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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Apr 11. 2024

집짓기 22주 차

창호, 배관 등 설비작업 feat. 백일

99일 차 2024년 4월 1일 월, 6도/19도

1. 설비- 배관작업
2. 창호 반입설치

명일 : 설계감리미팅 / 방수작업 / 창호설치

주방후드의 덕트 자리까지 깔끔히 마무리 (현장소장님의 매운 손끝이 보인다.)
4층, 3층 창호설치

이 집에서 창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하다. 공원 풍경을 크게 담아낼 다이닝룸의 창은 물론이거니와, 건물 입구에서 시작해 현관으로 들어설 때, 아늑한 2층에서 골목을 내려다볼 때, 그리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보이는 하늘과 빛을 가득 담아내는 욕실까지... 모든 공간들이 제각각 다른 모습의 빛과 풍경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런 일상을 기대하고 있다. 매일 바뀌는 풍경과 날씨, 그리고 하늘의 표정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니 셀레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풍경을 담아낼 창호가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앞으로의 일상을 한층 더 실감 나게 해주고 있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컬러에 튼튼하고 좋은 제품으로 골라주셔서 바람과 추위에도 끄덕 없을 거란 생각에 아늑함까지 더해져 기대감의 온도가 점점 상승 중!


100일 차 2024년 4월 2일 화, 7도/24도

1. 설비 배관작업
2. 창호 반입설치
3. 방수

명일 : 설계감리미팅 / 설비 / 방수 / 창호설치

백일떡 "현장은 물론 건축주 마음까지 안전했던 100일"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나란히 배치된 지하와 1층 입상배관
수평계로 딱 맞춘 창호 프레임 설치 / 프레임 설치 후 꼼꼼히 보양
옥상 방수작업 (꼼꼼히 반복)

입상배관 : 서로 다른 층 간 연결된 건물의 내부 배관. 수직으로 연결되어 오수, 배수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정 클램프로 안전하게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설비작업이 시작되면서 자주 확인하게 되는 것이 '정렬'이다. 디자인 전공자라서 인지, 그냥 성향인 건지, 어쩐지 오와 열이 맞지 않은 레이아웃을 보면 여간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불편함 보다는 감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러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7년 전 대수선에 가까운 구옥을 리모델링하면서 크게 한번 폭발했던 일이다. 현장의 모든 콘센트와 스위치 커버가 전부 조금씩 삐뚤어진 걸 발견했을 때였다. 마침 현장에서 전기공사를 하는 걸 지켜보니, 드릴로 부품을 벽에 박는데 '드르륵, 드르륵, 드륵!' 하면 끝이 나는데 매번 마지막에 커버가 약간 돌아가면서 조여지는 거다. 그러니 정말 하나도 똑바로 설치된 게 없었다. 단숨에 현장소장님을 찾아가 처음으로 쓴소리를 했다.

"제가 뭘 더 잘해달라는 게 아니에요. 정해진 자리에 바르게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요?"

그때 당시 공사를 맡은 설계사무소의 소장님에게 들은 답에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게 제일 어려운 거예요. 이게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수준이고요."

내가 생각했던 당연함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니, 놀랍다 못해 힘이 쭉 빠지는 답변에 그 후 나는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50개는 족히 넘었을 삐뚤어진 콘센트와 스위치 커버는 당시 현장소장님이 일일이 풀고 다시 맞춰 놓긴 하였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수평이 바르게 맞춰지고 가지런하게 놓인 창틀을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나란한 배관과 야무진 마무리를 발견할 땐 카타르시스에 가까운 감정까지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건설현장 수준이 그렇지 않다는 걸,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고 자부심을 가진 장인들이 존재하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도 감사할 일이다. 전에 겪었던 일이 또 있을 수 있다는 마음속 불안을 말끔히 사라지게 한 누림건설 이소장님의 꼼꼼함과 세심함은 단연코 'I'm 신뢰'입니다.


101일 차 2024년 4월 3일 수, 14도/20도, 비

1. 설비 - 배관작업
2. 창호 설치
3. 금속 - 외부계단
4. 국토부 안전점검
5. 설계 마감 미팅

명일 : 방수 / 금속

1층 창호, 2층 방화창 설치
외부계단 설치

전날 밤, 조소장님이 보낸 대문 디자인 안을 살펴보다 잠이 들어버렸다. 이제 선택해야 하는 것들은 상당히 디테일한 수준이다 보니 그만큼 결정도 쉽사리 내리기 어려워졌다.

처음 대문 디자인을 보고 알바 알토의 유려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목재문을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소장님도 "건물의 첫인상이자 전체 건물을 상징하기도 하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동네 분위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문"을 고민하고 있다니, 나 역시 선뜻 하나를 고를 수가 없었다.

