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걸 Nov 09. 2015

여행 첫날이 왜 이렇게 길어!

해외에 가족이 함께 하는 자유여행이라는 것을 한 줄로 표현해 본다면 "위기를 만날 수 있지만 함께 즐겁게 헤쳐 나가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을 떠나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헤어지는 친구가 있고 더 가까워지는 친구가 있다. 여행의 결과물이다.


가족이기에 나는 충분히 내 아내, 내 남편, 내 아이, 내 부모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몰랐던 아내의 남편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하고 공고하게 해주는 것이 여행이고, 남편에 대한 무한 신뢰와 대화의 창을 열어주고 이어가게 하는 것이 여행이며, 두 자매의 성격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함께하는 것이 더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해외로 "개고생"하면서 얻게 되는 자유 가족 여행의 맛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부부는 과감하게 여행을 떠나 보라!

자녀에게 더 넓고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갖게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가 있다면 함께 떠나 보라!


투자된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애틋한 마음을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족이 만들어져서 돌아올 수 있다.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을 짜서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자유 여행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으랴?


지난 밤의 악몽을 뒤로하고 환전과 먹을 것을 잔뜩 실은 기대와 희망의 아반떼는 목적지인 샤프란 볼루까지 쉼없이 달려간다.


아풀싸 어쩌랴?

환전 후 저녁을 먹고 출발하니 이미 날은 컴컴한 저녁시간...


길도 모르고 네비양은 낯선 영어로 "렙턴" "롸잇턴"을 외쳐대고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네 시간을 운전한 후 가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겨 쉴만한 곳을 찾아 두 눈을 번뜩거리는데... 뒤에서는 아빠의 운전 실력을 믿고 몰려오는 피곤을 뒤로한채 행복한 꿈을 꾸는 '꿈마차 아반테'가 되어 있었다.


드디어 쉴 만한 곳을 발견.

휴게소처럼 생겨 한 쪽에 차를 대고 들어가서 볼 일을 해결하고 나오면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붙잡고 군것질 하며 나오는데 다짜고짜 차에 물을 뿌리고 닦아내내더니 세차비를 내란다. 20리라란다. 1유로당 약 1400원, 1유로에 2.77리라 한화 약 1만원에 해당하는 세차비를 주인에게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고 그냥 강탈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 암! 우리는 쌩큐만 연발하며 차로 탑승 출발하려고 하자. 당황한 세차요원 터키어로 뭐라고 하지만, 실제 터키어를 모르는 우리 가족 연발 쌩유...

결국 손에 쥐고 있던 3리라를 건네주었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출발한 희망의 아반테는 달리고 달려 늦은 밤 10시를 넘기고 있었고... 으슥한 좁은 밤길을 한참을 더 달린 후에 11시 50분 가량의 늦은 시간에 첫번째 숙소인 샤프란볼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서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인천 공항에서 8시 10분에 출발하여 그날 저녁 자정 00시 20분 도착하여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렌트카 사건을 온 몸으로 겪으며 렌트카로 오후 3시에 출발하여 첫 목적지인 샤프란볼루에 늦은 저녁 12시 직전에 도착하여 짐을 끌고 침대에 곯아 떨어졌다.


이제 드디어 첫날 여행 시작이다.

아니 도대체 첫날 여행이 왜 이렇게 길어!

다 모든 일이 여행 첫날이야!

출발도 첫날, 도착도 첫날, 우리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작가의 이전글 그 빗이 아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