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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un 30. 2024

집짓기 32주 차

전기, 수도, 상하수 시설 인입 공사

본격적인 마감공사 시작에 앞서 많은 공정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잡혀있어 긴장과 걱정이 함께 있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겪은 후 쓰는 것이므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1차 계획은 실패였다. 물론 일은 계속 진행되었고 많은 이들이 현장을 오갔다. 어떤 일이든 그러하듯 열심히 한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시간과 노동이 의미 있게 활용될지 여전히 궁금한 숙제로 남았다.


155일 차 2024년 6월 10일 월, 19도/31도

1. 내장목공 화장실천장, 커튼박스 작업
2. 마감 자재반입 (목공, 타일)
3. 건물 주변 미철거 벽체 철거 시작
4. 인입 공사비 및 원인자부담금 처리 (전기, 수도)

명일 : [전기] 콘센트, 스위치 설치, [내장목공] 가벽 시공, [금속] 난간내부난간대 시공, 가구 협의


주간일정 : 목공, 타일, 인입공사

[수] 내장목공 - 가벽천정 커튼박스 시공
[목] 내장목공 - 간접등 천장 석고보드 2P 시공, 보일러시공
[금] 전기, 오폐수 인입, 정화조 인입, 내장목공-석고보드 2P 시공
[토] 내장목공 - 계단천장 하지작업
[월] 옥상 단열재 설치. 타일시공. 계단천장 하지작업
[화] 계단천장 힙판시공, 루버 시공, 수도인입 예정
[수] 주차장 천장 하지작업
타일, 목공, 전기 작업을 위한 자재 반입
설치 대기 중인 엘리카 H16 천장 후드
내부 목공 작업
남은 벽체 철거

내부 마감은 목공부터 시작된다. 그와 동시에 외부 마감이 진행되고 각종 설비가 인입되기 시작한다. 인입은 상수, 하수, 전기, 통신 등 도시의 인프라에 집의 시설을 연결하는 일이다. 먼저 정화조 설치와 통신, 전기공사, 수도 인입이 시작되었다. 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공사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사용승인(준공허가)을 받아야 입주하게 될 텐데 사용승인의 큰 틀이 기본적인 의식주가 가능하도록 불이 켜지고. 난방이 되고. 물이 나오고, 오수처리가 되면 필요한 시설은 다 만들어졌다는 의미이니 이제 그런 공사 단계가 된 것이다. 한편, 공사 현장은 결과물의 가시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시공사의 손익 또한 점점 가시화되는 시점이라 초반에는 없던 우려가 간혹 생기기도 한다.


수도, 전기, 가스 등 시설을 인입하는 비용은 건물의 위치나 인프라까지의 거리가 각양각색이라 정확한 견적을 산정하기 어려워 건축주 부담으로 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 들었으나, 자료를 찾아보니 지자체의 조례에서 정한 산식에 따라 계산하여 부과하는 구조라 건축주가 직접 부담한다고 하고 이게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신주가 바로 집 앞에 있고 원래 주택이 있던 자리에 지은 거라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보도블럭을 들어내고 땅을 파서 관로를 연결하는 작업이 포함되어 '도로복구 원인자부담금'까지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특히, 수도와 정화조(오수처리)는 상수, 하수 처리비와 도로복구 원인자부담금을 지자체가 부과하고 계약된 시공사가 처리하는데, 각각 도로를 파고 각각 원인자부담금을 내는 건 일반인인 건축주가 보기에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보다 더 모호하고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전기와 가스이다. 전기는 한전에 계획한 전력량을 기준으로 시설분담금을 내는데, 전신주에서 건물까지 연결하는 비용은 시공업체에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사내역과 비용이 명확지 않거나(전기) 아예 견적서가 제공되지 않은 채 건축주에게 비용 납부가 요구되고, 시설 인입일정에 임박하여 현장에서 전달을 받다 보니 검토할 시간도 부족한 채 비용을 지급하다 보니 모든 상거래가 명확한 스펙과 가격비교로 이루어지는 요즘 시대에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현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건축주 입장에서 어떤 근거의 비용을 지급하는 건지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이 되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여전히 이해가 안 된 부분이라 내용을 살펴보고 실제 소요 비용과 기준을 추가로 정리해보려 한다.


