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동 Jan 24. 2016

글을 적는 이유.

느릿한 생각정리.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줘.

나는 다시 벙어리가 되었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초만, 아니 10초만 기다려줘.

질질 끄는 나를 멀뚱히 보던 그녀는 재미가 없다는 듯,  ‘에이, 그럼 담에 해줘’  하고 말을 끊었다.

재미있는  이야기해줘.

오래전 사귄 여자친구가 늘 나에게 했던 말.  대답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는 말했다.

너는 참 재미가 없다.

나도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술자리에서 톡톡 그때에 맞는 유머로 사람들을

웃기고 싶었고, 센스 있는 답변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센스가 없었다.

나는 말을 참 못한다. 말을 하려고 하면 여러 생각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하고 있는 내가 있다. 그렇게 나도, 이야기를 듣는 그들도

허무하게 마무리가 되곤 했다.

나는 아마, 재치 있게 답변하고, 센스 있는 유머를 할 줄 아는 남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에이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되새겨 보는,

그런 남자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글은, 미완성으로 끝났던 나의 생각을 다시 한번 끌어들이는 공간이다.

이리저리 지웠다, 생각이 나면 살을 덧붙치기고, 하고 싶은 생각을 한 박자 늦추어 말하는 공간.

생방송보다 녹화방송이 편한  방송인처럼, 나는 느릿하게  정리되는 내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종종 글을 적곤 한다.













글과 같이 올린 사진은, 스위스 몽퇴르의 풍경으로.

글을 읽고 쓰는 분들에게 좋을 것 같아. 같이 올려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로움을 전하러, 독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