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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준 May 06. 2019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국내 도서 > 경제/경영 > 경제 일반 > 경제 상식/ 경제 이야기]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지음 | 안진환, 최정규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04월 20일 출간


  넛지라는 단어가 어떤 뜻인지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책 인트로의 각주에 넛지(nudge)와 눗지(noodge)를 혼동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넛지는 '(특히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 찌르기'라는 뜻이고, 눗지는 '성가신 사람, 골칫거리, 끊임없이 불평하는 사람'을 뜻한다. 주의를 환기하거나 부드럽게 경고하기 위해 상대에게 넛지를 행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눗지와 완전히 다르다.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옆구리를 슬쩍 찔러서 의도를 전달하는 의사소통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넛지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책 인트로에서는 먼저 넛지에 대한 예시를 보여주고 책 내용의 중심이 되는 개념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넛지에 대해 빨리 알고 싶다면 책의 인트로만 봐도 충분하다.) 책에 나온 예시에서는 학교 급식 메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배열을 바꾸는 것만으로 학생들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방법을 통해서 특정 음식의 소비량을 25%씩 올리거나 내릴 수 있었다. 책에서는 이렇게 학생들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미치도록 음식의 배열을 정한 사람을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고 한다. 즉, 선택 설계자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다. 저자는 겉으로 보기에 사소하고 작은 요소라고 해도 사람들의 행동방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없다는 말이다. 남자 화장실 변기에 그려진 파리도 일종의 넛지이다. 소변을 볼 때 파리를 조준하려는 심리 때문에 주변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감소되었다. 


  저자는 우리도 학생들의 건강에 이로운 방향으로 음식을 배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에 동의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여기서 '자유주의적'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행할 수 있으며 원하지 않으면 무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나타낸다. '개입주의'라는 말은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 설계자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도 된다는 주장을 나타낸다. 앞서 말한 넛지의 의미를 돌이켜보면 결국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와 넛지는 같은 말이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넛지를 행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콘이 아닌 인간이라서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없고, 선택 설계자가 개개인의 선택에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콘은 기존의 경제학자들의 제안했던 인간 모델로서 항상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가상의 존재를 뜻한다. 인간실수하기도 하고 항상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는 없는 실제의 존재인 호모 사피엔스를 뜻한다. 실제의 경제와 이론적인 경제학이 많이 달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지 않고 이상적인 인간으로 가정했기 때문에 이론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인간의 행동을 고려한 행동 경제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저자 중 한 명인 리처드 탈러는 이 행동 경제학을 학문적으로 확립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2017년에는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았다. 


  인간은 예상 가능한 실수를 저지른다. 사람들은 어떤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예측할 때, 비현실적으로 최적의 상황을 가정하는 계획 오류를 범한다. 또한, 수많은 이유로 인해서 사람들은 현상을 유지하거나 디폴트 옵션을 따르려고 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이익이 최대가 되도록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나은 선택을 한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무언가를 팔려고 하는 전문가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경험과 많은 정보 그리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으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 힘들다. 책의 첫 번째 장인 '인간과 이콘'에서는 이와 같은 인간의 행동 양상과 성향을 심리학을 곁들여서 설명한다.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리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인트로와 첫 번째 장이 핵심이다. 나머지 장은 넛지의 케이스 스터디에 해당한다. 넛지를 통해서 저축, 투자 대출 등의 어려운 과제들을 적절하게 수행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 의료보험제도, 환경문제, 결혼제도와 같은 그물망에서 사람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넛지들을 제안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은 12가지의 미니 넛지와 반대 의견들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반대되는 의견까지 정리한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저자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잘못된 부분들을 꼼꼼하게 확인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책은 경제학에 관련된 내용과 함께 사회적인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거나 작은 규모라도 사람들을 통솔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넛지를 잘 이용해서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강요하지도 않고, 너무 퍼주지도 않는 스마트한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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