일찍 일어나 포토앨범을 뒤지면서 멋 꼼꼼히 살펴본 후 의견을 정리해서 회신했다. 두 안 모두 각기 다른 장점이 있다 보니, 전날 마음을 정한 안과 오늘 아침 일어나 레퍼런스를 찾으며 비교해 본 후 선호 안이 바뀌었다.

무엇이 되어도 멋있을 거 같고 전체 건물의 느낌과는 어떻게 어우러질지 컬러 선정도 고민거리가 되겠다.

알바 알토의 Villa Carre
대문 디자인 A vs. B

세대분리가 가능한 로비폰을 꼼꼼히 알아봐 주어서 현장소장님과 같이 공원에서 의논해 보았다. 로비폰은 비용도 크게 차이가 나지만, 실내 설치용이다 보니 외부 설치 시 날씨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탓이 설치위치부터 관리까지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다가 단독주택에 적합한 대문 벨과 비밀번호 관리가 가능한 간단한 버전(Comax 41DK)을 선택하기로 했다. 카메라가 있어 방문자 확인이 가능하고 홈오토로 출입문 개폐를 할 수 있다. 마침 동네를 걷다가 동일한 모델이 설치된 건물을 봤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외부에 설치하기에도 부담이 없겠다. 우리집은 깔끔하게 매립형으로 설치 예정.

망원동이 아름다워지는 계절 / 동네 신축건물에서 발견한 현관벨 (우)


102일 차 2024년 4월 4일 목, 12도/20도

1. 설비 - 수압테스트
2. 방수 - 화장실 시작
3. 국토부 안전점검 지적사항 처리
4. 설계 미팅

명일 : 방수 / 금속

온냉수 배관 수압테스트 / 욕실 방수작업
옥외계단 설치 완료 / 옥상 2차 바닥방수
컬크스 자재 샘플 (좋은 품질, 높은 가격,  높아지는 눈)

일조권 침해를 피하기 위해 옥상으로 가는 외부계단이 가파른 편이다. 그럼에도 만듦새는 역시 좋다. (망원동 인정, 장인 금속 사장님) 컬크스 오크목재(무늬목)는 가격대가 높아서 드랍하고 오크로 적절한 수준의 자재를 찾아보기로 했다. 무늬목은 원목을 얇게 붙여서 자연스럽게 원목효과를 내는데 컬크스는 컬러나 촉감 모두 아주 좋지만, 내장 가구도 꽤 있고 부담되는 수준이긴 하다. 오크는 나뭇결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그래서 '참'나무인가?


103일 차 2024년 4월 5일 금, 10도/19도

1. 설비 - 매립수전 설치 및 이동
2. 방수 - 외부 층간 조인트 벽방수
3. 금속 - 옥상 두겁 파라펫 시공

명일 : 방수 / 금속 / 이건 방화창

층간 외벽이 만나는 부분 방수 / 두겁 파라펫 시공

창호가 붙고 본격적인 내부 작업이 시작되기 전 방수작업도 한창이다. 욕실, 주방 등 물 쓰는 곳에 대한 내부 방수도 있고 옥상과 테라스, 외벽 등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챙기고 있다. 결로나 누수는 건물의 하자로 이어지기 때문인지 방수를 위한 처리들이 여러 가지가 있나 보다. 옥상은 물론이고 층과 층이 만나는 지점을 방수처리하고, 두겁 파라펫을 넓게 설치해 빗물이 건물로 스미지 않고 바깥으로 흘러가게도 한다. 또, 건물보다 돌출된 파라펫은 빗물이 건물을 타고 흐르면서 생기는 외장재 얼룩도 방지해서 내구성을 올려준다고 한다. 

건물(집)은 거친 외부환경을 피해 아늑한 생활공간을 만드는 것이니, 바람과 비를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게 당연한 순리겠고, 물이나 습이 건물의 재료를 손상시키다 보니 이를 피하기 위한 기술이 많이 발달한 모양이다. 부디 바람과 비를 잘 막고 결로나 누수를 만나지 않길 바라본다.


104일 차 2024년 4월 6일 토, 8도/19도

1. 창호 - 방화창시공
2. 설비 - 냉. 온수 + 위생배관 완료 후 자재 반출

명일 : 금속 / 방수

방화창 설치

창틀 설치를 위해 벽을 뚫는 등 내부공사를 하면서 생기는 소음이 있다. 그렇다 보니 주말에는 시끄러운 공사는 피하고 현장 작업을 줄이는 쪽으로 했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개화시기도 맞추기 어려워졌다는데 어쨌든 늦게나마 벚꽃이 한창이다. 꽂이 지고 나면 곧 나무들은 서둘러 푸르러질 것이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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