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앤썸을 좀 해봤음. 베타를 해보니 확신은 안서는데 좀더 해보고 싶긴하고 ... 해서 풀프라이스 패키지 안사고 오리진 프리미어 (EA 게임 전체 구독 서비스)로 함. 최근에 집에서 게임 할 시간이 많지 않아 플레이했던 기간에 비해 플레이 시간 자체는 그닥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대충 '이제 바로 앞에 놓인 할거는 없는거 같음' 상태까진 온 것 같으니 적당히 평가를 내려도 되리라 ... 싶음. 그래서 적당히 소감을 요약해보자면,
조작감은 영 젬병임. 내가 FPS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가 모르겠는데 1인칭이 아닌 3인칭을 택한데 대한 장점은 별로 취하지 못했고 답답함만 남은 기분임. 어디론가 움직이려 할 때마다 캐릭터가 어디엔가 부자연스럽게 걸려서 버벅거리는 모습을 봐야만하고,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이 버벅거림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해서 매우 짜증스러움. 예를 들으면 벽 너머에 적들이 드글거리는데 빨피남은 몹이 있어서 일단 내 몸을 드러내고 빨피몹만 잡은 다음 회피로 벽 뒤로 다시 숨어야지! 라는 계획을 세우고 그걸 실행하려하면 몸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원하는대로 멈춰주지 않아 예상에 없던 데미지를 받고, 어쨌든 멈춰서 총을 좀 쏴서 빨피몹을 잡은 다음, 회피를 하려고 회피 조작을 하면 오히려 앞으로 회피를 해버려서 몸을 감추는 것과는 거리가 먼 동작을 하게 되어 총 맞고 죽어버리는 ... 그런 상황. 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나옴. 매번 도대체 자벨린들의 이 거추장스러운 움직임이 전달하고팠던 재미는 뭐였을까 고민하게 함. 이건 콜로서스가 젤 심하지만, 다른 민첩해야 할 자벨린 (인터셉터, 스톰 등) 들도 어이없는 조작으로 헤매게 하긴 크게 다르지 않음.
게임의 완결성도 AAA 라고 보기엔 좀 떨어짐. 일단 네트워크 상태가 영 구림. 이건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걍 내가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2000년대 mmorpg들 중에 흔히 볼 수 있었던, 몬스터가 일상적으로 한 템포 늦게 죽는다거나, 피격반응이 이상하다거나, 상대와 내가 서든데스 상황에서 내 화면에는 분명 내가 먼저 스킬 쓴 걸로 나오는데 나만 죽는다거나 ... 이런 일들이 매우매우 일상적으로 보임. 이게 사실 네트워크 문제가 아니라 서버가 처리가 늦는 듯한 기분이지만 아무튼 ... 그럼. 인던(스트롱홀드) 도 이상함. 정상적으로 매칭해서 인던에 들어갔는데, 이미 최종보스까지 클리어되어서 상자도 열린 상태임?! 인 경우를, 특정 인던의 경우 무려 60% ~ 70% 정도 빈도로 겪는거 같음. 안그래도 로딩 긴 게임이 이러면 진짜 화딱지가 ... 게다가 정상적으로 인던을 돌아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음. 정상적으로 시작해서 정상적으로 돌고 정상적으로 최종 보스 잡고 마지막 보상 화면에서 갑자기 클라가 꺼짐. 재접해보면, 인던 보상이 없음. 돌려주지 않아. 나의 인던 런은 헛된 것이었다 ... 이건 체감상 10% ~ 20% 정도 빈도로 겪는거 같음. 연달아 2번 겪으면 매우 빡치지. 한 번은 인던을 도는데 4명의 멤버 중 3명이 죽었음. 나머지 1 명이 부활을 시켜줘야겠지만, 그 한 명은 자리비움 상태였음. 한입충인지 진짜 급한 일로 자리를 비운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음. 이 상태에서 죽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0 임. 부활시켜주길 기다리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음. 패널티를 좀 받고 강제 부활을 한다거나, 하다못해 지금까지 인던 돈 것 포기하고 그냥 그 런을 떠난다거나 ... 이런 선택지가 아예 없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부활 받기까지 기다려야함. 혹시나 싶어서 한 3-4분간 아무것도 안하고 냅둬봤는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음. 대체 이건 ... ㅋㅋㅋ 소셜 스페이스와 스토리 스페이스가 나뉘어 있는 것도 처음에 겪어보고 굉장히 웃었음. 스토리 스페이스는 이론적으로 격리된 혼자만의 독립 공간임. 오로지 NPC와 나만 있는 공간. 소셜 스페이스가 따로 있긴한데, 여기선 스토리 진행은 안됨. 금고, 메카닉 변경, 출동 및 다른 사람들과의 소셜 행위 밖에 안됨. 이게 ... 너무 ... 겪어보면 암튼 괴상함.
