야 하니까 한 달 동안은 매장 근무를 하게 될 것이다, 네 사수가 될 사람은 채용하고 있다, 보름 뒤에 사무실을 옮기는 데 가스가 사용이 가능한 건물로 가게 되니까 메뉴 테스트도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여러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연봉과 근로시간 복지에 대해서 듣고, 나 역시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에 회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사서 고생을 하기 위해서 회사에서 차로 15분쯤 되는 거리에 원룸을 하나 구했다. 그렇게 나의 첫 직장이 잡혔고, 그 생활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