156일 차 2024년 6월 11일 화, 22도/32도

1. 내장목공 = 화장실 천장, 커튼박스 작업
2. 옥상 단열재 자재반입
3. 금속 - 난간대 설치
4. 전기 - 콘센트 스위치 설치 및 테스트
5. 가구협의

명일 : 내장목공 가벽 천장 및 커튼박스 시공

3층 목공사
4층 목공사
내부 금속 난간대 설치
단열재 반입 / 콘센트 설치 및 테스트

목공사가 열심히 진행되고 있다. 실내작업인데 서향이라 햇볕도 세고 날이 뜨거워지고 있어 작업하기 좋은 환경은 아닐 텐데 꼼꼼한 목수님들의 손길이 그대로 나타난다. 자로 수치를 재고 잘라 붙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목공을 하는 분들은 품질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가지고 계신 듯하다. 옆에서 부채라도 부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지만, 실제 현장은 톱밥 먼지가 바닥에 수북해 말할 때마다 모두 콜록콜록;;;


공간에 맞게 붙박이장 넣는 걸 검토했다가 가구 제작비용이 크게 나와 이케아 팍스(PAX) 시스템 옷장을 넣고 SKYTTA 슬라이딩 도어를 넣기로 했다. 4층은 상부가 열린 구조라 내부 틀을 붙박이 업체에 별도로 주문하려다가 내부 목공팀과 의논해 뚫린 부분을 간단히 막기로 했다.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상부가 열려있는 상태에 슬라이딩 도어를 다는 게 구조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 판단되어 지지대를 추가하여 마감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공간에 맞게 제작하면 딱 맞게 마무리는 되겠으나, 시스템 가구만큼 내부 구성이 다양하지는 못할 거라 쓰임새를 생각해서 변경했다. 


조명을 넣을 때가 되어 살펴보니 매립등을 많이 쓰면서 깔끔한 것은 좋은데, 독립적인 '조명'을 다는 공간이 적어지면서 가지고 있는 조명 중 일부는 쓰임새가 없어진다는 걸 알았다. 황급히 전기도면을 펼쳐놓고 매립등이 아닌 조명을 쓰고 싶은 위치와 조명을 정리해서 조소장님에게 공유하였다. 이미 스위치 분배가 다 끝난 상태라 전기를 연결하되 스위치는 센서를 활용하거나 IoT 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현장에서 전기 테스트를 하면서 두 달 전에 알리(Aliexpress)에서 구매한 벽 매립형 센서등이 사실은 '센서'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어 경악! 판매자가 오배송을 한 건데 알리는 이런 일이 꽤 잦아 늘 확인이 필요하다. 그래선지 반품과정이 잘되어 있어, 받은 지 꽤 지난 제품이지만 취소를 하고 센서 내장제품으로 재구매했다. 

