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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_청춘이 버겁다

Prod. 정동환 / 베일드뮤지션 X 이무진 with 화곡동

by 이종원 Jan 19. 2025

나는 지금껏 거짓 위로를 받았다.  


  나름대로의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던 2011년, 사회에서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삼포세대'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삼포에서 인간관계와 집(주택) 구매를 포기한 '오포세대'가 등장했고, 결국엔 이마저도 모자라서 'N포세대'까지 와버렸다. 비단 'N포세대' 뿐만 아니라 뉴스나 밈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된 것처럼 현재의 세대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닥쳐온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였던 걸까? 위기의 상황에 판단력이 흐려진 청춘을 상대로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이를 기반으로 한 강연회 혹은 토크콘서트가 성행했었고 아직도 흥행 중이다. 나 역시도 이러한 자기계발서와 강연을 접했었지만, 청춘은 원래 이런 거라는 둥 버텨내야 한다는 둥 내용이 지극히 단순했고 대부분의 내용이 '자신의 어린 시절 - 깨달은 나의 능력 - 하지만, 닥쳐온 시련 - 고난 극복 -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져 MSG 가득 쳐진 영웅소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영웅의 이야기가 아주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나와 맞을 수가 없었다.

누구의 무엇을 나는 닮아왔는지
누구의 무엇을 나는 피해 왔는지
지금 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많은 위로 중에 내 것은 없네


  극단적인 예로 하루하루 끼니가 걱정되는 청춘이 있는 반면에 영웅들은 급작스레 떠난 해외여행에서 인사이트를 얻었다. 이런 모습은 당연히도 '포기'와 제법 거리가 느껴지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어쩌면 내가 만난 영웅들의 어린 시절에는 '금수저'라는 '출생의 비밀'숨겨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포기와 포기를 직전에 둔 절박함을 경험해보지 않고서 글로 써 내려가고 화려한 언변으로 건넸던 조언과 위로들은 그저 번지르하게 포장된 문장들의 집합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은 옷과 같았다.

뭐든 이뤄야만 할 것 같은 많은 질문들
마지못해 꾸고 있는 어색한 꿈들
할 수 있다, 힘을 내란 텅 빈 외침들
오늘도 날 스쳐지난다



아! 위로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위로라는게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내가 지금껏 받았던 가장 큰 위로는 그저 현재의 나를 인정해 주고 말없이 들어 올린 소주잔을 함께 부딪혀주는 것이었다. '그냥 지금의 힘듦을 알아달라고 그리고 재촉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나는 이런 단순하지만 직접적인 위로를 최근에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가수 '이무진'님이 경연프로그램인 '베일드 뮤지션'에서 특별 보컬리스트로 참여해 불렀던 '청춘이 버겁다'였다. 노래는 내가 앞서 말했던 소주 한잔의 위로처럼 많은 것을 하지 않고, '대단치 않아도 주고받고 싶은 말'과 같이 일상적인 위로를 건넨다(노래의 가사를 김이나 작사가님이 쓰셨다고 한다).

시덥지 않아도 괜히 웃게 되는 말
대단치 않아도 주고받고 싶은 말
멍하니 보내도 편히 잠이 드는 밤
내게 필요한 건 이런 것들야


  일상적인 위로는 중요하다. 앞서 말한 문장들의 집합에 불과한 조언과 위로는 첨가된 MSG를 통해 시간이 거듭될수록 영웅의 서사를 넘어 환상이 되어버리고, 청년의 입장에서는 듣고만 있어도 기가 죽어버리고 만다. 내가 청년들을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들지만서도 오늘의 하루를 견뎌대는 '무던함'을 키울 수 있는 응원을 받고 싶다. 이러한 무던함이 모여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고 그러한 내일들이 모여 '성취'라는 것을 이뤄내는 걸지도 모른다.

무던-하다 「형용사」 정도가 어지간하다.
어지간-하다 「형용사」 수준이 보통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더하다.
굳세게 버텨라 마음아
날마다 더 큰 게 올 테니까
이유 없이 용기가 날 때 있지?
그 순간을 잡고서
또 어디로든 달려간다

눈을 감아보면 나름대로 이겨냈던 밤
비밀스레 치열했던 수많은 날들
나의 작은 승리들을 기억하면서
아침을 또 기다려 본다


  우리는 모두 처음을 살아간다. 수많은 하루하루를 살아왔지만, 매일매일의 하루는 처음이었다. 그러니 조금은 서툴더라도 이해받아야만 한다.


P.S.
우리 모두가 포기(抛棄)는 하더라도 포기(暴棄) 하지 않기를...

 · 포기(抛棄) 「명사」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림.
 · 포기(暴棄) 「명사」  절망에 빠져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보지 아니함.=자포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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