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지난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EHAN Dec 19. 2017

[만사대평] 추억은 현재진행중

맛집을 찾아서 - 골목물회

 ‘맛집’이라는 칭호가 빈번해진 요즘. 성공적인 식사를 위해 열심히 블로그를 검색하여 찾아가보지만 허탕을 치는 일은 이제 예삿일이 아니다. ‘맛’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너나 할 것 없이 본인의 집이 맛집이라며 마케팅을 하는 탓에 이제는 어디가 진짜 원조인지 분간도 어려울 뿐 아니라 원조는 아니지만 원조보다 더 맛있는 집도 생겨 나고 있다. 검색도 귀찮아하는 나는 대충 가던 곳을 간다. 익숙한 곳이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에게 익숙한 곳이라는 칭호를 얻기까지는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맛을 유지해야 함은 물론 그 곳의 문화와 생활사가 한 그릇 음식 안에 들어가 있기 충분할 것이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기보다 그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 더욱 깐깐해진 요즘 맛집의 기준이다.


  대평 유치원을 지나 왼쪽으로 골목을 돌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 낡은 간판에 ‘골목물회’라고 쓰여 있고,

점심을 먹으러 온 인근 근로자들이 간판 너머로 들어서고 있다. 예전부터 항구 근처에는 물회집이 많았다고 하는데 오래 전 골목물회도 수많은 물회집 중 하나였을 것이다. 흐른 세월만큼이나 산업이 쇠락하고 근로자도 줄어들고 그만큼 식당도 사라졌지만 골목물회는 여전히 그 골목에 서서 오늘도 그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고 있다.


 무성의한 듯 정갈하게 담겨있는 야채와 회에 고추장을 한 숟갈, 식초랑 설탕을 한 숟갈씩 잇달아 넣은 다음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면 붉은 양념이 베인 회의 모습이 마치 뜨겁게 살아온 지난 대평동 마을의 모습인 것만 같아 찬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상추 위에 밥 한 숟갈 올리고 잘 비빈 물회와 마늘 한쪽에 잘 싸서 먹으면 든든한 한 입을 통해 약간이나마 이 마을의 지난 세월을 짐작해보고는 한다.


 회와 야채에 육수를 부어 밥을 말아먹기도 하는 포항식 물회와는 달리 영도 골목물회는 회에 양념을 더해 비벼먹는 방식으로 제주도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회는 광어를 많이 쓰지만 주로 그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들을 섞어 넣는다고 한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레시피를 바라볼 때면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잘 맞추어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와 정답만을 추구하기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형태를 만들었던 창의력에 또 한 번 놀라곤 한다. 음식 하나에 별안간 많이도 놀랜다 싶지만 그만큼 음식 하나에는 그 지역, 나아가서는 나라의 민족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서려 있다. 허영만의 만화책 ‘식객’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데에는 그런 이유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영도구 대평동 골목물회집은 이미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꽤나 알려진 집인 듯하다. 찾아가기 어려운 골목 한 어귀에 있지만 다녀간 네티즌들을 통해 정보를 얻기가 어렵지 않다. 근로자들의 곯은 배를 채워주던 음식이 이젠 누군가에겐 추억의 맛으로, 누군가에겐 새로운 체험의 맛으로 전해지고 있다.  


깡깡이예술마을 마을신문 <만사대평> 2017. 07월 호 원고


*골목물회는 지난 11월 11일부로 주인 할머니 건강상의 이유로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점심 때마다 한번씩 들러 회를 곁들여 먹던 상추쌈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꽁트부산] 말 안해도 알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