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지그재그 서행 중
전략적 고독 / 선택적 고독
전략적 혹은 선택적 고독. 세상은 저 거룩하기 그지없는, 형형색색 ‘고독’의 집합체가 아닐까. 현실은 수수방관자다. 극한의 불안과 공포를 툭툭 던지며 자주 악몽을 끌어들이는. 인간이 점차 냉혈동물이 되어간 건 그로 인한 방어기제가 아닐는지. 그렇게 둘이 되어야 비로소 ‘人’ 일 수 있는 관계란 것도 일찍이 좌초되고 만다.
인간과 비단뱀
자유를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한때 무형의 자산이 되기도 했다. 독일 68 혁명의 군불로 번진 프랑스 68 혁명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성과 인종 해방, 평등, 인권주의 등 자유민주적 세계로의 도약을 열망했다. 물론 본서의 쿠쟁이 거주하던 파리 대도시에서도.
혁명은 뻔드르르한 기치 하에 난도질당한 후, 여러 형태의 왜곡된 자유와 일시계약을 맺는다. 그러곤 곧바로 잊힌다. 아이러니한 건 매춘과 오염, 가면군단의 창궐. 비단뱀(그로칼랭)이 투명 로맹 가리로 돌변하는 순간 돈이 인간의 가치를 환산하고, 사랑조차 무용한 휴지쪼가리가 되는 세상.
현실은 지나치게 일방적이었다. 그럴수록 인간은 개인에 함몰되기 마련. 이 시기를 통과하는 소수에게 비단뱀의 열렬한 포옹은 재즈와 같은 편안함일 수도 있겠다. 다만, 어느 상황에든 비극이 난입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로맹 가리 / 에밀 아자르
본래 불완전한 인간에게 완전 변이란 쉽지 않다. 로맹 가리는 무명작가 에밀 아자르란 필명으로 <그로칼랭>을 출간해 성공했고,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자살은 고독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기대와 변신의 실패가 아니었을까.
로맹 가리는 <하늘의 뿌리> 이후 19년 만에 <자기 앞의 생>으로 두 번째 공쿠르 상을 수상하지만, 그 상은 그의 조카가 에밀 아자르 대역으로 받았다.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가 동일인인 건 그의 사후 밝혀졌다.
작품 구조와 감상
‘1’에 다가가려는 ‘0’의 갈구를 온몸으로 증거하는 인간 쿠쟁. 그는 비단뱀(그로칼랭)을 기른다. 자신을 꼭 껴안아주는 뱀이나, 주둥이로 손바닥을 콕콕 찌르는 생쥐는 사실 자신의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정신분열은 애완동물이 아니다. 인정사정없이 그저 돌진. 이에 무기력했던 쿠쟁.
뱀을 키우는 쿠쟁을 조롱하는 주변 인물과의 대화엔 희극적이고 풍자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쿠쟁의 기상천외한 언변과 행보를 보자면 혼란스럽지만 가독력은 좋다. 그럼에도 생각만큼 펼칠 말도 못 찾겠다. 어쩌면 좋을지 난감한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일반적이지 않은 차원에서 이해하려 무지 애썼다.
내 삶도 여전히
지그재그 서행 중이기에.
“존재가 희미해질수록 더욱 잉여가 되어버린다”(267쪽).
“삶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진지한 문제가 된다”(93쪽).
“자기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할 때, 명료한 의식이 대승리를 거두게 마련이다”(212쪽).
단상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