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사랑함에 대한 이야기
뷰티 인사이드 (The Beauty Inside, 2015)
매일 변하는 남자가 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변한다. 남자라고 했지만, 그는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기도 하고 스물아홉이라고 했지만 어린아이였다가 노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남자이고 스물아홉의 김우진이다. 매일 변하는 남자가 김우진이다. 김우진을 김우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그’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의 정체성일까. 내면에 변하지 않는 무엇. 마음이나 생각이라고 불리는 것. 그 이전의 깊숙한 본질. 그는 매일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는 하루하루를 김우진으로 살아가고 존재한다. 그는 존재하며 사랑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 계절을 견뎌 단단하고 아름다운 결을 가졌다. 나무는 그 본질로 언제까지나 나무이다. 나무는 배가 되어 사람을 나르고 이야기를 나른다. 그리고 배는 의자가 되어 사람을 껴안고, 사람은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나무는 기타가 되었다. 기타의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무는 아름다웠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에 기반 한다. 사랑은 본질과 존재를 향한다.
우진이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그녀에게 고백하는 순간, 왜 우진은 여자이며 외국인이어야 했을까. 그토록 중요한 고백의 순간, 왜 외국어로 고백하게 했을까. 왜 여자의 모습이어야 했을까. 말과 글로 소통하는 것이 제일 정확한 것은 아니다. 분명하고 정확한 말로 모든 것을 전달할 수는 없다. 눈을 마주치고 내 진심을 전달하는 것, 내 마음과 분위기를 공유하는 것,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본질을 대면하고 존중하는 순간에 그가 어떤 외모를 갖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그에게 물었던 것은 마음뿐이었다. 그의 본질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나와 함께하고 싶은지 그것만이 중요했다.
이수는 사랑한다. 이수는 우진을 사랑한다. 이수는 우진이 우진이어서 사랑한다. 그가 잘생긴 사람이거나 조건이 좋거나 혹은 착하거나 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뷰티인사이드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를 봐야 할 것 같다. ‘내면이 아름답다’는 것이 반드시 ‘선하거나 착하다’는 의미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착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이는 내면이 고결하고 도덕적이어서 사랑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녀는 그의 내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변하지 않는 본질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의 관계를 반성한다. 어떤 관계에서 나는 그 사람보다도 관계와 역할에 더 집중했던 날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조금 더 그 사람을 보고 ‘사람’에 집중해야 됐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당신을 위해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존재에 집중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