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날
퇴근하고 추워서 이불속에 잠깐 들어가 있으면 울 강아지가 내 겨드랑이 있는데 와서 자기 얼굴을 내 팔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서 아주 편안하게 하품을 하고 눈을 감는다. 일어나기가 미안해서 그렇게 한 십 분쯤 있다가 “나 일하러 가야 돼” 하면서 일어나면 나를 그렇게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그래서 오늘은 거의 삼십 분을 가만히 있었다. 애초에 눕지 말아야지 생각하다가도 집에만 가면 일단 눕고 본다. 강지는 쿨쿨 잘도 잤다.
울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다.
맞벌이 부부였고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는 엄마를 나는 잠도 안 자고 기다렸다. 그렇게 엄마가 오면 꼭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는데 엄마는 널린 집안일을 해야 한다며 많은 시간을 내게 주지 않았다. 나는 엄마랑 시간을 보내려고 엄마가 오기 전에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걷어서 개고 집 청소도 했는데, 내가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엄만 늘 할 일이 있었다. 어린 내가 일을 해봐야 얼마나 야무지게 했을까, 오히려 일을 더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대학을 가고 직장인이 되면서 엄마는 몸이 안 좋아지셔서 일을 쉬게 됐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무언갈 하시고 나보다 더 바쁘게 일하신다.
엄만 왜 맨날 바쁠까,
울 강지도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처럼.
그래서 퇴근하고 삼십 분 정도는 같이 누워 있으려 한다. 일을 조금 늦게 시작하긴 해도 마음이 편하니까 됐다.
소소하지만 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