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열심히 하면 이렇게 까지도 합니다.
추석에 심심해서 적어보는 게임 이야기. 게임을 진짜 '열심히' '열과 성을 다해' 하는 인간들은 어떻게 까지 하나에 대해 적어봅니다. 일단 제가 1,160시간 한... 20대 중반을 갈아 넣은 카스 글옵 얘기부터.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지금은 스팀(Steam)으로 더 잘 알려진 벨브 사에서 만든 FPS(총싸움) 게임입니다. 양 팀은 각 5명으로 이루어지며 각 테러리스트(이하 테러), 카운터 테러리스트(이하 대테러)라고 부릅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편을 시간 내에 모조리 죽이거나(공통), 폭탄을 설치한 뒤 일정 시간 이상 버텨 폭파에 성공하거나(테러), 시간을 끌어 끝날 때까지 버티거나(대테러), 테러리스트가 설치한 폭탄을 해체하면 됩니다.(대테러)
각 라운드는 1분 55초로 이루어져 있고, 테러리스트는 폭탄 설치 후 40초를 버티면 승리하고 대테러는 폭탄을 해체하는 데 10초(도구를 구입할 경우 5초)가 걸리니 폭탄 설치 후 30~35초 내에 테러리스트를 모두 처치해야 합니다. 한 게임은 총 30라운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양 팀이 15라운드씩 테러, 대테러를 바꿔서 플레이하며 한쪽 팀이 16라운드를 가져가게 되면 승리합니다.
졸라 재밌습니다. 짜릿해.
전 세계적으로는 아직도 피크 접속자 수 60-80만 동시접속자 수 20-30만 정도로 큰 인기를 끄는 갓겜이지만, 한국에서는 2004년 벨브가 스팀을 출시하면서 불거진 피시방 추가 과금 논란으로, 피시방에서 보이콧해버리면서 사실상 거의 사장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킹든갓택이 차지했습니다.
* PC방 등 개인 사용자를 제외한 공공장소에서 카스를 플레이할 경우 월정액 요금을 따로 받겠다는 밸브사의 새로운 정책으로 국내에서만 40만 장 가까이 판매된 카스를 선두에 서서 주도한 PC방의 패키지 제품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PC방 업주들 커다란 반발이 일어 켰고, 지금은 PC방의 판매가 전면 중지될 위기에 놓여 있다 출처 : 아이 러브 PC방(http://www.ilovepcbang.com)
이 게임을 열심히, 열과 성을 다해 인생을 갈아 넣어하는 사람들이 어떻게까지 하는지에 대해 적습니다.
1) 일단 맵 구조와 명칭을 모두 외워야 함
스테어 하나 땁, 씨티에 하나. 한 명은 몰라. 아까 하이미드였어. A싸이트 들어온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싶으실 텐데, 게임을 열심히 하려면 일단 맵 구조와 각 장소의 명칭(Callout)을 모조리 외워야 합니다...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설치해야 하는 곳을 싸이트(Site)라고 부르는데, 맵마다 보통 2군데 있습니다. A와 B. 대테러는 보통 적절한 인원 배분을 통해(A 두 명, B 2명, 미드 1명 식으로) 테러를 저지합니다.
팀원들과 계속해서 상황을 공유해야 하고, 매번 음.. A 쪽 먼 쪽에 하나 이렇게 말할 수는 없으니 명칭을 외워 이를 통해 소통합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으실 텐데 겜 열심히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명칭(Callout)은 나름 논리적으로 이름 지어졌기 때문에 좀만 노력하면 외우기 어렵지 않습니다. A 사이트 옆에 언덕은 언덕이니 Ramp(비탈길)이고, A 쪽 들어오는 통로 중 짧은 길은 A Short, 먼 쪽을 A Long이라고 부릅니다. A Long에 있는 구덩이는 구덩이니까 Pit이고 구덩이 옆은 구덩이 옆이니까 Side Pit. 참 쉽죠..? 가끔 이게 왜 이름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뭐 어쩌겠어요 약속인데. 그냥 외우세요.
