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ny May 18. 2022

함께여도 외로운 날이 있다

요즘 나는 마음이 조용해지고 싶을 때, 푸-를 본다. 정신없고 뒤죽박죽인 이 일상들 안에서 그나마 평화로운 것은 화면 속의 이야기들 뿐이다. 아이의 기상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아이의 식사시간에 맞추어 촘촘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좀처럼 엄마와 떨어질 수 없다는 아이의 애절한 눈빛과 행동은 도저히 아이를 내버려두기가 어렵게 된다. 육아를 중점으로 두고 있는 일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잔잔해보이지만 그 안의 흐름은 도저히 평화로울수가 없다. 육아 이외에도 남편의 일을 도와 이런저런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나로서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감정의 항아리가 가득차 있어 조그만 자극에도 찰랑찰랑 넘쳐흐른다. 몸도 마음도 휴식이 간절하다. 한 개인에게 '자유로운 시간의 결핍'이 주는 것이 얼마나 가혹하고 외로운지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나날들이 행복한 날들도 있지만 슬프고 외롭기도 하다는 사실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가족 안에서 나는 행복하고 충만해야할 것만 같다. '엄마'라고 하는 역할 안에서 나는 외롭고 불편한 마음을 가짐과 동시에 죄책감이라고 하는 감정도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이 깊은 외로움을 누가 이해해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이 아닌 스스로의 자유의 결핍으로 인한 외로움이 분명하다. 내가 나를 잃어가는 것에 대한 슬픔과 외로움이 크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