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치아 Aug 26. 2021

제발 후회하는 버릇 좀 고칠 순 없을까? 제발...

배경화면 출처 - 네이버 웹툰<파이 게임>

成事不說, 遂事不諫, 旣往不咎.
성사 불설, 수사 불간, 기왕 불구.

 
이미 이루어진 일이니 말하지 않으며, 
이미 끝난 일이니 충고하지 않으며, 
이미  지나간 일이니 탓하지 않는 것이다.


-논어[論語] 팔일 [八佾] 21장에서 발췌






내가 사는 소도시는 도시 한가운데를 작은 강이 흐르고 

강북과 강남을 잇는 다리 서너 개가 있다.


자영업을 하다가 망해서 돈벌이도 못하고

아이들은 어느 정도 커서 이제 손이 갈 곳이 별로 없고

대역병의 시대에 어디 갈 데도 없고, 헬스장 가는 것도 찝찝하니


강남에 있는 나의 집에서 강북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 또 다른 쪽 다리로 건너서 우리 집까지 11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그냥 걸어보자, 했다.


운동과 식단 조절을 통해 체중을 줄이고 체력도 기르고 몸매와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시기로 삼자고 다짐하고는

'걷기'가 좋은 운동에 심신을 단련하는 도구라는 정보는 익히 들었기에

그냥 걸었다.

큰 기대 않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살도 많이 빠지고, 

일단 마음이 건강해졌다.


물론 힘들기야 하지만, 그래도 걷다가 힘들면 좀 천천히 속도를 늦추거나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타의로 쉬기도 하면서 완급조절이 됐기에

할 만했다.


내가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나 하는 한탄이 몰려오며 눈물이 치솟을 때도 있고,

무거운 마음 따라 발걸음도 무거워져 중간에 돌아온 적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걸었다.

그러니 체력이 붙는 게 느껴지고, 다리 라인이 예뻐지고, 마음의 짐들이 땀과 함께 조금씩 빠져나가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이놈의 게으름 때문에 며칠 쉬기도 해서 체중 변화에 큰 차도를 보이진 못했지만

그래도 딱히 덤벨을 들지도, 힘든 런지 자세나 스쾃를 하지 않았어도

팔다리에 덜렁거리는 살들이 꽤나 빠지고 근육도 잡히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여름에 덥기도 하고, 

아이들 방학이 되면서 아이들이 내가 집에 있기를 원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운동을 미뤘더니 한 달 만에 다시 원상복구 되는 기분이다.


정말 핑계였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운동에 나가면 더위를 피할 수 있었고, 아이들이 자는 시간이니 아이들의 칭얼거림도 피할 수 있었다.

아니,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으니 내가 운동 갔다 오는 2시간 정도는 혼자 있을 수 있다.

물론 나더러 나가지 말라고 말은 했었지만, 내가 의지만 있었다면 나갈 수 있었고,

아이들도 집에서 하릴없이 뒹굴대는 엄마 모습을 보는 것보다

운동하고 땀 흘리고 오는 엄마 모습을 더 좋아했을 것이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방법을 알면서도 

망설이다 시간만 보낸 것이 너무 아깝다. 


... 하지만 후회를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더운 날 에어컨 틀어놓고 애들이랑 딩굴딩굴 잘 놀아놓고 이제 와  왜 나가질 않았냐며 날 닦달해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가 이렇게 후회의 말을 하면 신랑은 옆에서 "당신은 왜 이렇게 후회를 해? 어차피 지나갔잖아."라며 현명한 핀잔을 준다.


成事不說 (성사 불설 ) 이미 이루어진 일이니 말하지 않으며

遂事不諫 (수사 불간) 이미 끝난 일이니 충고하지 않으며

旣往不咎 (기왕 불구) 이미  지나간 일이니 탓하지 않는다


그래, 이미 지나가버린 나의 실패와 게으름을 후회해서 무엇하리. 말해봤자 어쩌랴. 과거의 내게 충고해봤자 바뀌는 것이 없다.

탓하지 말고, 오늘부터 운동하면 돼!





논어[論語] 팔일 [八佾] 21장



哀公問社於宰我. 宰我對曰 

애 공문 사어 재아. 재 아대 왈

夏后氏以宋, 殷人以柏, 周人以栗. 曰, 使民戰栗. 

하후씨 이송, 은인 이백, 주인 이율. 왈, 사민 전율.

子聞之, 曰:成事不說, 遂事不諫, 旣往不咎.

 자문지, 왈:성사 불설, 수사 불간, 기왕 불구.


애공이 (토지신)사에 관하여 재아(공문십철의 한 사람. 언변이 뛰어났다.)에게 물었다. 재아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하우 씨는 소나무를 썼고, 은나라 사람들은 측백나무를 썼고, 주나라 사람들은 밤나무를 썼습니다. 밤나무를 쓴 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하려 함이옵니다."

공자께서 이를 들으시고 말씀하시었다 : 내 이미 이루어진 일은 말하지 않으며, 끝난 일은 간하지 않으며,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탓하지 않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도에 그만 두면 아니 감만못하니라..는맞는 말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