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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준 May 08. 2019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

[국내 도서 >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 에세이]

김재식 지음 | 김혜림 그림 | 쌤앤파커스 | 2018년 03월 02일 출간


  이 책 또한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와 함께 사랑이 궁금해서 같이 샀던 책 중의 하나다. 저자는 10년 넘게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했던 터라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책을 샀던 목적이기에 프롤로그를 여기에 옮겨 적어 본다.



괜찮아지기를 바라


약 5000일간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을 운영하고

사랑 에세이를 펴내자 많은 사람이 내게 물었다.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이냐고,

사랑할 때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고.


나도 한때는 사랑에 대해 답을 구하려고 애썼다.

그 고민의 시간들이 헛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정답이 없고

하나로 정의될 수 없으며,

저마다의 사랑이 있을 뿐이다.


사라하는 사람을 만나

오랫동안 함께하기를 바랐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받아들여야만

우리는 온전히 그 안에 살 수 있다.


바다는 힘들다고 해서

파도를 만드는 일을 멈추거나

흐르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다시 바다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찰나에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파도를 쉼 없이 만드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일과 닮았다.


몰아치는 파도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일.

우리의 삶도, 사랑도 그것에서 출발한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지나간 시간만을 만지작거리며

그가 너무도 미워 다시 사랑하는 게 두렵다면

이제 그 기억의 가치를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내려놓기를 바란다.


우리의 찬란했던 기억도, 사랑도

파도처럼 찰나에 쓸려왔다 밀려가며

그렇게 사라져 버리겠지만

눈부시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반짝이는


제법 괜찮은 시간도 있었으니까,

그때보다는 나은 지금의 내가 됐으니까.


사랑했던 모든 이에게 고마웠다고,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할 수 있기를...


이제는 그만 내려놓기를,

괜찮아지기를 바라.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시가 달달하다기보다는 많은 풍파와 시련을 겪은 진지함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뒤에 이어지는 시들도 프롤로그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사랑에 많은 감정이 담겨 있음을 표현하고자 해서 그런지 시의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목차를 보면 첫 장은 '길 잃은 아이처럼'이라는 제목이다. 전체 흐름을 보면 저자의 이야기는 이별한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서 '사랑이 내 곁을 서성일 때', '네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오래지 않아 그리워질 시간'순으로 각 장이 진행된다. 이별 후에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 무르익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다', '사랑이 멀어지는 사소한 신호들', '너는 내게 지지 않는 달', '살아갈 때 알아야 할 것들' 순으로 다시 이별로 돌아온다. 책의 전체 흐름이 이별에서 시작해서 이별로 끝난다. 분위기가 밝을 수가 없다. 저자는 조금씩 발전하긴 하지만 연애가 거의 같은 패턴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많이 경험한 것 같다. 진지하게 사랑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면서도 진짜 사랑을 찾지 못해 한탄하는 느낌도 든다. 

 

  책의 시작 부분에 '단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던 ooo님에게'라는 칸이 있어서 선물용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책 내용을 보면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감정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새로 시작하는 연인에게 주는 책이 아니라 헤어진 연인에게 주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아이러니한 책이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느꼈던 감정들, 힘들었던 많은 순간들을 이 책을 통해 공감할 수 있다. 힘든 사랑에 대한 일기를 저자가 대신 써주었다는 생각도 든다. 제목도 '단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로 과거형이다. '없다'로 현재 진행형이었으면 완전히 다른 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연애가 힘들었던 시절의 내가 공감하는 시 하나를 공유하고 글을 마무리하겠다. 




잘하고 싶었다, 항상 (제목부터 불쌍하다)


누군가를 오랫동안 만나고

헤어지는 게 반복되다 보면

이젠 누군가에게 마음 주는 게

지친다는 생각이 든다.


잘하고 싶었다. 항상.

'이번에는...'이라고 다짐하면서

힘든 날 스스로 위로했다.


어떤 보상이 필요했던 게 아니다.

단지 마침표를 찍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 마음을 온전히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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