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언맨 Sep 23. 2023

건망증일까? 아닐꺼야!

"오전에 머리 염색해라!"    


집사람이 아침에 나가면서 던진 짧은 한 마디. 잔소리보다 힘이 세다.


2평 남짓한 커트집, 내 차례가 되자 뒤에 손님이 한 사람 더 있었다. 원장님이 좀 바쁜 듯, 이 바쁜 와중에 염색까지 하려면 좀 짜증이 나겠다 싶었다. 하지만 지난 번에도 뒤에 손님이 많아 염색을 포기했었는데, 이번에는 미룰 수 없다.    


"염색되요?"  

"앉으세요."    


원장님은 현명하게 순서를 바꾼다. 원래는 커트부터 하고 염색을 하는데, 이번에 염색부터다. 염색물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다음 손님을 처리한다. 그 와중에 전화가 온다.    


 "지금 문 열었나요? 지금 가도 되나요?" 

"손님이 있어 좀 기다려야 되는데..." 

"그럼 기다리면 되죠. 지금 갈께요."    


조금 후 전화한 손님이 들어온다. 막 커트를 끝낸 원장님이 새로 온 손님에게 좀 기다려 달라 하면서 나에게 머리를 감자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순식간에 나의 머리를 끝내 버린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열어 카드를 꺼내어 계산을 하고 다시 카드를 스마트 폰 케이스에 넣고 커트집 문을 밀고 나선다.     


"스마트폰은 챙기셨죠?"     


갑작스런 원장님의 물음에 나는 순간적으로 주머니를 뒤져 본다. 없다. 앉았던 자리에 놔 두었나? 없다. 약간 어떨떨. 어어어. 어디있지? 


커트하려고 자리에 앉아 있던 다음 손님이 거울을 통해 이것을 보고 있다가 말한다.     


"손에 들고 있네."    


그제서야 내 손에 있던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온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던 감각도 다시 돌아온다. 그래 내 손에 들고 있었어. 그게 어디 갈 데가 있나? ㅎ  멋적게 웃으면서 커트집 문을 밀고 나섰다.     


말로만 듣던, 영상으로만 보던 그 일이 드디어 나에게도 닥쳤구나 하는 자괴감과 더불어 비시시 멋적은 웃음이 삐져나온다.     


그런 영상이 있었다. 여동생이 스마트폰을 챙겨들고 나간다. 조금 후 오빠는 여동생의 폰을 찍은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낸다. '스마트폰 놔 두고 나갔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그걸 본 여동생은 급히 스마트폰을 되찾으러 집으로 돌아온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그리고 여기저기 뒤진다. 오빠가 말한다. "손에 들고 있는 거, 그것은 뭐야?" ㅋㅋㅋ   


 그래. 이건 나이 탓은 아닌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