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맹지나 Oct 30. 2015

글의 무게

첫 포스팅.

블로그를 한 번 실패하고 조금 고민을 하다 브런치를 차립니다.


사진은 런던의 유일한 유기농 펍, The Duke of Cambridge. (c)Gina Maeng

+라벤더 아이스크림과 애플 크럼블, 맛있어요!


단순하게 그저 글을 써서 온라인의 공간에 올리면 되는구나 했는데 블로그에는 암묵적인 규칙들이 무척 많더군요. 디지털 세상에 사는 수 많은 아날로그 노마드 중 한 명으로써 책을 펴내는 것보다 블로그 운영이 더 어려워 이내 접었습니다.  


근래 1, 2년 동안 만났던 거의 모든  출판사와 잡지사 관계자들이 ‘블로그는 안 하세요?’ 라고 물어오시던 것이 알게 모르게 온라인에제 이야기를 하는 공간을 다시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특출난 쉐프는 아니지만 밥상을 발견하고 뭔가 하나 얹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느낌이랄까, 브런치라는 공간이 반가워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편하게 와서 올려 놓고 가려합니다. 


왼쪽은 파리 Shakespeare & Co. 서점에서 산 콜레트의 책. 오른쪽은 편집샵 Merci. (c)Gina Maeng

+인기가 많은 것은 알고 있는데, 요즘엔 팔찌 매대 때문에 메르시가 몽쥬약국화 되어서... 안가게 되더라고요. 

처음 생겼을때 그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저는 항상 적습니다. 

자고 일어나 보니 너무 이상해서 두 번은 볼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한 글귀구나, 하며 지워 버리는 짧은 글이더라도 떠오르는 대로 적습니다. 노트가 없으면 손바닥, 냅킨, 핸드폰 노트 어플,… 여러 가지 매개를 사용하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다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발견하여 써먹는(?) 구절도 있습니다. 언젠간 내놓아야지 생각하는데 마땅한 발산 수단을 찾지 못해 쌓여 가는 글귀도 있고요. 


브런치에 쓸 글들을 찾아 노트를 뒤적이다, 글을 제각각의 무게로 나누고있는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읽었을 때 마음이 쿵 하고 울리는 글들이 있지요. 마치 추가 달린 듯 내면의 무언가를 잡아 내려 당겨 떨어뜨리는. 둔중한 울림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은 무거운 글입니다. 한 단어일 수도, 한 권의 책일 수도 있는 무거운 글자들은 저는 가장 오래 품었다가 꺼내어 여러 번 고치고 다듬습니다. (이렇게 해도 한없이 가벼운 글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나 순간의 희로애락을 세상과 공유하는 SNS에 적는 한 줄은 머리에서 손으로 순간 이동을 합니다. 뱉어 놓고는 아, 이상하다, 싶어 몇 글자씩 고치는데 크게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깃털 같은 글자들. 어디에_언제_누구와_무엇을 했다_하는 보고식의, 조금씩 못미더워지는 기억력의 보험처럼 들어 놓는 온라인 일기. 


모든 글이 모두에게 같은 무게는 아니지만 이 곳에 남기는 글들은 몇 시간 정도는 마음을 든든하게 채우기 크게 부족하지 않은 중량과 은근함이 있는 글이었으면 합니다. 열심히 쓸게요. 


서두가 무척 길었습니다. ^^;


05:25am

Pari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