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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원 Feb 11. 2016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농구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농구팬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굉장히 유명한 명언이지만
사실 이는 굉장히 잘된 초월 번역문 중에 하나다.


원문은 사실

"Everybody was saying we couldn't win because of our size. But it's not about the size on paper, it's about the size of your heart"

이다. (굳이 번역은 안 해도.. 되겠죠?)


우리가 알고 있는 저 명언은 그냥 봐도 직관적으로 와 닿는 명언이기도 하지만 저때의 상황을 비추어보면 왜 저 말이 비농구팬에게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언인지 알 수 있다.


먼저 이 명언의 주인공은 사진 속 NBA 선수 앨런 아이버슨이다.

앨런 아이버슨의 콘로우헤어와 힙합패션은 농구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The  Answer라는 별명을 가졌고 (국내 팬들에겐 그래서 답 사마, 답 협 등의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저 콘로우 헤어와 헤어밴드, 암 슬리브는 그만의 아이덴티티다. NBA에 힙합패션을 유행시킨 장본인이며 역사상 가장 다시는 나오기 힘든 유니크한 선수로 꼽힌다.


평균 신장이 2m가 넘는 NBA에서  183cm라는 단신으로 신인상, 정규리그 MVP, 득점왕 4회(역대  최단신)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단지 그가 최단신에 속하는 선수임에도 이런 업적을 남긴 레전드라서 저 말이 유명해진 건 아니다.


저 말을 했을 때는 00/01년도 아이버슨의 필라델피아가 LA 레이커스와의 파이널(7전 4 승제)을 앞두고 한 말인데 당시는 모두가 리그 파괴자였던 레이커스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해외축구로 예를 들어 당시의 레이커스를 비유하자면 음.. 바르샤와 레알이 합쳐진 팀이 존재한다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그 팀이 우승할 건 너무나 뻔한 결과라서 그 리그는 아마 재미없을 거다.


당시의 레이커스가 그랬다. 역대 최강팀을 꼽을 때 항상 등장하는 팀이며 샤크와 코비역시 역대 최강의 원투펀치를 꼽을 때 항상 등장하는 콤비네이션중에 하나일만큼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중고등생들 싸움에 중무장한 성인 남성이 껴있는 상황이랄까?


그는 항상 커리어 내내 장신숲을 헤치고 득점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래서 리그의 모든 팀들은 한마음으로 Beat LA를 외쳤고 너무나 당연한 LA의 승리에 재미가 없어지자 심지어 NBA시청을 끊는 팬들이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는 그런 때였다.

게다가 파이널까지 올라오는 플레이오프에서 레이커스는 전승으로 올라왔고 파이널마저 무패로 이겨서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을 할 거라는 예측이 공공연하게 나오던 때였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처럼 레이커스가 아이버슨의 필라델피아를 4승으로 꺾고 우승했다면 저 말이 지금처럼 유명해졌을지는 의문이다.

파이널 첫 게임. 아이버슨은 코비와 15cm, 샤크와 30cm 이상 신장 차이가 났고 각종 골절과 타박상 등 무려 11 군데의 부상을 이겨내고 1승을 먼저 따내는 기염을 토한다.

당시 아이버슨이 가지고 있던 부상 내역


역대 최강 공격력을 가진 상대에 반해서 필리의 공격 옵션은 그가 유일했던 점을 상기해봤을 때 이건 그의 승리에 대한 열망과 투지, 집념이 아니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하지만 마치 산왕전 이후 깔끔히(?) 전국 무대에서 탈락한 북산처럼 그 이후 필리는 아이버슨의 분전에도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을 놓쳐 분했던지 각성한 레이커스에게 4 게임을 내리 내주며 더 이상의 기적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 기적과도 같았던 1승, 고작 1승에 불과하지만 그 고작 1승으로 사람들은 농구에서 승패를 가늠하는 건 신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굉장히 슬프게도 일반적으로 농구는 신장이 클수록 유리한 게임이다. 하지만 그런 현실에서 불가능해 보이던 기적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와 그의 퍼포먼스는 저 말과 함께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못하는 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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