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가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 바람이 분다
동풍과 남풍이 부딪히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곶, 오륙도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이다. 장자산 기슭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바다로 돌진하다 물가에 닿자마자 몰려오는 파도에 부딪히며 날아올라 수면에 다섯여섯의 흔적을 남기고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곳, 이곳은 정확히 동해와 남해를 갈라놓는 날카로운 칼날이다.
이 칼날 위에 난무하는 검광처럼 바람이 남에서 동으로, 동에서 남으로 어지러이 불어댄다. 바람은 몸에 부딪쳐 묵직한 하중을 부려놓으며 누가 잡기라도 한 듯 몸부림치며 손을 뿌리치듯 온통 옷자락을 펄럭이며 지나간다. 낚시줄에 걸린 물고기의 묵직한 당김과 마지막 순간 온 힘을 다해 꼬리를 퍼덕이는 뒤틀림과 같은 이 바람은 원초적 생명의 꿈틀거림이며 온 몸에 살아 있음을 절감하게 하는 퍼덕임이다.
몸과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은 바람은 수면에 부딪혀 주름진 물결을 만들어 바람이 지나간 흔적을 만들어 내고 연이은 바람이 솟아 오른 물결의 끝부분을 산산이 부서뜨리며 공중으로 쳐올려 하얀 물방울을 날리는 모습이 마치 국지적으로 작은 눈보라가 치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곳 오륙도는 코리아 둘레길의 원점이다. 동으로는 한반도의 등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700km의 해파랑길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는 들쑥날쑥 굽어진 남해안의 해안을 따라 구비구비 이어져 1470km나 떨어진 해남 땅끝까지 다도해의 섬들을 동행 삼아 이어진다. 이 몸이 자유로우면 저 바람 따라 남파랑길을 돌아 돌아 땅끝까지 가고 싶은 욕망이 바람따라 몸부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