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치아 Aug 30. 2021

어쩌다 가족이 되었지만 난 니가 너무 싫다.

시매제와 시조카를 싫어하는 소인배의 고백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불주 

군자는 두루 친하지만 내 편을 가르지는 않고,
 소인은 내 편을 가르면서 두루 친하지 않다.   


-論語(논어) 爲政篇(위정 편)- 14 章(장)




난 시누이와 시어머니 복이 있는 "희귀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친정 부모님이든, 시부모님이든 아이를 맡겨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서로 스트레스받고 거리도 멀어질 일이 많다.


어르신들은 손주를 예뻐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체력도 달리고, 정신적으로도 힘드시기에 

딸이나 며느리에게 "언제 퇴근하냐, 금요일 저녁에는 데리러 간다면서 왜 아직 안 오냐"는 둥의 연락을 자주 하시게 되며 원망이 쌓이고


아이를 맡긴 젊은 부부는 또 나름대로 사회생활에 치이고, 

돌봄 이모들보다야 부모님이 잘 봐주실 거라 믿고 맡긴 건데,

위생상태도 엉망이고, 

돈은 돈대로 드리면서도 자꾸 연락해서 신경 쓰이게 하니 짜증 날 일이 많다.


하지만 난 저런 스트레스를 겪어본 적이 없다.


대체 인원이 딱히 없이 작은 학원을 운영하며 아이를 낳다 보니


출산하고 5일 후부터 조리원에서 학원으로 출근했고, 

조리원 3주 나오면서 23일 된 핏덩이를 시댁에 데려다 놔야 했다.


시어머니는 내 몸조리에 신경 쓰라며 약도 해주시고, 우족탕도 끓여주시며, 평일 내내 아이를 봐주셨다.

그 당시 시누도 시집 안 가고 시댁에 같이 살고 있는 터라

내 아이를 얼마나 예뻐해 주고, 씻겨 주고, 먹여 주었는지

그 감사함이란, 

지금 떠올려도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한 물이 가득 차서 찰랑거리는 기분이 들만큼

따뜻해진다.


그런 시어머니께 너무 감사해서 나도 칼같이 금요일 퇴근하며 아이를 데리고 오고, 월요일 아침에 내가 애들 등원시키고, 시간 될 때마다 애들 데려와 쉬 쉴 수 있게 최대한 편의 봐드렸으며

교육비도  '돌봄 이모'들 월급보다 더 드렸다.

시누이에게도 틈만 나면 상품권 선물하며 

우리 셋 다 모두 신뢰와 배려로 다져진 관계를 맺어갔다.


하지만, 이 관계가  시누가 결혼하면서 조금 달라진 게

시매제가 완전 ㅈㅂㅅ같은 놈이다.


딱히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사람보다는 식물 같달까?

아무 생각도 없고, 의지도 없고, 처갓집에 와서도 처 자빠져 잠만 자려하고, 눈치도 없고, 가끔 모이면 음식 처먹는 거 외에는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상을 치우는데 또 가만히 앉아만 있고, 뭐 시켜야 겨우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게 없이 누구의 말로써 겨우 움직이는 수동적인 사람.


여하튼 큰 피해를 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너무 도움이 안 되는 데다

지가 뭐라고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고 있는 꼬락서니가 처음부터 그냥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데리고 살 남자도 아닌데, 1년에 몇 번 보지도 않는데, 그냥 무시했다.


시누가 시조카를 낳으면서 또 상황이 악화된 것이

그 시 매제네 집에서 이혼한 누나의 전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아이(그러니까 전혀 모르는 애)를 키워주느라 친손주인 시누의 아이를 못 돌봐준다 해서

시댁에 시조카를 맡기면서

시누네가 시댁과 가까운 곳에 이사하면서

너무나 자주 보게 되었고,

볼 때마다 그런 아무것도 안 하고, 처먹기만 하는 시매제를 볼 때마다 속 터져하고 그를 점점 미워하게 됐다.


그때 그냥 내가 학원 빨리 정리하고 애들을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2년을 그렇게 시조카 애와 우리 애를 다 맡겨서는 시어머니도 힘드셨고,

난 착실히 시 매제와 시조카에 대한 미움을 키워갔다.


내가 애들을 내가 키우면서 이젠 명절 때나 큰 집안 행사 있을 때나 마주치겠거니 했는데

시누이는 새언니인 나와도 내 남편인 본인 오빠와도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기에

주기적으로 우리 집에 먹을 것을 들고 왔다.


그때마다 차리고 치우는 건 언제나 나와 시누와 신랑 몫.

시매제는 계속 가만히 있기에

내가 폭발해서 

" XX아빠, 이거 치워! 이거 갖다 놔! "

시키면 그때서야 느리 적 느리 적 시킨 일을 겨우겨우 하는 걸 보며 복장이 터졌다.

내가 이토록 싫어하는 티를 내니 시누도 빈정이 상해 이제 만나는 횟수가 부쩍 줄었었는데


그러다 어제 또 우연히 시댁에서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시매제는 꼴보기 싫은 짓만 골라했다.


어제 저녁때부터 마음이 안 좋았던 게, 지금까지 마음이 어지럽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이토록이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내게 돈을 사기 친 것도 아니고,

내게 쌍욕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도움이 좀 안 된 걸로 이렇게나 사람을 미워하는 내가 소인배라서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타고나길 밴댕이 소갈딱지니 이게 바뀌기가 쉽지 않다.


걷기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작은 시아주버님과 재산 문제로 소송까지 갔던 다이내믹한 갈등을 겪었던 동생에게도 

"언니가 이렇게나 소인배다"라고 고백하고 나니


이제 좀 마음이 편해진다.


미워하는 걸 멈출 수 없다면, 되도록 안 보고, 봐도 안보며 사는 수밖에....





論語(논어) 爲政篇(위정 편)- 14 章(장)



子曰,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자왈, 군자 주 이불 비, 소인비 이불 주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군자는 두루 친하지만 내 편을 가르지는 않고, 소인은 내 편을 가르면서 두루 친하지 않다. "


 


.... 공자님 소인배는 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발 후회하는 버릇 좀 고칠 순 없을까? 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