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걸어서 책방 외출

안목이 넓고 깊고 높아야...

by 아이언맨

여름 내내 얼굴을 붉히던 배롱나무의 화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 옆에 어제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석류가 서너 알 달려있다. 저기 울타리 앞에 보라색이 흔들리고 있다. 방아꽃인가? 노란 털머위꽃도 막 피기 시작한다.


바다, 물빛은 탁한 초록, 구름이 지나가는 자리엔 짙은 남색, 수평선 쪽엔 초록. 물빛은 수시로 변한다. 광안대교 너머로 하얀 돛이 어지러이 떠 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하얀색과 검은색을 버무린 수묵화 작품처럼 펼쳐져 있다.


바람이 차갑다.


유홍준의 <안목>을 찾으러 광안리 해변 서점에 나왔다가, 안목의 높고 깊고 넓음을 생각한다. '사회를 보는 눈은 넓어야 하고, 역사를 보는 눈은 깊어야 하고, 예술을 보는 눈은 높아야 한다고.'


구름을 피한 가을볕이 뜨겁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