이케아 SKYTTA 슬라이딩 도어 설치 협의 (좌. 이케아 플래너 / 조소장님 현장작업 가이드)
공간별 보유조명 활용방안 전달 및 협의


157일 차 2024년 6월 12일 수, 19도/32도

1. 내장목공 - 4층 천장 시공, 가구 상판 시공
2. 옥상 단열재 설치
3. 금속 - 난간대 설치

명일 : 내장목공 간접등 천장석고보드 2p 시공, 보일러시공

4층 천장 목공작업 / 붙장이장 천장 작업
4층 목공작업
내부 금속 난간대 작업
유리블럭 하지 설치

붙박이장 천장 설치가 되고 나니 상상과 현실의 괴리가 느껴진다. 계단실 쪽 복도가 좁은 만큼 창을 면한 서재로 들어오는 채광을 나눠주고 서로 연결된 느낌을 주도록 천장을 띄우고 유리를 넣기로 했는데, 작업 후 장 높이가 올라가고 붙박이장 깊이만큼 상부가 길어지니 원래 의도한 효과가 실제로 있을지 감이 잘 오질 않는다. 오히려 서재 쪽은 천장과 분리되다 보니 붙박이장이 강조되면서 공간이 좁아 보이는 듯한 인상도 있다. 보자마자 '천장까지 올렸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계단실 입장에서는 내가 상상하지 못할 뿐 '어떤'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니 기다려 보기로 한다.


내부에는 금속난간이 추가되면서 계단실이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더불어 유리블럭 설치를 위한 프레임 작업도 진행되었다. 마치 기성품을 붙인 것처럼 딱 떨어지는 형태라 보기가 참 좋다. 한번 더 에이스 인증!


계획한 원목마루 시공일정과 이케아 주방가구 반입일정이 비슷하게 잡혀 1주일 연기하기로 했고, 전기작업에 앞서 스위치와 콘센트 구매목록을 최종 확정하는 중이다.


158일 차 2024년 6월 13일 목, 20도/33도

1. 목공 - 4층 천장 2P 시공
2. 지하 펌프실, 1층 화장실 벽체
3.  단열재 양중

명일 : 전기, 오폐수 인입, 정화조 인입, 내장목공 천장석고2p 시공, 보일러 설치

목공작업
욕실 트렌치 자재 선정 (욕조, 욕실, 다용도실)

먼지가 많은 걸 보여주는 것처럼 현장에서 보내온 사진마저 뿌옇다. 매일매일, 뚝딱뚝딱 내부 목공작업이 층별로 진행된다. 일을 잘하시는 베테랑 작업자가 현장에 오시면 걱정없이 일이 차곡차곡 돌아가고 결과가 쌓인다. IT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시스템으로 품질을 관리하는 구조가 되기 어려워 결국 작업자의 역량이 결과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곳도 마찬가지이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시간과 결과가 달라진다. 게다가 미흡한 결과는 재작업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재작업의 결과가 더 좋다는 보장도 없으니 어디까지 요구해야할지 당연한 것도 고민거리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잘하는 사람이 잘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되니 일을 맡긴 사람도 편해진다. 지금 목공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그렇다.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로 자재 계산부터 관리, 작업까지 척척 알아서 하신다. 이럴 때는 서로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무엇을 할지만 잘 알려주면 된다...... 그리하여 모두가 평화로운 그림이 되는 건데 아쉽게도 늘 좋은 그림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159일 차 2024년 6월 14일 금, 21도/33도

1. 목공 2층계단 천정 2P 시공
2. 지하 펌프실, 화장실 벽체
3. 정화조 인입
4. 보일러 설치
5. 전기 인입

명일 내장목공 계단 천장 하지 작업

정화조 하수관 인입 시공
전기 통신 인입 시공
보일러 시공 / 목공 작업
욕실 벽체 작업

인입 공사비를 지급 후 정화조와 전기통신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인입은 미리 관할기관에 신청한 후 진행되는 거라 일정을 미리 조율해야한다. 전기통신 인입과 하수관 작업이 함께 진행되었는데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마무리 작업 중이었다. 흙먼지 탓인지, 더운 날씨 탓인지 뜨거운 오후 햇살 아래 모두가 꽤 지쳐 보인다. 종일 현장은 시끌시끌 했던 모양이다. 전기통신과 하수관 시공업체들은 모두 땅을 파내고 작업을 해야하는데 각자가 내가 맡은 일만 하고 가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작업 현장에서 갈등이 있었던 모양이다. 


일의 강도나 다루는 도구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중장비가 움직이는 순간, 목소리가 커지고 거친 대화가 오가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포크레인 정도의 작은 기구였지만, 한동안 자로 재어 자르고 붙이거나 도장하는 작업이 주로 일어나던 현장에서 소음도 꽤 있었을텐데 별 이슈없이 진행되어 다행이다. 


