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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Oh Dec 30. 2016

[디바이스 리뷰]맥북프로 2016 터치바

터치할 운명이었다

인터넷 브라우징 5분만에 배터리 3%가 감소하였다.

소문은 장난이 아니다.

컨슈머리포트의 말은 진리. 이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 불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배터리 수명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 웹서핑과 사진 편집 과정에서는 금방 닳다가도, 타이핑을 하는 과정에서는 그만큼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 부분을 제외한다면, 역시나 이번 맥북 프로의 혁신은 확실히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터치바, 터치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이번 맥북프로의 터치바를 통한 혁신 이야기는 이제는 새롭지가 않다.

다만, 왜 터치바를 만들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운용 앱, 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터치바

터치바의 매력은 UI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변하지 않은 12개의 펑션키는, 조금 비틀어보자면 12가지 이상의 기능을 넣을 수가 없고, 키보드의 사이즈가 정해져있어 자유로운 액션에 제약이 있다.

그간 맥북에서는 화면밝기, 런치패드, 키보드밝기, 볼륨 조절 정도 수준에서 머무는데, 런치패드나 데스크탑은 트랙패드 위에서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 전통적인 기능의 답습이 유지되어 오면서, 이만큼 미디어의 영향이 강하고 사용자 중심인 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수순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점에서 뮤직앱을 열 때, 사진 앱을 열 때, 편집할 때 상황에 따라 UI가 달라지는 부분은 터치바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내가 랩탑을 사용하는 상황, Context에 따라 적합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사용자와 호흡을 맞춰가는 것 같다는 점에서 매우 감동적이다.


사진앱을 열었을 때 나오는 화면. 보여줄 수 있는게 심플한 그래픽만이 아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 놀라운 순간.


실제로 터치바 위에서 사진을 눌러 좌우로 드래그하면, 사진이 넘어간다. 이미 이 노트북을 리뷰한 사람이면 몰라도, 처음 기기를 접하는 입장에서는, 그저 터치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마치 굉장히 스마트한 서브디스플레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 터치 ID, 의외의 1승


맥북을 몇년간 써온 내게 가장 큰 불만은 패스워드 입력이었다. 대문자와 소문자를 섞어쓰고 숫자를 섞고...비번은 어렵게 설정하면서 잠금설정을 하면 들어갈 때마다 고역이다. 오타 내고 한참 쳐다보고, 맥북이 절레절레 하면 한숨 쉬면서 다시 입력하고...써드파티앱에서는 아이폰의 터치ID와 연동되어 락해제가 되는 앱도 있긴 하지만, 안정성이 떨어지는데다 역시나 써드파티앱의 불안감을 지우기가 어렵다.


맥북을 열 때마다 감동으로 다가오는 터치ID 겸 전원키인데, 사실 전원은 맥북을 열면 화면이 켜지므로 아이폰처럼 쓰면 된다.


맥북의 터치ID는 이런 점에서 굉장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사실 터치바보다 기존 사용자였던 날 감동시킨 것은 이 부분인데, 마치 내 불만을 듣기라도 한 듯이 기능을 추가해놓은 애플이 고맙기만 하다. 지문은 3개까지 입력 가능하다.


맥북을 열면 지문만 인식시키고, 열어둔 상태에서 화면이 꺼지면 아이폰처럼 버튼을 누르면 지문이 동시에 인식되어 열리니, 딱히 전원버튼을 누를 이유가 없다는 점 또한 새롭다.


3. USB-C 타입은 여전히 불안


새로운 맥북 프로에는 USB-C 타입 포트가 네 개 있다.

어디에 꽂아도 충전이 된다는 새로운 장난질을 깨달은 후, 내 아이가 태어날 때 손가락 다섯개 발가락 다섯개...하고 살펴보듯이 이어폰 포트도 찾아본다. 있다.


사실 난 USB-C 타입에 대해서는 큰 불만은 없다. 호환성이 문제인데, 모바일리티에 좀 더 가까운 성향인 나는 12인치 뉴맥북을 사용했을 때에도 HDMI와 메모리를 끼울 젠더를 갖고 다녔고, 그 외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 다만 집에서 시스템을 갖추고 사용하는 분들에게는 불만일 수도 있겠다. 모든 것은 액세서리가 동반되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파괴적이고 기존 사용자를 들볶는 혁신이라고 보기엔, USB-C는 이젠 일정 수준 표준화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USB-C 타입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기존의 맥세이프를 사용하던 분들께서 발에 걸릴 위험, 자석으로 찰칵 붙는 가벼운 사용성에서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은 있겠다.



사실 이번에 맥북 프로를 경험하면서, 가장 서운했던 점은 상판의 로고에서 더이상 빛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내 12인치 맥북과도 똑같은 디자인에 이게 무슨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 따라가나 패밀리룩도 아니고 왜들 그러시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보이는, 곳곳에 숨겨진 적절한 혁신들은 서운함을 덮을 수 있는 수준의 놀라움을 보여주었고, 화면 우상단 멀리 있다가 터치바 위로 다가온 시리를 보면서 이들의 UI 디자인에서 읽혀지는 논리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 정도는 확실히 다가온 느낌이다.


배터리 이슈로 생각보다 많은 타격을 입었지만, 절반의 성공일지라도 전작 대비 확연히 달라진 모습과 혁신적인 기능들이 함께 묻혀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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