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준 Apr 26. 2019

모든 순간이 너였다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국내 도서 >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 에세이]

하태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02월 16일 출간



모든 순간이 너였다


  제목이 참 좋다. 제목에 이끌려서 책을 구매하거나 읽은 사람이 적지 않다에 한 표! 짧지만 어떻게 이런 문장을 만들었을까 싶다. 작가는 '모든 순간에는 얼마만큼의 감정이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순간을 그때마다 생긴 나름의 감정들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기억을 더듬어 순간순간 다양한 사람을 떠올리고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순간'과 '감정'의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 기억 중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엮여 있는 순간이 가장 선명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사랑에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각기 다른 사람과의 개별적인 감정을 느꼈던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몇 안 되는 사람과의 다양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쉬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렇게 자잘한 조각 같은 다른 시간들이 기억나지 않게 되면서 우직하게 남아있는 사랑의 기억이 우리에게 있어서 소중한 '모든 순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순간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멋지게 살고 있는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이 이 세상의 모든 감정과 모든 관계들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가는 4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에세이를 구성했다. 생각이 많은 밤을 보낸 사람에게는 모든 걱정을 잠시 내려놓으라 말하고, 이 순간 사랑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둘만의 계절이 시작되던 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 지친 하루의 끝에서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랑에게 상처 받은 사람이 그 힘든 순간과 이별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었다. 마지막에 작가는 자신의 모든 순간에게 고마워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표지는 핑크와 에메랄드 색의 파스텔톤으로 겉모습부터 꽁냥꽁냥한 느낌을 감추지 못한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같이 읽을 때 더 좋은 책이다. 모든 순간을 차지할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게 책장을 넘기자마자 그동안 충분히 잘해온 OOO님께 OOO드림과 같은 공간도 제공해주었다. '그동안 충분히 잘해온'이라는 말 때문에 초면에 고백할 때 사용하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많은 감정을 나누었던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같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은 시와 한 페이지에서 네 페이지 사이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어서 편하게 읽힌다. 다만, 시 하나하나 글 하나하나를 통해 작가가 글을 읽는 사람의 기억을 끌어내어 생각할 시간을 갖게 만들기 때문에 다 읽는 데에 오래 걸릴 수 있다. 연인과 함께 읽어도 좋다. 즐거웠던 기억 때문에 같이 웃기도 하고 서로 싸우고 상처 줬던 기억 때문에 괜스레 찔리기도 한다. 이별한 사람이나 마음이 힘든 사람이 읽어도 좋을 것 같지만 그런 순간은 미리 상상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도록 하겠다. 


  연인과 함께 읽으면서 좋았던 시들을 여기에 공유한다. 



한결같은 사람

무엇보다,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 좋다.


처음과 달리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아닌,


떠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지 않게 해주는 사람.



우리 헤어지지 말자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말자.


꿈에서라도 그런 말은 꺼내지 말기로 해.

욱하는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어서


오랜 시간 후회하며,

미련 가득 섞인

허무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일이 없도록.



진정한 행복


보고 싶던 계절에

보고 싶던 사람과

보고 싶던 무언갈

두 손 맞잡고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



사랑


참 사랑스럽네요, 당신.

굳이 다른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어요.



이런 연애


나는 이런 연애가 하고 싶다.


떨어져 있을 때도 함께 있을 때 못지않게

서로에게 아낌없이 다정할 수 있는 연애.


이제껏 살아온 배경과 경험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맞춰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연애.


서로의 가장 편한 모습마저 차별 없이 사랑해주고

친구보다 더 친구같이 함께 있을 때 즐거움이 가득한 연애.


한 치의 거짓 없는 사랑을

서로에게 건네줄 수 있는,

그런 연애.



언제나 나를 위해주는 사람


나를 항상

우선순위로 두는 사람을 

곁에 두세요.


무엇보다, 나와의 약속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의 하루를 궁금해하며,

언제나 나를 위해주는 사람.



이런 연애를 원해


언제부터인가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상대방의 외모나 능력을 많이 중요시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런 것보다는 그저 나를 보며 생글생글 잘 웃는 얼굴을 좋아하게 됐고, 내가 먹여주는 음식을 복스럽게 잘도 받아먹는 입을 좋아하게 됐고, 각자의 하루 일과를 마친 후에, 동네 공원에서 만나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에 행복해하는 소박함을 좋아하게 됐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 냉기가 가득한 방과 적당한 분위기의 영화, 그리고 맛있는 스낵 과자 서너 봉지만 있으면 하루가 문제없는 편안한 연애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전부로 자리 잡아가는 게

불편하지 않은, 그런 연애.



이상형


자존감이 낮은 성격 탓에

자연스럽게 나의 이상형은

내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람이 됐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떠한 것이든

모두 잘할 수 있을 거라 말해주고,


언제나 나의 외모를

어여쁜 말로 칭찬해주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 만나


말을 예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세요.


상처 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사람 말고,


뭐든지

내가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



모든 순간이 너였다.


나의 모든 순간은 너였어.


사랑했던 때도,

아파했던 때도,

이별했던 그 순간까지도


너는 나의 세상이자

모든 순간이었어.(앞으로도 쭈욱 모든 순간이지)


나는 이제 네가 없으면

내 지금까지의 삶을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봄이야, 너를 닮은


봄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욱 

사랑스러워지는

계절.



내가 너를 사랑하는 법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다고 투정하면,


이유를 막론하고

한 걸음에 달려가는 게 맞아.


그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이고.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너에게


괜스레 눈에 보이는 것들 모두가 소중해지는 것.

맑은 하늘이, 그 하늘의 뭉게구름이,

그 구름 사이의 햇빛까지 전부 아름다워지는 것.


그게 사랑이라서.




매거진의 이전글 이기는 습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