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이를테면 '극렬'한 사람이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노조 생활을 했고, 자라는 내내 하셨다. 어느 날은 집에 와보니 아버지가 빡빡머리가 돼서 집에 있었다.
노조 한다고 삭발도 했다. 해고도 당했다. (결과적으론 복직하셨다.)
그렇다고 내 아버지가 김일성을 좋아한다거나, 이 나라 사회구조에 근본적 문제가 있으니 다 때려엎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버지는 북쪽 김씨일가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한다. 공산주의에 별 미련도 애초에 관심도 없다.
그냥 노동조합을 했을 뿐이다.
신기한 것이, 어느 정권 까지는 노조에 대해 그나마 사람들이 '그런가보다.' 하던 것이 어느 정권 부터는 빨갱이 종북으로 되어버렸다. 빨갱이 아니고, 종북은 더더욱 아닌데.
여름 즈음 지하철에서 "노조가 뭔가를 하는 중이니, 기차가 늦게 온다. 양해 부탁 드린다" 라는 안내와 "미친 빨갱이 새끼들" 이라는 시민 분의 목소리를 들었다. 집에 와 궁금해 찾아보니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유는 열차가 과속하면 기관사에게 책임을 묻는 법 때문. 출처는 굳이 조선 일보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5/2017080500077.html
테슬라 해고 노동자들이 공장 앞에서 시위 중이라는 기사를 보고 문득 내 아버지 생각이 났다. 머스크도 노동자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지 싶다. 누구는 빨갱이고, 누구는 미친 자본가 여서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