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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Aug 12. 2021

중도에 그만 두면 아니 감만못하니라..는맞는 말일까

한발짝이라도 갔으면 간 만큼은 인정해줍시다.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畵.

... 힘이 부족한 사람은 중도에 그만두게 되지만
지금 너는 스스로 한계선을 긋고 있구나.


-논어(論語) 옹야(雍也) 편 第10장章 중 발췌



젊어서는 사서 고생해야 한다 하고,

실패는 경험이 된다고,

한 번은 크게 망해봐야 인생이 제대로 보인다고,

모든 사람에겐 때가 있고,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실패한 나를 위로하는 말들은 차고 넘친다.

다 주옥같고, ㅈ같다.


하지만, 실패를 여러 번 해본 사람들은 안다.


한번, 두 번은 그럴 수 있지만,

너무나 여러 번 실패를 하다 보면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내가 뭘 해봤자 할 수 없다는 자기 효능감이 없어지면

나를 미워하게 되고 자존감이 사라진다.

기본적인 생활조차 힘들어지는 무기력에 빠지는 우울증에마저 빠지고

이불속에 웅크리고 있고, 잠이 는다.

정신이 아파서 그렇게 와식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지만,

나도 밖에 나가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든,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지만,

아니,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고 그저 '돈'만 벌기 위해서 꾸역꾸역  출근을 하고 싶지만,

내가 '감히' 그런 기회를 가질 수조차 없어 보이기에 누워 있다 잠에 빠지는 거지만,

또 잠에서 깨면 이런 게으른 생활을 하는 내가 더 싫어지게 된다.


세상에서 스스로 고립시키고, 그럼으로써 세상과 점점 더 멀어지고, 세상에 내가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다가 아예 기회가 사라지는 듯하다.


가뜩이나 자신감이 사라지고 자기혐오만 쌓여 나 자신을 미워하고 있는데

젊은데 왜 그러냐고, 밖에 나가 뭐라도 하라고,

그렇게 집에만 있으면 되겠냐고,

아직도 중소기업이며 공장들은 인력난에 시달리니 알아보라고,

네가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배가 불렀다고,

숙식이 보장되니까 저러고 있는 거니

춥고 배고파야 정신 차린 다고 비난마저 받게 된다.


하지만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것은 과거에 소복소복 쌓인 기억들이다.

부정적인 기억들이 쌓일수록 긍정적인 미래를 감히 꿈꾸기 힘들어진다.


난 지능도 달리고, 힘도 달리고, 많은 것이 부족한 사람인 것도 맞지만,

내 한계를 긋는 사람 또한 오로지 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난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제1순위로 중요히 여기는 건 알게 되었다.

내가 제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그리고 누워있지만은 않는다.

밖으로 나간다.

3달 전만 해도 대파가 그리 비싸더니 이젠 한 단에 3500원으로 내려 사 오고

로또를 사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운동도 할 겸 옆동네까지 걸어갔다 온다.


매일 콩나물 무침, 감자채 볶음, 깻잎무침 등의 간단한 요리를 하고

집 안과 냉장고 안에 여유공간이 있도록 청소하고 버리고 비우고 정리한다.



그랬더니 늘 멍 하던 머리가 조금은 맑아지는 듯하고

나를 조금씩 좋아하게 된다.

자존감이 올라가니 솔직해진다.

굳이 나 스스로를 속일 필요도, 남에게 더 멋져 보이려 부풀릴 필요가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다.

자신감이 생기니 자세도 좋아지고, 얼굴빛마저 환해진다.


중년의 나이 든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진 않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이렇게 내 한계를 조금씩 넓혀가는 중이다.



논어(論語) 옹야(雍也) 편 第10장章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염구왈, "비불열자지도, 역부족야."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畵.”

자왈, "역부족자, 중도이페. 금여획."


염구가 말하였다.

"저는 선생님의 도(道)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힘이 달릴 뿐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참으로 힘이 달리는 자는 중도라도 그만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너는 스스로 한계를 긋고 있을 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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