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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의 행운을 기다리며

4년 만에 한국에서 보내는 가을

by 미네

아들과 한국 살이가 시작되곤, 두 개의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제 삶에 여유가 좀 나야 할 때인데, 돌아보니 여전히 할 일이 있네요.


아들이 주말에 듣는 과학관에서 실시하는 수업을 기다리며 과학관 안의 도서관을 서성이다 잊었던 책을 생각해 냅니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된다."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주호민의 만화 '신과 함께'(저승편) 중에서


이스탄불과는 다르게 엄마가 아들의 학교 안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는 한국 생활이지만, 여전히 고층 엘리베이터를 두려워하는 아들과 함께 아들의 학교 앞까지 오전과 오후 등하교를 같이 합니다.


아들과 등하교, 이제 그 녀석이 제가 필요 없다고 말하면 그만하려고 했는데 사실 이제 학교생활이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이건만. 계속해달라는 녀석이 귀찮았습니다.


그렇게 등교하는 똑같은 아침 일상, 늦잠 자는 아들에게 자꾸 늑장 부리면 제가 이제부터 등하교를 함께 하지 않는다고 말하니(생각해보니 협박이네요. 미안하다. 아들아.)

부리나케 일어나는 아들을 보곤, 오히려 아들에게 나쁘게 말한 저를 반성합니다. 아직 아들은 제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고마워. 정말.


아들의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기에,

여전히 시간 맞춰 먼저 가서 아들의 학교 앞에서 '안녕'하고 인사를 합니다.

"안녕^-^"



한국에 와서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 아들과 식당에 가서 몇 숟가락을 뜨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아나필락시스가 왔습니다. 사실 저도 외식을 하기 싫었지만, 친정에 갑자기 쳐들어 온 딸. 극심한 알레르기를 가진 손자과 함께 사는 탓에 삶의 큰 변화를 겪는 친정엄마를 달래고 싶은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운수가 나빴는지, 숨을 못 쉬겠다는 아들을 안고 응급실에 가는 길, 아들은 온몸이 휘어질 듯합니다. 식당에서 분명히 여러 번 아들의 알레르기 식품을 말했는데, 주문을 받는 사람에겐 저의 부탁과 확인이 별로 중요하진 않은 정보였나 봅니다.


응급실, 아들의 부은 얼굴과 가쁜 호흡에 달려진 호흡기가 두 달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네요. 한국살이 신고식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채소 푸릇푸릇한 한식보다 햄과 치즈가 가득한 피자가 아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인 게 우습네요. 결국, 두 달 동안 고구마무스 피자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아하하.




그리곤 다행히 아들은 학교에선 별 일이 없습니다. 아들 말을 들으니 알레르기를 고려해 특별식을 준비하시는 영양교사 선생님, 혹시나 하는 걱정에 급식 시간 동안 아들만을 집착에 가깝듯(?, 아하하 미안하고 죄송하고 감사해요.) 주의 깊게 보신다는 담임선생님까지, 아들의 알레르기 음식재료는 절대 학교에 가져오지 않는 착한 친구들까지 좋은 인연이 지금의 아들 학교에 가득한 듯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 예전 한국 생활을 위해 이삿짐이 오고 전학을 찬찬히 시켜야 하지만, 또 다른 변화로 생길 사고가 두려워집니다. 전학이 두려운 이유가 남달라서 참, 아하하. 지금 학교 근처에 살아야하나. 아하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또 걱정하네요. 아하하.




아들이 만날 사람들을 제가 모두 통제할 수 없건만, 저는 여전히 이스탄불을 떠나서도 불안을 안고 사는 건은 어쩔 수 없네요.

그런데 지금 아들의 한국의 학교 선생님들 참 좋으세요. 정말 많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어떻게 감사를 표현하면 좋을까 연구 중입니다.




오늘은 연재 하나 '이스탄불 국제학교 잡학사전'을 마치고, 지난주 아들을 챙기며 이사 갈 집 정리한다고 힘들다며 땡땡이친, 미네의 브런치 사상 최초의 소설 '이스탄불 에틸레르에 살아요'를 다 안 쓴 저를 정당화해 봅니다. 아하하. 번민의 계절입니다.


다음 주엔 꼭 연재하겠습니다. 이러다 격주 연재가 될지도 모릅니다. 아하하.

https://brunch.co.kr/brunchbook/liveinetiler


그리고 다음 주부터 연재될 '이스탄불 국제학교 잡학사전'은 이제 멤버십 연재로 진행하겠습니다. 늘 따뜻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encyclopedi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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