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이별, 노력하지 않는 연애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가까워지자 연애를 쉽게 끝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대개 만난 지 100일도 채 안 되어 헤어지곤 하는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적은 나이도 아닌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일이 아닌데도 어쩐지 마음 한편이 씁쓸해진다. 연애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에도 실리를 따지며 '비인간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이 차갑고도 두렵기 때문이다.
물론 30대의 연애가 20대의 연애처럼 마냥 열정적일 수는 없겠지. 나 조차도 울고 불고 싸우며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들에 종종 회의감을 느끼곤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작은 노력마저도 포기해버리는 건 어쩐지 상대에 대한, 인간에 대한 기대를 놓아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름을 직면하는 것은 분명 불편한 일이지만 그럼으로써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잘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잘 다투고, 잘 풀어나가는 것도 건강한 연인, 성숙된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길이 아닐까.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은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서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격언처럼 퍼져있는 시대에 달나라 같은 소리이지만 나는 그의 의견을 지지한다. 우리의 관계에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것은 상대의, 나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 세상이 변화하듯 너와 나도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지한다는 것. 사람과 사랑의 힘을 믿는다는 것. 물론 정~말 아닌 경우도 있다. 안목을 기르자.
그래서 소심하게 읊조려본다.
너무 쉬운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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