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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릴리 Apr 09. 2021

2. 서른다섯 살 인턴입니다.

좌충우돌 인턴 일기

2020. 10. 07


오늘부터 외워야 할 2-4, 10-2, 3-1


출근하는 아침은 늘 흥이 나지 않으니 억지로라도 신나는 음악을 틀고 발걸음이 가벼운 척 빠르게 지하철역까지 걷는다.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지하철은 20분 간격이라 매일 어쩔 수 없이 일찍 나서야 한다.

아침 시간의 지옥철을 탈 때 합리적인 동선과 시간 절약을 위해 총 2번의 환승을 해야 한다.

첫 번째 지하철은 2-4, 두 번째 환승에서는 10-2, 마지막은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3-1에서 타야 고생을 덜하므로, 오늘부터 잘 외워야 한다.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출근하는 직장인 라이프는 정확히 8년 만이다.

이 일을 하기 전에 프리랜서를 8년 동안 했고, 프리랜서가 되기 전에는 두 번의 회사를, 2년 간 다녔다.


프리랜서로 여유와 자유를 누리고 살았지만,

지긋지긋했던 직장인의 생활도 가끔은 그리웠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시작하는 익숙한 하루의 시작이,

빠듯한 점심시간에 무엇을 먹을지 사소한 고민하는 것,

퇴근 후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며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마저도.

안정감이 드는 삶이라 생각했다.



인턴의 일과는 생각보다 분주하다.


업무 보조 수준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정신이 없다.


회사의 단체 카톡 단체방은 분주하게 자료들이 오고 간다.

아직 이 회사의 정확한 일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은데 주어진 업무가 제법 된다.


우선 내가 맡기로 한 큰(?) 일은 회사 블로그 담당이다.

새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 콘텐츠들을 구성해서 발행하는 일이다.


블로그에 써야 할 글과 사진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관련 자료와 웹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둔다.


동물 좋아하세요?


출근 첫날,

대표와 이사의 질문이었다.


사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심하게 무서워한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일하는 회사는 반려동물 푸드 회사이다.


블로그에 동물 관련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사진과 자료를 찾느라 태어나 처음으로 검색창에 ‘강아지’ ‘고양이’를 쳐본다.


아, 살다가 내가 동물 검색도 해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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