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놓고 보니 약간 이상한 등급의 소설 같기도 한데,
얼마 전 만난 기장님과의 재밌는 일화가 있다.
처음 뵙는 기장님이었고, 젊은 분이셨다.
말씀해 주시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부기장 입장을 생각해주려고 하시는 게 보였고,
나도 괜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이었다.
마카오를 가는 비행,
우리 항공사에서 마카오는 브리핑실 문을 닫고 나오는 제일 마지막에 출발하는 비행이었다.
아무도 없는 브리핑실에서 브리핑을 끝내고 나왔고,
비행기도 지연 없이 정시에 출발했다.
너무 좋은 기장님이었지만, 말씀이 많지는 않으셨고
나 또한 괜히 이런저런 이야기로 기장님을 괴롭히고 싶지 않아 필요한 말들만 하며 마카오에 도착하였다.
보통이라면 기장님께 식사 같이 하시겠냐고 여쭈어봤겠지만,
기장님께서 먼저 방에만 계시는 스타일이라고 하셨고
나 또한 비행이 끝나고 조금 졸린 상태였기에 그대로 호텔 차량을 타고 레이오버 호텔로 가고 있었다.
조금 수줍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기장님께서 말씀하셨다.
"혹시... 저는 맥주 사러 편의점 갈 건데, 망고기장님도 사실 거 있으면 같이 가실래요?"
마침 나도 맥주 한잔 사 와서 한잔 까고 잘 생각이었기에 답했다.
"아..! 좋죠 기장님!"
"저는 맥주 사서 혼자 방에서 마시려고요."
"아 기장님 저도 한 잔 방에서 마시고 자려고 했습니다."
하고 우리는 좀 샤이샤이 한 느낌으로 편의점으로 갔는데,
문제는 둘 다 현금도 없었고 편의점에서 알리페이도 안된다 하였다.
"망고기장님, 저는 그럼 식당에서 맥주 좀 사서 방에 가려는데, 맥주만 사러 같이 가실래요...?"
"아 좋죠! 기장님 저도 음식이랑 뭐 맥주 하나 사서 방에서 먹어야겠습니다..!"
하고 근처 식당에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젓가락 탁!
숟가락 탁!
메뉴판 탁!
어영부영 자리에 앉았는데 뭔가 좀 수줍고 어색하고 샤이샤이 해서 내가,
"기장님.. 혹시 기장님만 괜찮으시면 뭐... 여기서 같이 한잔하고 들어가시겠습니까...?"
"아.. 망고기장님만 괜찮으시면 저도 좋죠. 그러시죠."
하고 안주시키고, 칭따오 맥주 시키고, 블루걸이라는 새로운 '로컬' 맥주 시키고,
알고 보니 같이 가자고 하면 내가 부담스러워할 까봐
부기장인 나를 배려해주시려고 하셨던 것.
결국 샤이샤이 수줍수줍으로 시작하여,
기장님과 너무나도 재밌게 이야기하다 온 하루.
근데 왜 마카오 로컬 맥주 뒤에 origin : S.KOREA라고 적혀있었던 걸까 하는 의문이 남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