레벨 디자인도 구림. 기본적으로 인던이라함은 전진을 전제로 하는 것임. 앞으로 나아가면서 앞에 나오는 몬스터들과 싸운다! 근데 이 게임에서는 앞으로 정신없이 가다보면 뒤에서 대대적으로 스폰된 엄청난 몹에게 압살당함. 물론 이건 인던 1-2번 하다보면 여러번 속게 되진 않지만 너무 기본적인 우리끼리의 컨센서스를 갖다 버린게 아닌지 ... ? 게다가 비행을 능동적으로 쓰라는 의미로 비행해야만 할 것 같은 레벨이 여럿인데, 다들 알다시피 인간이라는게 좌우 조작은 어케어케 해내도 여기에 상하조작까지 들어가면 재미는 커녕 불편하고 짜증만 난단 말이지 ... 전투 중에 좌우는 물론 상하까지 열심히 살피지 않으면 피보게 되어 있음. 이것도 마찬가지로 여러번 하다보면 익숙해져서 괜찮긴한데 ... 그래도 암튼 짜증남. 그리고 자잘한 턱들도 너무 많아 점프하기엔 어정쩡하고, 이상하게 점프했다간 턱에 걸리고, 그 턱을 붙잡고 올라가는 동작은 캐릭터가 자동으로 하는데, 그동안 적에게 총알을 처맞아서 피가 걸레가 됨. 곤란하다 ...
파밍하는 재미는 그럭저럭 있는 편임. 문제는 그게 만렙 찍기 전까지는 없다는거임. 만렙 이전에 나오는 보라템까지는 그냥 숫자가 열심히 올라갈 뿐임. 조합이고 뭐고 이런 부분은 아주 기초적인 콤보만 맞출 수 있게 되어있고, 나머지는 그냥 숫자가 올라감. 처음이라서 콤보가 뭔진 모르겠지만 적당히 맞춰서 출동해보고 싶은데, 이게 번역이 이상한건지 그냥 용어 자체가 이상한건지 모르겠지만 무슨 콤보가 뭐랑 연결되어 언제 어떻게 발동되어 어떤 효과를 낳는다는건지 알아먹기가 매우 괴상하게 되어있음. 프라이머/데토네이터를 알면 콤보의 모든걸 알게 된 것 같은 착각을 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음 ...
만렙을 찍고 '마스터워크' 등급의 아이템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파밍이 재밌어짐. 마스터워크 등급의 아이템들은 데미지를 50%, 100%, 150% 이런 엄청난 숫자를 들고 무려 최종 데미지에 곱연산으로 올려주기 때문에, 그 전까지 보라템으로 도배하고고도 일대일로 싸우는데 한 세월이 걸려 나를 힘들게 했던 엘리트나 리더급 몬스터들을 마스터워크 풀파밍으로는 두어방에 보낼 수 있음. 심지어 인던 한 번 돌았을 때 많으면 5개, 못해도 2개 쯤은 마스터워크를 꼬박꼬박 줌. 야 신난다~ 지만 다들 예상 가능하듯이, 자벨린 하나를 마스터워크 등급의 아이템으로 도배하는데 한 ... 6시간에서 7시간이면 되는거 같음. 그것도 '아무 마스터워크로나 슬롯을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아니라, 원하는 특성을 가진 마스터워크들을 모아서 조합해서 내가 원하는 최소한의 시너지를 내는데까지 필요한 시간이 그정도임. (최선의 시너지까지 노린다면야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겠지만 그게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음.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재밌지가 않음 ...) 자벨린 5종 모두 마스터워크로 도배한다치면 35시간이 끝임. 나는 주력 자벨린 하나만 풀파밍했지만 안봐도 비디오인 이 기분 ...
아무튼 오랜만에 해본 바이오웨어 게임 매우 슬펐음. 솔직히 기대 많이 했었는데. 바이오웨어 게임이고 (구공화국 온라인에서 mmorpg이지만 재밌는 스토리를 보여준 바 있다) 메카닉이 나오고, 심지어 그 메카닉이 멋져서!! 꼭 해봐야지 했었는데 ... 해봤더니 개차반임. 슬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