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깜빡했다. 한 달이 넘게 이어지던 어깨 통증.
한국에서 소염제를 받아왔다. 하루에 두 번만 잘 지켜서 먹으면 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아니 쉽기는 한데, 3일을 제 때 먹지를 못한다.
하긴, 비타민 한 통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으니...
나는 항상 무엇인가를 깜빡했다. 건망증?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물건에 무신경했다.
우산을 가지고 카페나 피시방에 갔다가
비가 오지 않는 날엔, 어김없이 우산을 잃어버린 곤했던 나.
일 년에 한두 번씩은 크게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는 나에게,
아빠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너무 쉽게 가져서
그렇다고 했다. 힘들게 얻은 물건이면 그러겠냐고.
듣고 보니 아빠 말이 맞았다.
나도 무엇인가를 하긴 했다.
우선, 나는 고등학생 이후 시계를 차지 않았다.
대행 사이트에서 큰맘먹고산 시계. 나는,
그 시계를 두 번을 잃어버렸다.
두 시계는 어느 버스와 도서관에 이리저리
채이다 어느사람 손에 채워져 있겠지.
그렇게 케네스콜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그 모델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계가 되었다.
중학교 이후로 새 휴대폰을 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차피 약정이 되기 전에 잃어버릴 확률이 높으니
나는 항상 나온 지 2년이 지난 핸드폰을 가지고 다녔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한쪽 모퉁이가 살짝 벗겨진
그런 핸드폰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메모장을 쓰기 시작했다.
거기에 지갑은 오른쪽, 핸드폰은 가방 안쪽 이라는 나만의 기호를 적고,
이동하기 전 꺼내어 보곤 했다.
손바닥만 한 수첩이 주머니에 기분좋게 맞아떨어진다.
물론, 언제까지나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기록 할지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 먼저 메모장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다.
아마 물 한잔하고, 어디 선반에 두고 오겠지.
그래도,
사람들의 잔소리에. 지금처럼
“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아.
그래서 잊는 거야. 나 환자야. 이해해줘.”
하고 쓰윽 넘어갈 순 없으니까.
그래서, 무어라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