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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건 Dec 01. 2017

16. 누구에게나 첫 직장은 중요하다. 아주! (2)

첫 직장의 지배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의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첫 출근을 했다. 그리고 그 보다  계절 앞서부터 리조트 호텔을,  다섯 곳에 면접을 갔었다. 그리고 그 중  곳에서 합격 통보 받았었.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는 것과는 달리 전형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다. 특히, 호텔은 산을 오르는 것 같았다. 서류에 합격하고 면접을 두 단계에 거쳐 치르고 건강검진을 받아야 비로소 최종 합격이었다. 취업준비에 시간이 든 만큼, 합격은 값 것이었지만 호텔이나 리조트나, 마냥 기분 좋게 바로 입사를 결정할  없었다. 


 선배들이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노예라 말 정도로 급여 수준이 노동강도에 비해 낮았다.

 리조트는 그나마 대부분 기숙사가 주어졌지만, 호텔의 경우는 달랐다. 나 내 생각하는 최저 희망연봉을 만들어 놓았지만 택도 없었다. 그래서 급여에 대해 듣게 됐을 때는 이유를 모르고 뺨을 맞은 것 같이 멍했다.

 업계의 급여 수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설정한 최저 희망연봉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지는 않았지만, 꿈을 버리고 가는 길이니  정도는 받아야 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취업에 성공했지만, 다시 '취준생'인 마냥 세 곳을 비교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야 좋을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을까?


 이 선택의 시기에 사실 리조트의 선택과는 상관없는 다른 두 갈래 길에 놓여 있었다.  두 길의 뒤는 세월과 시간이라는 것들이 막고 있어서 돌아가는 것이나 중간에 다른 길로 바꾸는 것은 힘들었다.


 동기들이 이해하기 힘들었을 배부른 걱정이자 선택이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호텔이든 프랜차이즈 식당이든 조리사로 시작하면 조리사만 하다가 끝내 조리사 마침표를 찍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실습에서 만났던 직원 선배들이나 인터넷은 경력 있는 주방장들이 메뉴 개발자로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이야기를 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찾았던 정보들에 의하면 메뉴 개발 현직자들은 조리사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방장이 될 정도로, 조리사로 시간을 보내기 전에 그만두게 되고 내 커리어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는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지고 취미가 직업이되기도 하며, 평생에 직업이 몇 번이 바뀔 수도 있다는 기조가 있기는 하다. 오히려 직종에 따라서는 같은 직종으로의 이직이지만 이직 자체가 잦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첫 직장이란 것은 아주 중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여태 해온 게 이건데, 내가 뭘 하겠어?"

이 말은 마음가짐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첫 직장을 잡아서 실무에서 배운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직장을 구하기 전에 대학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배웠던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조리라는 전공뿐만 아니라 나의 짧은 인생 동안 만나,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첫 직장을 갖고 난 후에 본인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을 다 털어내고 새롭게 집어 넣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새롭게 집어넣은 지식과 기술 덕분에 다음 직장을 선택할 때, 전 직장의 직종에게 통제 아닌 통제 당다.

 

 처음 잡은 직장의 직종에 따라 다음 직장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첫 직장을 잘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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