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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ker Sep 11. 2017

데스티니2 초반 소감

타이탄은 만렙이고 이제 헌터 간다

데스티니2가 나왔고, 예정되었던대로 요새 열심히 달리는 중. 일단 첫 캐릭터는 만렙을 찍었는데 (라고해봤자 어차피 플레이타임 12시간 ~ 15시간 정도면 되는 듯) 데티는 어차피 레벨이 문제가 아니라 파밍을 해야하는 게임이므로 큰 의미가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쨌건 초반 플레이 소감을 써볼 정도는 되는거 같아서 좀 적어보기로 함. 


게임은 1보다 여러면에서 많이 나아졌음. 1의 압권이었던 '조작의 감각'은 그대로 잘 살아있음. 달리고, 뛰어오르고, 쏴서 맞추는 등등의 감각적인 측면이 매우 빼어난게 다른 게임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데티만의 매우 강력한 부분이었는데, 이건 고스란히 계승. 


여기에 스토리라인이 꽤 짜임새있어짐. 전에는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피쳐들만으로 파악한 스토리는 좀 어리둥절할 정도로 이상했다면 이제는 캠페인만 따라가면 큰 줄거리 파악에 무리가 없고 흥미유지도 잘 되는 편. 스토리 자체에 대해서라면 ... 내 취향에는 좀 너무 뻔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뻔한 방식으로 뻔한 얘기를 한다싶긴 하지만 뭐 못봐줄 정도는 아님. 


각종 플레이 피쳐의 볼륨도 1편보다 상당히 좋아짐. 다양한 캠페인들은 물론 사이드퀘스트도 충실한 편이고, 퍼블릭 이벤트의 이중 난이도나 필드 곳곳에 있는 로스트 섹터라는 요소도 매우 할만함. 그 외 각종 챌린지나 마일스톤 등도 탄탄한 편. 


그리고 1편에서도 있었지만 그땐 내가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었다면 2편에서는 확연하게 느껴지는게, 게임의 비주얼 스펙터클이 매우 훌륭하다. 타이탄 행성에 처음 도착해서 풍경을 둘러보면 이게 일종의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기지인데, 기지의 '거대함'이 매우 뚜렷하고 묵직하게 느껴짐. 저 멀리 바다에서 이는 파도의 거대함 (멀리서 보기엔 높이가 막 20m ~ 30m쯤되는 파도) 과 그 거대한 파도 위에 고장난 채 떠있는 여러대의 배들이 보여주는 제각각인 움직임 등등. 


일반적으로 게임이 원경 묘사를 통해 스케일감을 제공하려한다면 '고정된' 원경을 보여주는게 대부분임. 근데 저토록 멀리 있는 물건이 (미세먼지 충만했던 지난 주말 서울보다 데티의 타이탄이 시야거리가 더 먼 듯) 예를들어 출렁이는 파도를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노라면 거기서 느껴지는 거대함이 매우 굉장함. 그리고 놀라지마시라. 더 대단한건, 스테이지의 막바지에 가면 내가 시작시에 저 멀리에서 봤던 바로 그 풍경에 도착해서 거기서 플레이를 하게 된다. 돌아보면 내가 시작한 지점이 저 까마득한 멀리에 보임. 이 스펙타클은 여기에 내가 몇 자 끄적이는 걸로는 표현하기가 넘나 어련 것. 사실 이런 장치를 게임이 사용하기 시작한건 꽤 오래된 얘기임. 내가 기억하는 유사한 첫 경험이 라라 크로프트의 모험 초기작에서였으니 ... 근데 그때는 어느정도 뇌내 상상을 동원한 '게임적 허용'으로 이해했어야만 했다면, 요새는 포토리얼리스틱한 그래픽으로 이런걸 보여주니까 괴에엥장함.


이게 데티1에서도 특히 Wrath of the Machine 레이드에서 매우 강하게 느꼈던건데 (특히 중간에 레일따라 이동하는 거대로보뜨 뿌수기) 데티2에서는 전작 이상으로 곳곳에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해놔서 웅장함과 거대함을 선명하게 느끼게 해줌. 


