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아지매' 무대가 끝나고 난 뒤
“우리는 삶 속에 매일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훌륭한 여행을 즐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
또 하나의 무대가 끝이 났다. 아지매들의 우스꽝스런 춤사위를 보는 일도, 아지매들이 혹여나 지칠까 간식거리를 미리 챙겨두는 일도, 쾌적한 연습을 위해 동아리 연습실 책상과 의자를 치워두는 일도, 아마도 당분간은 하지 않을 것이다. 훌훌 털어낼 수 있어 기분 좋을 줄 알았는데, 먹먹한 아쉬움이 앞서 다가온다.
댄스 동아리가 추구하는 춤은 익히 우리가 TV에서 보아오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스스로가 춤의 주인공이 되어 나의 이야기 즉, 내가 살아온 인생을 몸으로 표현하는 어쩌면 조금은 낯부끄럽기도 하고, 어색할 수도 있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거라 어머님들도 처음에는 많이 낯설어 하신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게 어떻게 춤이 되노?”라며 손사래를 치시던 어머님들은 조금씩 본인의 몸을 더듬어보기도 하고,
춤동작 비슷하게 움직여 보면서 지나온 삶의 순간이 생각나셨는지 다시금 추억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즉석에서 마련되기도 했다. 이야기가 춤이 되고, 춤은 곧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어머님들은 당신들이 지나온 삶을 ‘복기’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시기를 기대했고 되셨으리라 확신한다.
우여곡절 끝에 축제의 막은 오르게 되었고, 무대는 마련이 되었으며, 어머님들은 ‘춤추는 아지매’ 본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무대에 올라 음악에 맞춰 실수 없이 공연을 하시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마치 기나긴 여행 끝에 마주하게 된 찬란한 광경처럼,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참느라 부던히 애썼다.
6개월 동안 다양한 시간들을 만나왔다. 어머님들이 지나온 삶의 시간, 이 곳에서 공연 준비를 위해 보낸 시간,
그리고 무대 위에서의 아름다운 시간까지. 50년을 관통하는 아지매들의 몸짓은 나에게 후회 없이 살아가라는 메시지와 함께 ‘오늘’이라는 시간을 선물해 준 듯하다.
영화처럼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운 것이 시간이기에 매일 내가 마주한 순간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
만사대평 11월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