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tOh Jul 03. 2016

통찰은 방법이 아니라 태도에 달려있다

Book Review : [1등의 통찰]

1. 어제까지 웃으며 안아주던 여자친구가 오늘 날 죽어라 잡들이한다.

2. 회식자리(노래방)에서 분명히 보스랑 어깨동무하고 재밌게 놀았는데 아침부터 장표에 붙인 그림 때문에 대판 깨지고 있다.

3. 객관적인 정보로만 장표를 구성해서 결론까지 깔끔하게 끝냈는데 보고해보니 보스가 "그게 다야?"라고 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요? 일반적으로 우린 저 원인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1. 사실 여자친구는 어제 제정신이 아니었나보다. 또는 어제 여자친구가 오늘 여자친구가 아닌가보다.(이건 좀 위험합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2. 어제 어깨동무 한게 기분 나빴다.(보스가 키가 작다. 그리고 이 정도로 깨질 사안이 아니므로)

3. 그게 다가 아닌건가(=추가해야 할 내용이 있다.)


그런데, 조금 들여다 보면 사실 이게 진짜 이유일 수도 있겠죠.


1. 바쁜 아침 체크하지 못한 페북 댓글이 굉장히 위험한(여러가지 의미로) 글이다.

2. 그 그림이 보스가 그 보스에게 보고하려고 생각해 둔 결론이었다.

3. 원하는 건 단순한 현상 대응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싶었다. 해결책보다 원인분석이 더 중요했던 문제.


운이 안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용의주도하게, 좀 더 진지하고 폭넓게 현상에 접근하는 태도는 어디에서든 필요합니다.





로지컬 씽킹은 합리적인 프레임에 의해 논리적으로 현상을 쪼개어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2001년 출간된 이 책은 기획자 혹은 직장인이라면 한 권씩은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하죠.

MECE, So what, Why so,...프레임 속 트리와 플로우에 따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생각 정리법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많은 기획자들이 처음 접하는 프로젝트나 이슈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정리까지는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요즘처럼 세분화되고 불명확한 환경에서 그 흐름을 파악하고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스냅샷이 아닌, 추세와 인과관계를 분석하고 과거의 흐름으로부터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하는 일, 기존의 프레임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 특별한 관점, 그 관점을 얻어 남들이 얘기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는 이슈를 해결하는 혜안. 우린 이런 역량을 두고 이렇게 표현합니다.


통찰력.


그리고 그 행동의 대상은, 현상이 아니라 아래의 것을 향합니다.


본질.


[1등의 통찰]은 사실 이러한 조금 정성적인 노력과 역량을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저자의 경험을 살려 [구조(Model)]와 [인과(dynamism)]를 조합하여 [본질]을 살피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본질"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문제나 현상을 만드는 진짜 원인


진짜 원인, 그러니까 본질은 일반적인 프레임에서 객관화 하기 어려운, 표면적인 현상에서 발견할 수 없는 원인을 의미합니다.


매출하락의 원인이 고객 감소와 객단가 하락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결책으로 고객 증대(그 흔한 UV증대용 광고 확대)와 고단가 제품 최저가 경쟁을 통한(흔한 가전 프로모션) 판매 활성화를 제시하게 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객이 감소하고 객단가가 하락하는 원인을 한 번 더 꿰뚫어줘야 하는거죠. 예를 들어, 고객이 감소하는 원인이 서비스 불만이나 쇼핑 비수기(여행이 잦은 휴가철 등)라면, 서비스 개선 혹은 비수기 대책을 세우는게 맞습니다.


매출하락 원인이 아니라, 고객이 감소하고 객단가가 하락하는 원인, 즉 "매출하락 원인의 본질"을 꿰뚫어야 하는 것. 이것이 이 책에서 얘기하는 [통찰력 사고]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얘기해놓고 "시스템 다이내믹스"라는 프로세스를 소개함으로써, 이 책은 독자를 좀 더 깊은 시야를 가진 또 하나의 프레임에 가둬두는 느낌입니다. 사실 통찰력을 가진다 함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모델링을 하고 다이내미즘을 찾아낼 줄만 안다고 가질 수 있는 역량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통찰력은 사물이나 현상에 접근하는 "방법"이 아니라 "태도"에 달려있다고 봐야 맞습니다.


통찰력은 굉장히 입체적인 사고 역량으로, 본질을 꿰뚫기 위한 수많은 가설과 검증이 동반되며 점차 초점을 맞춰 가는 단계라고 봐야 합니다.  내 관점이 아니라 "현상 그 자체"의 관점, 그 "당사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거죠. 객체 지향적이며, 상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명확하지 않은 곳에서 출발하기 일쑤입니다. 흔히 요즘 얘기하는 디자인씽킹과 유사한 역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찰"이라고 하니 디자인씽킹에서 "솔루션 제시"를 제외한 정도를 통찰력으로 얘기할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날카로운 통찰력은 자연스럽게 결론과 해결책으로 이어지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결국 디자인씽킹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결국 굉장히 기술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이 책이 매우 어렵게 느껴지시겠지만, 초반의 "본질"에 대한 정의와 "통찰을 방해하는 생각 습관"에 대해 공감하는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네요. 일반론을 피해야 하며, 생각하는 목적을 잃어버리는 습관 등 평소 기획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피해야 할 치명적 실수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기도 하니 분명 도움이 되는 대목은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이 책에 얽매이지 않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통찰력은 평소 숫자나 문자만을 외워가며 멋진 방법론으로 정리해나가는 "기술"이 아니라, 한 발 물러나 좀 더 깊은 사고로 종합적인 견해를 제시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고, 더 나아지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계속 정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거라고 봅니다.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론 또한 프레임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매일 알고도 당하는 바보같은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