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한 단상
…Enjoy. 하고 달카닥, 내려놓는 한 잔.
항상 눈을 마주치고 건네는 인사와 함께 받는다.
‘맛있게 드세요’ 하고 주시는 커피를 항상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 나왔었는데,
인사는 진심이어도 그 한 잔을 전부 맛있게 마셨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니다.
곧 인쇄 넘어갈 교정지를 한 자라도 더 보려 깨어 있기 위해 목구멍을 열고 ‘들이 부었던’, 탄 맛이 너무 진한 커피만 수 백 잔은 될 것 같다. 난방이 시원치 않은 아파트를 빌려 파리에서 겨울을 나던 몇 년 전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물을 끓여 커피를 탔다.
맛보다는 카페인과 온도를 위해 마시던 커피도 많았지만 사실 바리스타가 빌어준 것 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느끼며마시던 커피도 정말 많았다. 첫 책을 쓰느라 하루에 열댓 잔씩 마시고 새벽 두 세시까지 손 떨며 잠못 들게 하던 진짜배기 이탈리안 에스프레소가 있었다. 입에 대었던 수 많은 작은 컵들은 두어 번 나와 입을 맞추고 금방 또 새로운 입술을 찾아 가고.
간 밤의 여러 잔의 사약 같은 아메리카노를 전부 잊게 하는 안개 낀 아침의 라떼도 있었다. 보들보들한 우유 거품을 맛보기 전에 본능적으로 진한 커피 향을 깊게 들이 마시고 미소짓게 하는.
크게 생각은 없지만 밥 때가 되어 식당에 앉았는데 맛있게 먹으라 하는 경쾌한 말에 식욕이 돌 듯, 습관처럼 받아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고 청량한 음료인양 신나게 쪽쪽 빨아올린 그리운 여름날도 많았다.
<카페 이탈리아>(2012) ©Gina Maeng
+소개하기 조금 부끄러운 저의 첫 책입니다
에세이는 나온 지 몇 년지 되어도 소개하기 부끄러워요
여행 가이드책에 비해 훨씬 더 개인적이고 여러 번 다듬고 어루만진 글이라서요.
이 책을 읽노라면 저와 함께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는 기분이 든다던 사람도 있었는데,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자려고 누웠는데
어디서 묻어 왔는지
코끝에 시나몬 향이.
내일 아침에는 조금 일찍 나가서 시나몬 라떼를 마셔야지, 생각한다.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생각이 내일 아침 커피메뉴인 것이 좋다.
그리 대단한 생각은 아니지만 잠 오는 데는 큰도움이 된다.
가을밤이 찬데, 포근하고 나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