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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종 Dec 07. 2019

북쪽의 빛, 오로라 1

버스를 타고 옐로나이프에 갈 수 있나요?

"난 정말 북쪽의 빛(오로라)을 보고 싶어.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갈 정도의 여유는 안돼. 그래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갈까 생각 중이야."

"진짜? 정말 멋지다! 근데 버스라니 조금 미친 짓 같은데??"


 캐나다 배낭여행 중 카우치 서핑 호스트로써 나를 맞이해 주었던 빅토리아의 Tim, 밴쿠버의 Greg, 밴프의 Morgan과 Jecci, Elisha, Mathew 그리고 레이크 루이스의 Remi 모두가 내 계획을 듣고 나온 반응은 비슷했다. 정말 멋진 계획이지만 그 먼 곳을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하니 과연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 처음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살 때도 그레이 하운드로 옐로 나이프까지 갈 수 있냐는 물음에 아무도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그레이 하운드 홈페이지에서도 그렇고 그 어떤 정보도 그레이 하운드 버스가 옐로 나이프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나와있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버스 노선이 있었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밴쿠버 아일랜드에서부터 시작하여 밴쿠버, 밴프, 레이크 루이스, 캘거리, 에드먼턴을 거쳐 옐로 나이프까지 오는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밴프, 레이크 루이스를 지나 캘거리, 에드먼턴 까지만 해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곳 이기에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잘 어울리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드먼턴부터 옐로나이프가 있는 노던 웨스트 준주까지는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꼬박 하루하고도 15시간이 걸리는 곳. 약 40시간 동안의 버스 여행, 지금 생각해 봐도 이건 미친 짓이었다. 북극에 가까워 올 수록 걱정이 더 커져만 갔다. 숙소도 없고, 돈도 없고, 말도 잘 안 통하고 큰일이었다. 배낭에 텐트와 캠핑장비 짊어지고 그레이 하운드 패스만 믿고 옐로우 나이프로 향하다니, 정말 누가 보아도 미친 짓이 분명했다.


 피스 리버, 하이레벨, 해이 리버 등 무려 다섯 번에 걸친 환승, 게다가 캘거리와 에드먼턴에서는 혹시 모를 위험 사태에 대비하여 짐과 소지품 모두 꺼내 검색까지 했다. 버스 여행을 하며 들은 이야기인데, 몇 년 전 캐나다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캐나다 그레이 하운드 살인사건, 캐나다를 횡단하는 그레이 하운드 버스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야심한 밤, 뒤쪽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칼을 꺼내 자고 있던 승객들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밝혀졌지만 그 뒤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검색이 강화되었다고 한다. 신문 기사나 뉴스를 통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진 못해 이 말이 사실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걱정은 점차 두려움으로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이 버스 티켓으로는 옐로 나이프에 갈 수 없습니다."


 하이레벨에서 환승을 하던 중 드라이버에게 들은 이 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옐로 나이프로 가겠다는 나의 계획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어떻게 어떻게 하여 결국 마지막 환승지인 해이 리버에 도착하였는데 그레이 하운드에서 프런티어 코치 FC로 갈아타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버스로 옐로 나이프로 못 간다는 이야기인 줄 알고 거의 울기 직전이었지만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다행히 버스로 계속 갈 수는 있었다. 단, 새로운 티켓을 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카드는 안되며 무조건 현금으로만 요금을 받고 있었다. 혹시 몰라 챙겨 왔던 비상금을 탈탈 털어 옐로 나이프로 향하는 버스에 탈 수 있었다. 현금마저 없었다면 다시 40시간을 달려 돌아가야만 했던 정체절명의 순간을 지나 결국 옐로 나이프로 향하는 버스는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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