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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셋맘 Jun 07. 2022

엄마들이 운전을 배워야 하는 이유

Part3. 무늬만 엄마에서 진짜 엄마가 되다

 올해로 나는 운전 경력 15년 차가 되었다.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기동력이 좋아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CS강사로 강의를 할 때 나는 주 활동 무대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으로도 강의를 다녔는데 이때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만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차편이 해결되니 강의 장소가 조금 멀어도, 강의시간이 조금 늦어도 내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을 넘어 나만의 무기로 느끼게 된 것은 강사 시절도 아니오, 다름 아닌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다. 나는 첫째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서 사실 거의 운전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카시트에 앉히면 울어대는 아이로 인해 나는 항상 그 옆을 지키느라 병원을 갈 때도 마트를 갈 때도 심지어 나들이하러 갈 때도 남편이 운전대를 잡았다. 혼자서는 외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아기엄마 시절에는 나를 대신해 줄곧 남편이 차를 사용했다.



 첫째가 두 돌을 조금 넘겼을 때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늘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그로 인해 어린 둘째까지도 콧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한날은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남편이 출근하면서 자가용을 가지고 갔으므로 내가 기댈 곳은 택시밖에 없었다. 돌이 안 된 둘째를 아기 띠로 품에 안고, 첫째는 손을 잡고 5층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니 때마침 택시가 도착해 있었다. 뒷좌석 문을 열어 첫째를 먼저 태운 다음 몸을 숙여 택시에 오르는 순간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매캐한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담배 냄새였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는 창문을 내렸고, 급한 대로 가지고 있던 거즈로 어린 둘째를 폭 감쌌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도 한참 전이라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던 때다. 그런 상황에서 첫째와 나는 차 안에서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해 무방비로 담배 냄새에 노출되고 말았다.



 문제는 냄새만이 아니었다. 기사님은 아스팔트 위를 자동차 경주장처럼 내달렸고, 곳곳에 등장하는 방지턱에도 전혀 속도를 줄일 기미가 없어 보였다. 첫 번째 방지턱을 넘는 순간, 우리의 엉덩이는 좌석에서 ‘붕’ 떠서 자동차 천장에 닿을 듯 날아올랐고, 두 번째 세 번째 방지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날따라 병원까지 가는 5분 남짓한 거리가 50분처럼 느껴지는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그 후로도 아이와 함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몇 차례 더 이용해봤지만, 두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탄다는 것은 내게 쉽지 않은 도전과제처럼 느껴졌고, 다른 이들의 배려와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 계기로 나는 대중교통 대신 다시 운전대를 잡기로 결심했다.




출처 오마이뉴스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탔습니다. 김예린>



 오마이뉴스 연재글 중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탔습니다>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일이 생긴 글쓴이가 걸어서 약 20분, 버스를 타면 세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느낀 감정을 글로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저상 버스를 타려고 했던 그녀는 몇 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는 리프트에 아이가 타고 있는 23kg 정도 되는 유모차를 들고 앞문으로 버스에 올랐다. 어렵게 올라탄 저상 버스 안에는 휠체어나 유모차를 고정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불안한 마음에 그녀는 유모차 자체 고정 장치를 누르고,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유모차 손잡이를 꼭 잡고 서 있어야만 했다.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기사에게 리프트를 내려달라고 두세 번 요청했지만, 탔을 때와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인 버스 기사와 승객들의 눈치가 보여 더는 리프트를 요청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시 23kg 무게의 유모차를 들고 버스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고, 앞으로 아이의 안전을 담보로 유모차를 가지고 버스 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교통 약자를 배려하는 대중교통 문화가 하루빨리 자리 잡길 희망하는 동시에 이 문제가 하루아침에 개선되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씁쓸해졌다.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에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꼭 운전을 배웠으면 한다.










 엄마들이 운전을 하면 좋은 점이 참 많다. 첫 번째는 아무리 짐이 많아도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 한번 하려고 짐을 챙기다 보면 넣은 것도 없는데 가방 하나가 꽉 차고도 모자라다. 특히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젖병이며 기저귀며 챙겨야 할 게 산더미인데 가방은 이미 지퍼가 안 닫힐 정도로 포화상태다. 한참을 더 넣어야 하지만 가방이 꽉 차면 하는 수 없이 작은 가방 하나를 더 꺼내 남은 짐을 넣게 된다. 이 정도로 끝나면 귀여운 수준이다.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면 짐은 더 늘어나는데 숟가락, 물통은 필수고, 여름과 겨울에는 보온. 보냉백도 반드시 챙겨야 하므로 짐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겨우 짐을 챙겨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목적지까지 걷다 보면 등에 멘 가방은 어찌나 무거운지 거기에 유모차 장바구니 칸에 실린 작은 가방과 아이 무게까지 더해지면 어느새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건 뭐, 힐링을 하러 나온 것인지 노동을 하러 나온 것인지 분간이 안 가는데 여기서 함정은 가져간 아이의 짐 대부분이 그대로 돌아올 것들이라는 것이다. 아이와 외출 한번 하려고 했을 뿐인데 집으로 돌아오면 팔부터 어깨까지 안 쑤시는 곳이 없고, 다시는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지 않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주말에도 출근한 남편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엄마가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상황은 180도로 달라진다. 챙겨야 할 짐이 아무리 많아도 차에 실으면 그만이다. 닫히지 않는 가방에서 이걸 뺄까? 저걸 뺄까?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 좋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차에서 유모차를 내려 작은 가방 하나에 당장 쓸 물건만 챙겨 가볍게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은 엄마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두 번째 장점은 마음만 먹으면 그곳이 어디라도 다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운전을 하면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동범위가 넓어진다. 지난해 여름, 남편이 해외파병을 떠나기 전 국제평화지원단에서 교육받고 있을 당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휴가가 전면통제 되었다. 그로 인해 출국할 때까지 남편은 집에 한번을 오지 못했고, 나는 처음으로 남편 없이 아이들과 여름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내 솔직한 심정으로는 시원한 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만 있을 아이들이 내내 마음에 걸려 결국 나는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던 갯벌체험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과연 혼자서 두 아이를 데리고 잘 다녀올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내게는 차와 운전할 수 있다는 무기가 있기에 더 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갯벌 가기 하루 전날, 나는 아이들이 잠든 틈에 갯벌에서 놀이할 장난감과 여벌 옷, 간식 그리고 놀이 후 아이들을 씻길 생수를 넉넉하게 챙겼고, 그것들을 미리 차 안에 실어두었다. 다음 날, 나는 아이들과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갯벌로 향했고, 1시간 조금 넘게 달려 도착한 갯벌에서 신나게 놀다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의 친구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다며 나를 추켜세웠고, ‘나도 빨리 운전면허를 따야겠다.’, ‘장롱면허인데 도로주행을 시작해야겠다.’라며 운전에 굳은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장롱면허였던 몇몇 엄마들이 도로주행 연수를 받았고, 운전을 시작했다. 운전의 신세계를 경험한 그녀들은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운전하고 육아의 질이 달라졌어요!”



 육아의 질도 바꿀 수 있는 게 운전이다. 그러니 엄마가 운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는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인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를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다.


‘차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엄마들이여~ 운전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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