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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Oh Jun 15. 2016

매일 알고도 당하는 바보같은 일상

Book Review :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흠 오늘은 스토리가 상당히 럭비공같이 튀어다닐 듯 하군요.

그만큼 할 말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요즘 제 관심사인 직장행동론(not 조직행동론)에 대해 100% 정리가 안된 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주제만 읽어주세요. ㅎㅎ 공감해주시면 더 좋구요.


글쎄요. 이 책은 사실 첫장, 그러니까 11페이지에서부터 단숨에 모두가 알고도 당하는 그 일, 회사에서 회의만 했다 하면 경험하는 그 일에 대해 약 두 장 반에 걸쳐 독자를 몰입하게 합니다.



혹자는, 이런 책을 읽으면 자괴감과 좌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회사만 가면 힘들어지는데 뭐하러 이런걸 읽냐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거울같은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벗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회사에서 일을 뛰어나게 잘 할까요? 아니라고 봐요.

제가 남들보다 더 머리가 좋을까요? 전혀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대부분의 직장인은 스스로 생각할 줄도, 밖에 나가면 주장하고 맞설 줄도, 또는 누군가를 내 의지로 이끌어갈 줄도 아는데, 이상하게 회사에만 오면, 회사에서 회의만 하면 아무것도 결론을 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 책에서는 '좋은 형태'에 대한 언급을 합니다.


비전은 숫자가 아니라, 그러한 숫자들을 넘어서 결국 갖추고자 하는 형태인 것입니다. 꼭 상위의 비전이 아니라도, 프로젝트 목표 또는 앞으로의 할일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좋은 형태'는 관계자들을 리딩하는데 반드시 쥐고 있어야 할 무기입니다.


문제는 그 좋은 형태를 모두가 이해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추진하면 다행인데,

일반적인 협업 관계에서는 누가 되었든 반드시 한 명은 아래 두 가지를 심하게 푸시한다는 겁니다.


1. 오너십 : 이 업무 누가 종합하실거예요? 저요? 저희 팀 (갑자기 팀이라고 함) R&R은 아닌데요.

2. 근본적인 상위 이슈 : 그러니까 저는 지금 말씀하시는 이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뭐가 문제냐구요? 그건 지금부터 얘기해 봐야죠. 그러려고 모인거 아니예요? (너님 CEO 아님)


1번의 경우 구심점이 없는 또는 구심점이 제구실을 못하는 케이스인데, 여기에서는 강력한 리더십만 뒷받침 된다면 R&R따위는 뭉개버리고 푸시할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땐 저도 그러니까요. 그 팀의 기능을 무리하게 넘어서지는 않겠지만, 사실 팀의 기능이란, 또한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늘 그렇듯이 수정과 특단의 조치(?)는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기업에서의 R&R이란 조직개편 때 넣을 곳이 없어 끼워넣은 기능이 50%, 그리고 마치 Hegemony라도 가진 듯한 환상을 느끼게 하는 미션 임파서블이 25%, 팀명에 부합하게 주어지는 명확한 기능은 약 25%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무 자르듯이 나누냐구요? 물론 유토피아적인 기업에서야 그럴 일이 없겠죠. 다만 그레이존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수퍼바이저 기능을 따로 두지 않는 이상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2번의 경우, 케이스별로 다릅니다만, 일반적으로 본인이 Initiative를 가져가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조건반사의 대표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근데 만일 이게 그의 Boss에게서 내려온 지시사항이다라고 알려준다면? 몇 마디 불평을 거친 후 마법과도 같이 그의 입에서 솔루션이 좔좔좔 나옵니다. 회의 내내 이기주의자에 염세주의자였던 그가 헌신적으로 변하죠. 상위 이슈 운운하던 그가 그렇게도 무시하던 하위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돌변합니다. 여기서 우린 명확한 동기부여가 주어지면 집단에서도 천재가 나올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돌아와서 '좋은 형태'가 필요한 이유는, 결국 모두가 지향점을 외우지 않고 공감하며,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고, 상상을 통하여 이성을 통제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플하되 핵심이 담긴, 거부할 수 없는 가치, 가슴을 뛰게 하는 자부심. 모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뭉쳐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좋은 형태'에 달려있으며, 그저 인간의 정으로, 또는 숫자로, 또는 과학으로만 밀어대는 조직은 앞으로는 오래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가치를 담는 그릇 또한 가치의 일부니까요.


부지런히 일할 수록 일은 더 쌓이고 불만도 쌓여갑니다.


책에서는 한 매장에서의 대기행렬 이론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가중하면 대기하는 고객은 더 늘어나고 불만이 쌓인다는 이론이죠.

대학시절, 미시경제 교수님 사무실에서 일할 때 제가 뭔가 물어보면 돌아오는 첫 대답은 항상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봐라"였습니다. 조급하게 질문부터 쏟아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라는 의미인데요.


시간을 쪼개어 쓰는 습관에 길들여지면, 시간이 남는데도 모든 것을 빠르게 진행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직장생활이 다 그렇긴 한데, 그러다 보면 퀄리티는 당연히 떨어지고, 우선순위가 "마감 시점" 중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업무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가 깨지는 순간, 우리는 업무를 제대로 소화도 못하면서 정작 중요한 일은 하지도 않는 "잉여" 취급을 받게 되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하루는 허탈해지기만 하고, 억울한 마음을 안고 잠들고 나면 내일 아침은 더 큰 스트레스로 거울 앞에서 소리 없는 성화에 무너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제 오랜 선배님께서 늘 해주시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개씩만 잘 해도, 1년이면 열 두개를 잘 할 수 있게 된다."

호흡은 길게 가져가고, 주어진 문제를 정면에서 꿰뚫는 여유는 직장생활에서 필수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과거의 관성이 몸에 베인 저로서는 가장 어려운 화두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하게 단순해져야 합니다.


"단순함"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책도 많이 나왔고, 산업적으로도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진 시대에 단순함을 추구하는 조직들이 많은데요, 사실 심플해지는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에서 심플해진다는건 "세련되어진다"와 맞물려야만 의미가 있거든요. UX, 디자인, 벨류체인, 프로세스 모두 그렇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왼쪽에서 위 그래프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오른편으로 가야 하는데, 집단지성을 통해서 왼쪽으로 다가갑니다. 좀 더 단순하게 개선하고 기능을 쪼개어 모듈화 하겠다고 하는데, 실체를 까보면 대부분은 왼쪽에서 두번째, 그러니까 "충분히 괜찮지만 정 없게 단순한" 상태가 많죠.


스마트하게 단순해지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견들을 각각 고민해 볼 수 있어야 하며, 일단 인정하고 모든 상황에 오픈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고, 서로를 포용해야 하며(포옹 아닙니다), 조금 물러나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조직 문화와 구조, 의사결정과 권한 위임, 평가체계 등이 함께 맞물려 있어야만 이러한 혁신이 가능합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는 이 책은, 사실 조금 더 곱씹어보면 곱씹어 볼 수록 기존의 경직된 조직론을 깨는 참신한 내용임을 알게 될 겁니다. 조금은 직장인의 블로그에서 볼 법한 사례들을 모아놓은 재미와, 짧은 길이의 문장으로 각박하게 전개되는 내용들을 보며 책장을 금방 넘기게 되더군요.


즐거운 수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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