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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원 Feb 08. 2016

전승되는 의지, 계승되는 유산

비정기 특집, 내 맘대로 NBA칼럼

NBA에는 역사적으로 알고도 못 막는 기술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조던의 페이더웨이'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조던이 구사하는
상대를 등진 포스트업 자세에서 뒤돌아 날리는 페이더웨이다
그리고 이 '무기'는 조던의 모든 것을 훔친 남자 답게
코비역시 가장 잘 쓰는 무기 중 하나였다


다만 이 둘의 차이는 확연히 존재했는데
조던의 운동능력이 모든 면에서 코비보다 조금씩 더 좋았기에
조던이 수비수를 멀찍이 떨어트려 놓고 샷을 올랐다면
코비는 샷을 쏘는 순간에 수비가 샷을 방해하려는 모습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슛을 성공시키는 모습이 변태스럽다고 

코변태라는  애칭아닌 애칭이 생기게 된다)


사실 페이더웨이 자체는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농구 경력이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시도해 볼 수는 있다
페이더웨이는 뒤로 상체를 눕혀 뛰면서 슛을 쏘기만 하면 된다
(참 쉽죠?)


뒤로 상체를 눕히는 이유는 수비수의 블락킹을 피하기 위함인데
누구나 쉽게 시도는 할 수 있는, 시도 자체는 쉬운 기술이지만
상체가 기울어져 슈팅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기 때문에
슛의 성공률은 결코 보장해주지 못하는, 

실전에서 쓰기에는 상당히 고난도의 어려운 기술이다

오른쪽으로 돌까? 왼쪽으로 돌까? 조던은 포스트업 자세에서 좌우 어디로든 돌아서 페이더웨이를 구사할 수 있었다.

때문에 NBA에서도 이 기술을 주 무기로 삼을 수 있었던 선수는
역사상 조던과 코비, 그리고 독일 사기꾼 노비츠키 정도이다


그런데 코비는 올해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고 

노비츠키는 한발을 드는 특유의 자세로 '학다리 점퍼', '학다리 페이더웨이' 라는 별칭이 붙었다

노비츠키 역시 코비와 동갑이기 때문에 언제가 마지막 시즌이 될지 모르는 상태다


따라서 이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는 선수의 맥은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얼마 전 LA 레이커스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즈의 경기에서 미네소타의 영건 위긴스와 레이커스의 노장 코비가 매치업이 된 적이 있는데 이 영건에게서 미약하지만 희망이 보였다


코비가 막 NBA에 입성하던 해에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을 위긴스가 코비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치더니
당돌하게도 그 기술의 장인을 상대로 

페이더웨이를 시도하더니 깔끔하게 샷을 성공시킨다
(코비는 96년 드래프티, 위긴스는 95년생)

페이더웨이 거장에 비하면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깔끔하게 성공시킨 위긴스

코비는 조던을 상대로 '조던의 기술'이던 

'포스트업 후 페이더웨이'를 성공시킨 

패기 넘치던 20여 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걸까
그 20여 년 전 자신을 향해 미소 짓던 조던처럼 

위긴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코트를 위긴스와 넘어가면서 말을 거는 코비
"That looked familiar"
"어 그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거다?"
아마 이어지는 위긴스의 대답이 그를 미소 짓게 만들었으리라
"I got that from you"
"이거 당신 보고 배운 거야"


(요즘 은퇴를 앞두고 많이 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지기 싫어하는 성정을 버리지 못한 이노무 영감은 

곧바로 3점 슛으로 응수한다. 

하지만 이 장면이 꽤나 감명 깊었는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이 샷이 제대로였다고 후배를 칭찬하기 바쁜 코영감이다)


코비가 조던을 향해 그의 기술로 도전했듯이
위긴스가 코비의 기술로 그에게 도전하는 걸 보며
사람들은 옛 향수를 추억함과 동시에
젊은 유망주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전승하고 계승한다는 게 고리타분하다거나 

과거에만 얽매이고 집착하는 걸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되려 과거의 유물이 앞으로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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