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머리 염색해라!"
집사람이 아침에 나가면서 던진 짧은 한 마디. 잔소리보다 힘이 세다.
2평 남짓한 커트집, 내 차례가 되자 뒤에 손님이 한 사람 더 있었다. 원장님이 좀 바쁜 듯, 이 바쁜 와중에 염색까지 하려면 좀 짜증이 나겠다 싶었다. 하지만 지난 번에도 뒤에 손님이 많아 염색을 포기했었는데, 이번에는 미룰 수 없다.
"염색되요?"
"앉으세요."
원장님은 현명하게 순서를 바꾼다. 원래는 커트부터 하고 염색을 하는데, 이번에 염색부터다. 염색물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다음 손님을 처리한다. 그 와중에 전화가 온다.
"지금 문 열었나요? 지금 가도 되나요?"
"손님이 있어 좀 기다려야 되는데..."
"그럼 기다리면 되죠. 지금 갈께요."
조금 후 전화한 손님이 들어온다. 막 커트를 끝낸 원장님이 새로 온 손님에게 좀 기다려 달라 하면서 나에게 머리를 감자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순식간에 나의 머리를 끝내 버린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열어 카드를 꺼내어 계산을 하고 다시 카드를 스마트 폰 케이스에 넣고 커트집 문을 밀고 나선다.
"스마트폰은 챙기셨죠?"
갑작스런 원장님의 물음에 나는 순간적으로 주머니를 뒤져 본다. 없다. 앉았던 자리에 놔 두었나? 없다. 약간 어떨떨. 어어어. 어디있지?
커트하려고 자리에 앉아 있던 다음 손님이 거울을 통해 이것을 보고 있다가 말한다.
"손에 들고 있네."
그제서야 내 손에 있던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온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던 감각도 다시 돌아온다. 그래 내 손에 들고 있었어. 그게 어디 갈 데가 있나? ㅎ 멋적게 웃으면서 커트집 문을 밀고 나섰다.
말로만 듣던, 영상으로만 보던 그 일이 드디어 나에게도 닥쳤구나 하는 자괴감과 더불어 비시시 멋적은 웃음이 삐져나온다.
그런 영상이 있었다. 여동생이 스마트폰을 챙겨들고 나간다. 조금 후 오빠는 여동생의 폰을 찍은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낸다. '스마트폰 놔 두고 나갔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그걸 본 여동생은 급히 스마트폰을 되찾으러 집으로 돌아온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그리고 여기저기 뒤진다. 오빠가 말한다. "손에 들고 있는 거, 그것은 뭐야?" ㅋㅋㅋ
그래. 이건 나이 탓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