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어떻게 하면 이 고민, 걱정, 슬픔에서 오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을까요..."
지인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이 밉고 원망스러운 것들을 없애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기억에 강렬히 남아 내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온갖 부정적 감정과 스트레스를 남길 테다. 그리고 유사한 일들이 삶을 살아가다 보면 불쑥불쑥 튀어나올 거다.
사람들은 그런 삶 속에서 직면한 다양한 고통을 잊으려 여행을 가고,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고, 또 다른 사랑을 한다. 그리고 잠깐 해방감을 느낀 후 다시 고통스러운 순간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익숙해지는 고통에 면역이 생기고 지루해지며, 끼어드는 또 다른 감정들에 옛 고통은 애잔한 추억이 되고, 반복되는 고민 뒤에 쌓이는 확신들은 걱정을 벗어나 무언가의 실천으로 내 고민의 단계를 옮겨놓는다.
그러다 깨달음을 얻거나 문제가 해결되면 비로소 작은 한 고민에서 해방되어 다른 고민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돌아보면 짧은 순간이든 긴 순간이든 고민, 걱정, 슬픔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고통은 잊히고 다시금 기억나기를 반복하며 기억나는 주기가 짧아져가거나 무의식에 강렬히 각인되어 의식하지 않아도 나의 행동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트레스와 고통은 문제의 근원을 완전히 해결하거나 특정 문제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한 없앨 수 없다. 잊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웬만하면 질문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와 고통을 없앨 수 있을까요?"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와 고통을 건강한 방법으로 오래도록 잊게 할 수 있을까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