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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ngland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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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Oct 09. 2016

Season2, What have I done?

먹고 보고 먹고

한주간 난 무엇을 했는가?

지난주 토요일, 꿈에 그리고 그리던 노래방에 갔다.

목요일에는 런던아이를 타고 그리운 짬뽕을 먹었다.

금요일에는 생에 처음으로 랍스타를 먹었다.

겨울나기 옷을 샀다.

공부도 열심히 했다.


노래방, 정말 오랜만이였다. 나만 특별히 그런건 아니겠지만 한국 남자라면 한번쯤은 노래방에서 밤새워 노래를 불러보거나, 혼자 동전짜리를 바지주머니속에서 짤랑 짤랑 흔들며 오래방으로 향하거나, 이별 후 눈물젖은 성대를 마르도록 외쳐보았을 것이다. 물론 노래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드롣 있겠지만. 아무튼 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오래방을 여자친구삼아 매일매일을 보냈었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영국은.. 인생에서 뭔가 아주 중요한 톱니바퀴가 하나가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였다. 그 어디에도 나만의 공간이나 노래를 부를 곳은 없었고 콧소리로 흥얼거리는게 전부였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눈치보며 목소리를 높이다 그림자가 다가오는 모습에, 창문이 열려있는 집에 놀란 마음을 숨키며 숨소리를 죽이고 그곳을 벗어나기에 바빴다.


그러던 찰나에 노래방에 갈 기회가 생겼다. 역시 다문화의 도시 런던답게 한국식 노래방이 있는 곳이 3군데나 있었다. 전부 주점식으로 되어있긴 했지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게 어디인가. 브라이튼에서 온 나와 같이 노래에 목말라있는 친구와 다른 몇명과 함께 노래방에 갔다. 이렇게 쉽게 가는거 왜 이제껏 안갔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알다시피 물가가 장난이아니다. 소주한병에 만오천원에 파는 곳에서 노래방을? 얼마나 비쌀지 눈감고도 뻔했다. 한시간에 40파운드, 즉 육만원.. 키야.. 사람이 모이지 않는이상, 모인다한들 시간의 압박에 몇곡 부르지도 못한다. 아.무.튼 결국 노래방을 갔고 목이 터져라 질렀다. 그 해방감. 그 자유로움. 덕분에 한국돌아가기 전까지의 시간동안 버틸 힘이 생겼다.


한껏 스트레스를 풀고, 밤새 친구들과 논 다음에는 잠시 학업에 집중했다. 그러다 우연히 목요일에 런던아이 티켓을 싸게 공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해서 9.5파운드에 런던아이를 타게되었다. 런던아이란 영국의 템즈강옆에 설치된 엄청 큰 관람차다. 우리가 흔히 아는 놀이공원 관람차가 아니다. 빛나고 빙글빙글도는건 같지만.. 같지만... 그러고보니 뭐가 다르지?... 뭐 런던의 상징이기도하고 런던에서 가장 끝내주는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에 한번쯤은 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타기전 짬뽕 한 그릇

원래 두명에서 가기로 했지만, 친구 한명이 갑작스레 감기가 걸리는 바람에 차가운 강바람은 안좋다고 생각해서 결국 혼자만 왔다. 뭐 혼자타는게 더 집중하기에 좋아서 별로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노트와 펜을 챙기고 버벅거리는, 언제꺼져도 이상하지 않은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탑승준비를 마쳤다. 평일이라 그런지 걱정보다 줄이 길지 않았고 10분정도 기다린 후에 런던아이를 탔다.

런던아이는 관람차이긴한데 차량 구조가 특이하다. 흔히들 캡슐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콩처럼 생겼다. 안에 는 중앙에 타원형의 벤치가 설치되어있고 창가 곳곳에는 갤럭시패드가 설치되어있었다. 조명은 여러 색상이 뒤섞여 천장에서 비추어내리고 있고 관람차임에도 흔들거림이나 소음하나 없이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꼭대기에 올라서서 본 야경은 최고였다. 사진에서나 보던 풍경이 눈앞에, 발밑에 그려져있었다. 내가 탄 시간이 7시쯤이였는데 딱 해가 지는 순간이라 최정상에 도달했을 때 해는 완전히 지고 완벽한 어둠 아래에서 도시의 조명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다 좋았는데.. 한가지 아쉬웠던건 카메라를 들고가지 않았단 것이다. 다들 자기들 얼굴만한 카메라와 렌즈들을 차곡차곡 꺼내어 놓더니 앵글을 잡아가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도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핸드폰으로 찍어봤지만.. 아시다시피.. 핸드폰으로 야경을 찍어봤자... 노이즈로 가득한 유화그림으로 보일 뿐이다. 뭐 아쉽지만 다음에, 정말 혹시나 다시 탈 기회가 생기면 그 때는 꼭 챙겨가야겠다.


다음날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반 친구랑 랍스타를 먹으러 갔다! 랍스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부르주아의 상징이아닌가. 어릴적 흔히들 부자집아이에게 랍스타 먹어봤냐고 괜시리 물어봤던 기억이난다. 뭐 분명 랍스타이긴 한데 음식집 이름이 '버거 엔 랍스타' 다. 뭔가 랍스타앞에 버거가 붙으니 급격스럽게 싸보이는 기분이 들었지만 아니였다. 예전부터 들어는 봐서 이름은 알고있었는데 알고보니 매일 튜브역에서 내려서 학원까지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있었다. 분명 난 '버거' 스러운 식당은 본적이 없었는데.. 알고보니 엄청 삐까 뻔쩍한 레스토랑이였다. 그냥 보기만해도 돈내야할 것 같은 그런 곳. 화려한 외관답게 음식도 장난아니게 비쌌다. 햄버거하나와 작은 랍스타세트가 28파운드.. 역시 랍스타...

랍스타도 맛있었지만 햄버거도 나름 괜찮았다. 입이 싼 내가 고기 질이 좋다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워낙 버거킹만 들락날락 거려서 일 수도있지만 소고기 스테이크를 그냥 빵과 토마토로 데코레이션해서 내놓은 것 같은 버거였다. 랍스타는 먹기 좋게 반 잘라져서 나왔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랍스타 집게발 모양의 집게와 좁은 구멍을 팔 수 있는 스푼, 포크로 이리저리 발라먹다 결국 귀찮아서 다 팽겨치고 손으로 집어먹었다. 역시 기품있게 먹는건 내 스타일이 아니였다.


요즘 약간 먹는거에 한이 맺힌듯한게 느껴진다. 거의 7개월가량을 싼 재료들만 사들고 요리해먹거나, 패스트푸드로 떼웠다보니 맛있는 음식을 한번 먹기 시작하니 주체할 수 가없다. 학원을 옮기고 거기서 사람들이 너무 맛집을 많이 소개해준것 때문이기도 하다. 몰랐으면 태생이 귀차니즘으로 가득한지라 찾아보지도 알아보지도 않아서 안갔겠지만 알게되니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되었다. 물론 통장잔고가 나를 자연스럽게 멈춰주지만 말이다.


뭐 어떤가 겨우 2달남았는데 그 동안 못해본거 못먹어본거 다 먹어보고 가면되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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