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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얀나 Dec 17. 2018

좋은 노래, 좋은 사람

무채색의 위로 7

그런 날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매일 듣던 노래가 갑자기 지루하게 느껴지고, 뭔가 새롭게 발견한 좋은 노래를 듣고 싶어지는 날. 그럴 때는 친구들에게 좋은 노래를 추천해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음원 사이트 이곳저곳을 뒤지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최첨단 앱에게 내가 좋아할만한 노래 목록을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이 완벽히 성공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그렇게 알아낸 노래들이 별로인 건 아닌데, 그렇다고 미친 듯이 반복해서 들으며 리듬을 타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이다. 보통 내가 정말로 빠져들게 되는 ‘내 스타일’의 노래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마주치게 된다.

 

 누구든 전혀 생각지 못한 순간, 길을 지나거나 TV 채널을 돌리다가 ‘아니, 이게 무슨 노래지?’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회는 흔하지 않은 소중한 기회이므로 놓쳐서는 안 된다. 한 번은 옷가게에서 나오는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음악검색 앱을 켜고 천장의 스피커를 향해 팔을 뻗고 있었더니, 한참동안 벌을 받는 것처럼 서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사장님이 다가오셔서 말씀하셨다.


 “그게... 공식 음원이 아니고 리믹스라서 검색해도 안 나올 거예요.”

 

 이렇게 기회가 왔는데 잡을 수 없는 때도 있다. 좋은 노래를 알아내고 듣는 일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좋은 노래를 발견할 때마다 아직 내가 미처 만나지 못했을 좋은 노래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떻게 해야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좋은 음악을 만나는 것과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비슷한 일인 것 같다. 나와 잘 맞는다는 의미의 좋은 사람. 그런 사람들은 좋은 음악만큼이나 만나기 어려우며 만나게 된 데에는 저마다 신기한 경로를 가지고 있다. 그날 왜 그 친구가 내 옆자리에 앉았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노래들은 보통 3-4분 정도의 길이인데 사실 5초에서 10초만 들어 봐도 내가 좋아할만한 노래인지 아닌지 감이 온다. 그 친구와 이렇게 오래 친하게 지내게 될 줄을 아는 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친구도 그랬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그걸 ‘연분’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애석하게도 한 앨범에서 타이틀곡보다는 구석에 있는 처음 보는 곡들이 좋은 경우가 있다. 도입부가 별로지만 후렴만 좋은 노래, 혹은 처음 들을 때에는 별로다가 들을수록 점점 좋아지는 노래도 있다. 아마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그렇겠지. 절대 나와는 안 맞을 거라 확신했던 사람이 털어놓은 속이야기에 ‘이 사람도 이런 면이?’ 하고 놀랐던 적이 있다. 처음엔 몰랐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이 사람은 진국이구나’ 하는 사람도,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었으나 나중에 친해지게 되어 함께하지 못하고 보낸 시간들이 아쉬운 사람 역시 있었다. 결국 정말로 좋은 노래를 찾기 위해선 모두 열심히 들어봐야 한다는 얘긴데, 그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사람들을 모두 다 만나보기는 어려운 것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힘든데, 만난다 하더라도 그를 제대로 알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환상이나 막연한 기대를 품지 말고 이미 아는 사람한테나 잘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아는 사람들만큼, 혹은 그들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안 만난다면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노래는 알아가는 데 단 몇 분이면 되니,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욕심이 난다.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만난 좋은 음악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 모두 우연한 기회로 접했고 가까워졌다. 이를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하루하루의 만남에 좀 더 감사하며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모를 다른 우연한 기회에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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