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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준 Apr 25. 2019

이기는 습관

가는 곳마다 1등 조직으로 만든 명사령관의 전략노트

[국내 도서 > 자기 계발 > 비즈니스 능력 계발 > 비즈니스 소양]

전옥표 지음 | 쌤앤파커스 | 2007년 04월 17일 출간


  이 책을 왜 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예전에 책을 생각 없이 보이는 대로 사기만 했던 시절에 산 책이 분명하다. 이기는 습관이라.. 책을 사려는 시점에 되게 누군가를 이기고 싶었었거나 앞뒤 상황을 재지 않고 전진만을 외치는 불도저로 빙의했을 수도 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멍청하게 대학교 교재만 보며 시간을 낭비했던 시절에 샀을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책의 저자는 삼성전자에서 애니콜, 파브, 지펠, 하우젠 등의 마케팅 성공 신화를 일구어낸 장본인이라고 한다. '지펠'이라는 단어는 독일에서 우뚝 선 남성의 성기나 여성의 가슴을 지칭하는 저속한 비속어라 독일 사람들도 입에 올리기를 꺼려하는 단어이다. 이 단어를 브랜드명으로 써서 난리가 났었는데 이 시점에 저자가 정확하게 어떤 부분의 마케팅을 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저자를 책망할 수는 없다. 여하튼 수직적인 문화로 대표적인 삼성의 임원이셨던 분이 쓰신 책이라는 색안경 때문에 앞뒤 꽉 꽉 막힌 내용이 예상된다.


총알처럼 움직인다.

창조적 고통을 즐긴다.

쪼개고 분석하고 구조화한다.

마케팅에 올인한다.

기본을 놓치지 않는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책은 위와 같이 크게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장의 제목을 보고 엄청나게 직원들을 쪼았을 것 같다는 인상이 팍팍 느껴졌다. 근무시간에 일과 상관없는 일을 하지 못하게 디테일하게 체크하고, 열정이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을 채찍질하는 리더였음이 조금씩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못난 변명, 시간이 없어서



  첫 장의 내용 중에 '세상에서 가장 못난 변명, 시간이 없어서'라는 소제목을 가진 글이 있다.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정해진 마감기한이나 일정을 무리해서라도 맞춰야 한다는 속내도 보인다. 목표 없는 '열심히형', 뭐든지 내가 하려는 '만능해결사형', 하다 보면 되겠지 '무계획형', 거절할 수 없어 '예스맨형'과 같은 유형별로 시간관리 요령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재미 삼아 읽어볼 만하다. 여기서 '예스맨형'이 상사로 있다면 굉장히 골치 아파진다. 상사의 무분별한 예스는 부하 직원의 간접적 예스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족하는 순간이 쇠퇴의 시작



  저자는 '이 정도면 됐다'라고 만족하지 않았다. 부하 직원이 다 했다고 했지만 다 한 게 아니라고 끈질기게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 뒤의 내용은 혁신이 주는 달콤한 고통이다. 당연하다. 일 다 했는데 다 한 게 아니라고 하면 당연히 고통스럽지! 역시나 읽을수록 고정관념과 꼰대 사상으로 가득 찬 책이다. 채찍질하고 푸시한다고 해서 어느 정도의 결과물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압박적인 분위기에서 참신하고 좋은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보통 이런 분위기에서는 상사의 구미에 맞는 방법을 찾아서 순간순간을 넘겨보려는 부하 상사가 늘어난다. 이 책을 읽는 시점에는 대학생이었어서 큰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았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책을 다시 보니 심장이 요동친다. 


  프로세스를 정착시켜서 조직의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고, 측정은 공정하고 평가는 냉혹하게 하라고 한다. 예전에는 회사에 들어가면 뼈를 묻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이직이 쉬워지고 근속연수는 줄고 있다. 오래 다닐 것도 아닌데 굳이 왜 평가를 냉혹하게 해야 하는지는 이해되지 않는다. 모든 부하 직원이 똑같이 깐깐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면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깐깐한 상사 밑에 있는 것이 손해이다.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는 이직할 능력을 키워서 회사를 옮기고 싶은 마음만 커질 것이다.


  안 되는 조직일수록 리더의 인심이 후하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인심이 후하다는 것은 부하 직원에게 잘 보이려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건 애초에 표현이 잘못되었다. 인심과 판단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풀어줄 땐 풀어주고 짚어줄 땐 짚어주고 강약을 조절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내 몸값의 18배를 벌어오고 있는지 자문하라고 한다. 자기 몸값의 18배를 벌어와야 회사가 존속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몸값의 18배를 벌 능력이 되면 굳이 회사에 남아서 내 몸값의 17배를 가져다 바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세상은 점점 1인 기업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창업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에 내 모든 능력을 올인하는 것도 바보 같아 보인다. 정말 좋은 스킬과 능력은 나만의 노하우와 비장의 무기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그나마 볼만한 부분은 '마케팅에 올인한다'라는 장의 내용이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들은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주의 깊게 읽어두는 것이 좋다. 마케터가 응대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이다. 현장 경험과 고객 중심의 업무 진행은 별로 특별한 내용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여기서 나오는 남다른 전략가들이 5가지 비밀 법칙은 아래와 같다. 


부정의 법칙: 현재의 이 방법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다른 방법은 없는가?

미래의 법칙: 1년 후, 5년 후, 10년 후에는 얼마나 더 멋진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드릴 수 있을까?

진화의 법칙: 반드시 현재의 것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것, 지금 수준 이상의 것이 어딘가 존재하고 있고, 누군가는 이미 그것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고집의 법칙: 지금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끝까지 지속하겠다. 반드시 빛 볼 날이 있다.

창의의 법칙: '내가 꿈꾸는 세상'은 반드시 만들 수 있다. 창조의 기네스, 판매의 기네스, 고객만족의 기네스에 도전하겠다.


 책의 뒷부분은 조직문화와 집요한 실행력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가 말하는 중요한 조직문화는 인사와 미소이다. 여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인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자율근무제가 시행되는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출퇴근이 제각각이다. 이미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데 출근시간이 제각각인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다 보면 자신이 잡아온 일하는 분위기가 흐트러진다. 게다가 사람이 항상 미소를 지을 수는 없다. 회사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다니는 곳이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찡그리고, 우울하면 무표정을 짓는다. 동료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저자가 있었던 곳은 오직 일만 생각하는 조직문화였음이 분명하다.


 집요한 실행력은 동의한다. 어떤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지을 때까지 본인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해서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부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설령 채찍질당한 사람이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의지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균보다는 높게 성장했겠지만 상위 수준으로 성장하진 못할 것이다. 


  삼성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자신의 가치관과 잘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에 가지 말고 삼성에 꼭 가기를 바란다. 이 책의 내용을 완벽히 숙지하면 수직적인 조직생활을 그럭저럭 이쁨 받으면서 다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을 자신을 채찍질하는 데에만 사용하기 바란다.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자신이 직접 자기 자신을 독려하고 성장시킬 때에는 좋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조직의 문화와 부하직원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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