물론 아주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완벽한건 아님. 1편보다 나아진건 맞지만, 아직도 고쳤으면 좋겠는 부분들은 종종 눈에 들어오는 편임. 그 중에서도 젤 번거로운건 ... 게임의 상당 부분을 플레이어들이 경험적으로만 알 수 있게 되어있다는 점. 내가 보기에 일단은 1) 시스템이 너무 복잡 2) 이걸 설명해주려니 너무 힘들어 3)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포기했다. 로 보임. 


가장 신경쓰이는건, 게임 내에서 유저의 의도가 명확할 때 유저 스스로 자기 의도에 맞는 게임 내 활동이 뭔지를 알 방법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거임. 내가 지금 파워가 얼추 260 언저리쯤 되는데 여기서 파워를 더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무기가 좋은게 생겼는데 파워가 낮아 인퓨즈 (일종의 아이템 갈아먹이기)를 했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안좋게 나왔는데 이거 이유가 뭐야? 각 행성별 평판템으로 평판을 올려서 얻는 보상템의 최대 파워는 얼마지? 스트라이크 보상으로 얻는 아이템의 최대파워는 얼마? 나이트폴은? 퍼블릭 이벤트 영웅 난이도의 보상 기준은? PvP에 들어가면 quickplay인가 하는거랑 competetive인가 하는거랑 두 개의 모드가 있는데 뭐가 다른거야?? 


굉장히 많은 것들에 대해 별다른 설명없고 일단 해봐야 알 기회가 제공 (알 기회를 제공하는거지 알려주는게 아님. 즉, 해봐도 언제나 알 수 있는건 아님) 되는데, 이게 최선인가요? 하면 글쎄 좀 ... 


물론 만렙찍을 정도면 플레이어들이 자력으로 알 수 있는 수준이 된거 아니냐 (사실 요새 일하면서 내가 담당한 피쳐의 설명 부족에 대한 얘기가 들려오면 종종하는 변명인데 ... ㅋㅋ) 라는 변명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정도껏이어야지 말이야 ... 만렙 찍고도 파워 올리는 법을 몰라서 게시판에서 서로 상의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임. 그 게시판도 게임과는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유저 커뮤니티이지 이게 결코 게임이 제공하는 기능이 아님. 


나는 사실 세계의 신비를 밝혀가거나 시행착오를 통해서 뭔가를 알아가는 플레이를 꽤 즐겁게 받아들이는 편임. 길드워2의 비스타나 점핑 퍼즐을 좋아했던 이유가 그거고, 다크소울이나 몬헌같은 액션 게임에서 보스 패턴 알아내는 즐거움도 꽤 좋아하는 편임. 근데 이게 단순한 어떤 규칙이나 사실이 아니라, '확률적인 요소'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골이 아파짐. 예컨대 위에서 적었던 '스트라이크 (일종의 일반 인던) 에서 나오는 아이템 파워의 최대치는?' 이 최대치가 실제로는 자기 현재 아이템 파워의 영향을 받음. 즉 내 파워가 낮을 때 돌면 낮은게 나오고 높인 후에 돌면 더 높게 나온다는거. 근데 그럼에도 실제 맥스치는 존재함. 근데 이게 한두번 돌아서 바로 알 수 있는게 아니라 수십번 돌면서 얻은 아이템들의 파워수치를 종합해봐야 얼추 알 수 있는거라 ... 혼자 하기엔 여러모로 복잡함. 그럼 스트라이크에서 나오는 아이템 파워만 그러냐면 그것도 아님. 게임 곳곳에 이런 식으로 배치된 요소가 산적해있음. 


욕을 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게임, 워낙이 훌륭함. 1편은 지금보다 이런 부분이 엄청 더 심하고 훨씬 더 불편했지만 꾸역꾸역 했듯이, 아마 2편도 몇달은 플스4를 독점하게 될 것 같음.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데티를 매우 사랑하므로 ... 걍 아쉬운 마음에 적어봤음. 


결론 : 데티2를 하십쇼 여러분. 플4판으로 하십쇼. 보통 다른 게임들은 플4가 없다고하면 더이상 권하지 않는데, 데티는 플4가 없다면 플4를 장만해서라도 해볼만한 게임입니다. PC버전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솔까 제 예상으로 플4의 경험을 따라오긴 어려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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