위 사진은 국민맵 Dust2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이런 맵이 한 7~8개 되니까 다 외우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더스트 2, 무기 창고, 미라지, 인페르노, 고가도로, 자갈돌, 기차, 핵시설 다 외워야 함 ^^7 왜요. 꼬아요?
2) 폭각을 외우셔야 합니다. (연막탄, 섬광탄, 수류탄, 화염탄)
FPS(총싸움)을 잘하려면, 최대한 야비하게 상대방은 손해보고 나만 이득 보게 하면 됩니다. 상대방에 입에서 "게임 X같이 하네."가 나왔다면 당신은 개고수.
말씀드린 대로, 테러는 대테러가 거점을 지키고 있는 것을 몸으로 밀고 들어가서 적을 사살하고 폭탄을 설치해야 하는데요. 아무래도 지키는 쪽이 유리합니다. 문틈을 노려보고 있는 쪽과 문에서 나가면서 쏴야 하는 쪽. 아무래도 미리 노려보고 있던 쪽이 유리하겠죠? 해서 각 진영은 여러 투척 무기(연막탄, 섬광탄, 수류탄, 화염탄)로 적을 교란해야 합니다. 테러 입장에서는 문틈을 보고 있던 대테러 상대가 문틈을 못 보게 그 앞을 가려야겠죠?
그러려면, a) 정확히 어느 위치에 서서 b) 어디에 마우스 커서를 두고 c) 어떤 세기로 연막탄(혹은 섬광탄)을 던져야 하는지를 모조리 외워야 합니다. 그게 저 위에 더스트2 연막탄 완벽 공략의 정체입니다. 또 외워야 돼...
주로 지형지물을 기준으로, '처마와 문 끝을 교차하는 선의 중앙을 바라보며, 박스를 등지고, 2 발자국 정도 달려가며 점프해서 던진다.' 이런 식입니다. 아까 명칭(콜 아웃)이 수십 개였죠? 이것도 열댓 개씩은 외워야 합니다. 아니 뭐 이렇게 까지 해야 돼? 이기려면 해야 합니다. 아 물론 맵별로 요. 맵 8개였던 거 기억하시죠? 아, 연막탄만 했을 때 열댓 개라는 거고 섬광탄, 수류탄(화염탄)도 외워야 됩니다.
3) 총별로 총알의 움직임(반동)을 외우셔야 합니다.
카스를 처음 하면, 초보자들이 주로 하는 행동이 달려가며 총쏘기, 점프하며 총쏘기인데요. 이러면 총알이 튀어서 안 맞아요. 총은 멈춰 서서 쏴야 합니다. 처음 게임하면 배우는 게 '총은 멈춰 서서 쏘는 거다.'입니다. 막 입으로 중얼중얼 되뇌면서 게임합니다... '총은 서서... 총은 서서..'
다음으로는 총을 연발로 쐈을 때, 총알의 움직임(반동)을 외우고 이를 억제해 줘야 하는데요. 무슨 말인가 하니.
위 gif는 국민 총 AK 47의 반동 제어를 알려주는 건데. 그냥 드드드득 30발 한 탄창을 다 쏘면, 총알이 위로 솟다가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으로 튑니다. 그러니까 쏠 때 마우스를 그 반대 방향. 즉 아래,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옮겨줘야 합니다. 그래야 원래 쏘고자 했던 점으로 총알이 날아가요.
프로들은 보통 다 외우기 때문에 한 탄창(30발) 정도는 거의 한 점에 꽂습니다. 아 물론 저 총알이 퍼지는 패턴도 총마다 다르기 때문에, 주요한 총들은 웬만하면 외우셔야 합니다. 외운다고 그게 되는 건 아니고, 몸에 익혀야 되기 때문에. 벽보고 총 바꿔가면서 계속 연습합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무튼 꼬우면 아시죠..?
(작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