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PR이 아닌, PR로 회사일 하기
언론 홍보를 하면서
나는 종종 이 일이 끝없는 면접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은 때로는 우리 회사에 대해 궁금해하고, 때로는 궁금해하지조차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취업 지원자처럼 회사소개서와 프레스키트라는 '지원서'를 정성스럽게 작성하고, PR 자료 보도나 시리즈 기획이라는 '면접'을 치른다. 그리고 언론의 관심이라는 '최종 합격'을 받아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로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주 C 언론사 기자분과 미팅을 하며, 대표적인 의사를 소개하는 코너에 우리 회사의 KOL-키 오피니언 리더-의 사례를 실어주기로 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회사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산업 전체의 맥락에서 이 회사와 주요 고객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회사의 의미를 부풀리고 싶지만, 오히려 '산업'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그 안에 회사의 위치를 '정확히'만 언급해도 기획기사의 기회가 늘어난다. 회사의 분량은 작아도 된다. 오히려 뾰족해지고 단단해지니까.
회사가 산업에서, 정치에서, 환경에서 어떤 역할인지 알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관점에서의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한데, 그만큼 효과는 더 강하다. '회사'의 이슈가 아니라, 회사의 '이슈'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더 무한히 강력해지기 때문에.
'PR is not about perfection, it's about connection'
완벽한 메시지를 만드는 것보다 새롭고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연결을 통해 이해관계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 업계가 아니라도 다양한 언론 홍보의 아이디어를 나누며 사람을 연결하고 있는데, 회사의 PR이 아니라 PR로 회사의 일을 하는 과정처럼 신기하고 재밌고, 또 새롭다.
세상이 얼마나 흥미로운 곳인지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왜 이 시대에 태어났는지
가끔씩 생각해 보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이 회사'에서 일하는 기회를 놓친다.
익숙해지면 당연하고, 당연해지면 무심해지듯.
내가 PR컨설턴트라고 생각하고, 이 회사와 파트너라고 생각해보자.
무엇을 가장 먼저 알고 싶은가? 뭘 해야하나?
이 회사이기에 해야하는 일은?
아마 하나씩 더 생기고, 새롭게 보일 것이다.
이 회사가 없다면 세상에 어떤 공백이 생기나?
직원들은 왜 여기서 일하나? (연봉 말고 다른 이유)
독특한 조직문화나 업무 방식
특이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
작지만 의미 있는 숫자들 (고객 만족도, 재구매율, 직원 평균 근속연수)
업계에선 당연하지만 일반인에겐 놀라운 것들
실패했지만 의미 있었던 시도들
경쟁사가 하지 않는 것은?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는 진짜 이유는?
우리가 지난 1년간 만든 임팩트는?
컨설턴트의 시선으로 보면, 하나씩 더 보이기 시작한다.
1. 숨은 영웅들
옆자리의 동료가 쌓아온 노하우. 그건 회사의 무형자산이다. 그들의 스토리는 채용 브랜딩이 되기도 한다.
2. 작은 문화의 의미
우리는 채용할 때, 혹은 특정 복지 문화로... 등 작은 문화도, 회사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증거다.
3. 실패의 가치
망한 프로젝트도 PR 소재다. 실패에서 배운 것,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 그게 진정성이 되지 않을까?
4. 일상의 비일상
출퇴근 체크방식, 자유로운 복장, 결제 방식. 우리에겐 일상이지만, 밖에서 보면 특별한 문화다.
가장 좋은 PR은 내부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회사를 어떻게 보느냐가, 세상이 그 회사를 보는 방식을 만든다.
익숙함을 걷어내면, 회사는 다시 특별해진다. 당연함을 의심하면, 숨겨진 가치가 드러나므로.
그러니 한 발 멀리서 보자.
회사가 연결하고 있는 지점에 누가 있는지,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알아가자.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가 속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질때 비로소 홍보는 단단해진다.
그리고 한 발 옆으로 서자.
회사안이 아니라 회사옆에서 바라보자.
내가 이 회사의 홍보를 맡았다면? 무엇이 궁금하고, 무엇이 신기할까?
당연한 것은 없다.
문제는 매일 새로워지고, 방법은 늘 무한해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