이제 전기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정화조가 잘 설치되었고, 하수관이 준비되었다. 수도와 가스 인입이 남았고 오늘 서부수도사업소에 '급수공사비 및 원인자 부담금'을 납부했다. 근생 공간마다 별도 수도계측을 하려니 비용이 꽤 커서 근생 공간의 수도사용이 그리 크지 않을 거란 판단 하에 근생과 주택, 두 개로 분리하면서 60만원 가량 급수공사비를 절감시켰다.


160일 차 2024년 6월 15일 토, 22도/28도, 비

1. 목공 - 4층 계단, 슬라이딩 도어다리 설치, 도어 수정

차주 : 

월. 옥상 단열재 설치, 타일시공 시작, 3층 내장목공, 수도계량기 입고

화. 계단천장 힙판시공, 루버시공

수. 주차장 천장 하지 작업

목. 타일시공, 목공작업

금. 타일시공, 목공작업, 수도인입

토. 타일시공, 목공작업

 난간대 설치
4층 도어 수정 및 도어 다리 설치

비가 오면서 더위가 그나마 수그러 들었다. 붙박이장에 슬라이딩 도어를 붙이려니 출입구의 미닫이 문을 일부 가릴 수도 있을 거 같아 고심 끝에 문 폭을 줄이기로 했다. 가구도 들어와야하고 출입구가 여유있는게 당연히 좋겠지만 붙박이장과 치수가 맞지 않아 튀어나오게 되면 문도 못쓰고 보기에도 이상할 것 같아서이다. 일반적으로 방문의 크기는 900mm이고, 욕실문은 공간 크기에 비례해서 그보다 작게 잡는다고 한다. 가구만 들어온다면 사용하는데 별 문제는 없을 듯 하여 최초 870mm 가량이던 문폭은 700mm 정도로 좁히기로 했다. 작업단계라 길게 고민할 수는 없어서 빨리 결정하고 마음을 먹었다. 짐을 조금만 넣도록 하자!

(책상이니 침대니 해체가 필요할텐데 손상되진 않을지 걱정은 남아있다.)


처음으로 힘들다 느껴진 한 주


7개월 남짓 집을 짓는 과정을 겪으며 대체로 설레고 즐거운 날이 많았는데, 처음으로 고민과 불안이 겹친 한 주 였다. (성급한 판단으로 글을 쓰고 후회할까 우려되어 잠깐 휴지기를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관리감독 기관은 '집'을 짓는 건축주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집을 짓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부터 대부분 온갖 규제의 영향을 받게 된다. 철거 및 건축허가부터 시공과정, 사용승인까지 복잡한 규제들이 구석구석 잔소리처럼 널려있다. 도시 경관과 안전한 주거환경을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나의 집'을 가지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현실화 시키려는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의 비양심적 행동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생긴 규제겠지만, 이는 곧 시공사의 몫이고 건축주의 비용으로 이어진다.


반면, 관리감독 역할 이외에 대부분 난생 처음 집을 짓는 건축주를 위해서 해주는 공공 서비스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주에 일어난 전기통신, 상하수도 시설 인입 과정을 겪으며 든 생각인데, 건축주 입장에서는 모두 공공이 관리하는 인프라이고 어차피 전기니 상하수도니 연결하는 시설이 다를 뿐 신축 건물 주변에 땅을 파고 관로를 연결하는 작업은 비슷해 보인다. 인입시기 역시 비슷하고 실제로 같은 날에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시설별로 업체를 선정하고 도로복구원인자부담금을 각각 내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 신축건물에 대한 시설 작업이 효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관할구청이 조정해 주어도 시간과 비용, 그리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필요한 R&R 전쟁도 없어질 거 같기 때문이다. 두어 달 전 봉림산업 대표님이 해주신 얘기가 떠오른다. 


