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리 Feb 25. 2022

눈 뜨고 코 베인 두 번째 퇴사

내가 탄 로켓이, 정말 로켓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발사대에서 불을 붙여보니, 여름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불꽃만큼도 못한 것이었다는 것을 2년 3개월 만에 해고로 종지부를 찍으며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내가 해고라니... 내가 어떻게 일했는데... 연애도 아닌데 헌신하다 헌신짝이 되어버렸다. '감히 회사가 나에게?'라는 질척이는 마음이 남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해고 사유는 경영난이었고, 대표는 열정적으로 일을  사람만 소수 남기기로 했다고 하였다. 나에게는 그런 에너지가 없는  같다고, 퇴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근무하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매일 12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한동안은 새벽까지 야근은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달에 3, 4  적도 있었다^^)


나의 거의 모든 것을 바친 회사인데,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해고라니... 망각의 동물답게 지금은 좋은 기억만 남아있지만, 한 때 그 회사를 이야기 꺼내는 것이 싫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나의 두 번째 퇴사는 자의도 아니고,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해고당하는 것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고, 급여 대신 받았던 스톡 옵션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눈앞이 캄캄했다.


한 때 같이 일했던 지인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는데, 미리 알람 없이 해고 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라고 하며, 위로금 + 급여를 요구하라고 했다. 하지만 2년 3개월 간 돈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대표의 모습을 많이 보았기에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등짝 스매싱을 날려주고 싶다. (어이구 멍청아!!!)


대표와 또다시 면담을 통해서 퇴사 날짜를 정했고, 나는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하여 3개월 간 급여의 일부분은 스톡옵션으로 받았는데, 해고 처리되어 스톡옵션 행사권이 상실되어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요구사항들은 모두 받아들여졌고, 추가로 대표의 지분 일부(저어어엉말 일부^^)를 양도받으며 퇴사를 하게 되었다.


+ 이런 스타트업 조심하세요! & 해고를 당했을 때 팁

급여가 밀린다 : 급여가 밀리는 일이 연 3회 이상으로 자주 발생하는 회사라면 바로 이직 준비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기본적인 직원의 급여를 책임져줄 수 없는 회사가 얼마나 더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의 경우 대부분 투자금을 받아서 회사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인력을 잘 구성하여 꾸려나가는 것도 회사의 능력이다.


급여의 일부분을 스톡 옵션으로 제공한다 :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제일 헷갈리고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스톡옵션'일 텐데 최초에 연봉 협상 시, 스톡 옵션 제공을 빌미로 연봉을 낮추거나 갑자기 급여의 일부분을 스톡옵션으로 부여한다? 이런 경우 당장 도망쳐야 할 스타트업 1순위이다. (아, 물론 개인이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보았을 때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믿는 부분이 있다면, 스톡 옵션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위험성은 정말 높은 일이라는 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명심하시길) 스톡 옵션은 정말 말 그대로 '옵션'일뿐 그리고 이 스톡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되더라도 큰돈을 벌 수 있는 건 로또보다 조금 높은 확률이다. 그리고 나처럼 급여의 일부분을 스톡 옵션으로 제공받고, 행사 가능한 기간 전에 해고를 당한다면 이 금액은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요청하길 바란다!


위로금 요구 : 해고 시, 위로금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위로금을 주는 것은 법적인 의무가 아니기에 회사와의 원만한 합의와 근로 계약서를 한번 더 확인하고, 근로 계약서의 조건을 봤을 때도 부당한 해고 (예를 들어, 해고 30일 전 미통보 등)라면 우선 요구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에게 나의 경험은 무용한 정보가 되길,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 아무런 감정 없이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다. 다들 '해고'라는 건 그냥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는 삶을 사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준비 없이 질러 버린 첫 퇴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