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내 좌우명이었다. 최근에야 깨달은 건데 이 생각은 위험하다.
'한 번 할 때 제대로 한다'라고 일이 되지는 않는다. 일은 계속 끊임없이 시도하다 운이 맞아떨어질 때 된다.(그래도 될까 말까 하지만) 해서 무언가를 이루려면 계속해야 한다. 비가 올 때까지 지낸다는 인디언들의 기우제처럼. 계속.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이 '계속'을 막는다. 우리(내)가 하는 일은 항상 뭐가 좀 어설프기 때문에 매번 제대로 할 수는 없다. 이내 우리(나)는 '아 다음에 제대로 준비해서 하지 뭐.'라는 길로 쉬이 빠지게 된다. 여기에 정말 많이 속았다. 그래, 다음에 제대로 하지 뭐.
다음에 제대로는 없다. 다음도 그다음도 한동안은 계속 어설프다. 처음이니까, 몇 번 안 해봤으니까. 어떤 일이건 계속해야 잘해지는 건데 그걸 몰랐다. 몰랐다기보다는 외면했다. 실패는 부끄럽고 되도록 겪고 싶지 않으니까. 제대로 할 때만을 한 번의 시도로 치면 실패도 그만큼 줄어드니까.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일을 미루게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좀 모자라다. 좀 더 해봐야지. 좀 더 한다. 여전히 눈에 안찬다. 미룬다. 기한이 되고 여전히 결과물은 마음에 안 든다. 양해를 구한다. 좀만 더 해볼게요. 기한까지 늘였으니 이제는 정말 잘해야 한다. 될 리가 있나. 모두가 불행하다.
일단은 내 눈에 '제대로'가 아니어도 일을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 그리고 도움을 구했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제대로 하려고 마음만 괴로웠다. 기한에 늦는 것 자체가 더 큰 실패라는 사실을 외면했다. 제대로 해서 가져가면 모든 게 용서될 거야.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오래 걸려 많은 폐를 끼치고서야 깨달았다.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위험하다는 걸. 부족함을 인정하고 일단 해보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모두에게 낫다는 것을. 그게 정말 제대로 하는 법임을 이제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