"집을 짓는 분들은 경제적으로도 아주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현장들이 다수 업체의 일감을 만들어 내고 많은 근로자의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금도 많이 내지 않는가?"


반면, 관리기관인 공공은 소규모 주택의 건축주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나? 감시하고. 감독하고, 지적하고, 비용을 부담하라는 요구는 자주 들었지만, 여태 뭘 해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세분화 되고 새롭게 생성되는 규제 덕분에 건축주의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작은 현장의 업체들은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려니 수지가 맞지 않고 살 궁리를 위해 편법을 찾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시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고. 이런 식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과한 규제말고 관리기관이 지원하는 건축주를 위한 실질적인 서비스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진다.


일반 시민들이 집을 짓는 건 평생에 한 번이기도 어렵다. 그래서 소규모 현장에서 책임감을 찾기가 어렵다고도 한다. 그런데 정부의 시스템도 겉모습만 다를 뿐 똑같아 보인다. 매일 뉴스에서 나오는 주택 취득의 혜택이 주택엔 없다. 소박한 집 한 채를 지어도 별별 간섭이 촘촘하게 마련되어있는데, 이것들이 소규모 건축주의 편익을 고려했다기 보다는 건축주와 건설현장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찾아내겠다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제도는 도시를 얼마나 아름답고 살기 편하게 만들었을까? 도시 설계자들은 구체적인 일상이 그려지지 않는 조감도에서 벗어나 현실 위를 걸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의 일상과 삶의 질이 도시의 풍경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한다.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도 어렵게 똑같이 생긴 고층 아파트 일색의 도시풍경과 투자가치 최고라는 역세권 조감도는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신뢰를 깨뜨리는 건축현장의 기준없는 견적내기

인입공사를 하면서 시공업체가 소개한 업체와 인입 견적을 받고 계약을 맺게 되었다. 수도같은 경우 수도사업소에서 급수시설인입과 도로복구비용까지 표준화된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되어 할말이 없다. 반면, 전기와 가스는 인입 시공 업체와 직접 계약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이나 시공사가 업체를 찾아서 견적과 함께 알려주기 때문에 직접 연락을 하지 않고 대금을 지불하게 된다.


게다가 대금 지급이 되어야 공사가 진행되는 구조이므로 바쁜 현장상황을 감안하여 신속히 처리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도 없고 견적서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나는 그들이 무슨일을 하는 지 정확히 모르고 적정한 비용을 청구한 것인지 정보도 없으며,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시공사 현장대리인의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시공업체 한 곳으로 부터 견적서와 협상을 끝낸 대금을 전달받고는 항목을 한번 더 확인해 보았다. 첫번째 인입공사 견적이기도 했고 인입금액이 내 예상보다 커서 꼼꼼히 볼 수 밖에 없었다. 현장징의 일감을 맡고 있는 업체인데 견적서 항목 일부가 공사내역과 중복되어 현장소장님을 통해 문의해 견적서를 다시 요구했다. 이미 네고를 한 금액이라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하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로 받은 견적서는 중복항목이 빠지고 금액이 산정된 것이 아니라 당초 있던 항목에서 금액이 조정되거나 중복된 항목이 사라지고 새로운 항목이 생겨면서 네고가로 제시한 금액과 일치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집을 짓는다 말하면 어김없이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듣는게 순서이다. 그러면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 좋은 분들과 만나 너무 즐겁게 하고 있다'고 자랑처럼 말했다. 그렇지 않은 현장도 있다면서, 내가 운이 아주 좋다고. 

잘 아는 사람이 보면 별거 아니라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집을 짓기로 한 후 지난 1년 반 동안 가지고 있던 감사함과 뿌듯함이 기준없는 견적서 한 장으로 크게 흔들렸다. 속상한 마음과 그래도 신뢰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면서 처음으로 집짓는 일 때문에 힘든 한주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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