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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종 Dec 07. 2019

북쪽의 빛, 오로라 2

40시간을 걸려 도착한 옐로 나이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이 여행은 계속되고 있었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를 지나 버스는 달리고 또 달렸다. 생각해 보니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는 달리지 못하고 기어가는 듯했다. 혹시 얼음이 깨질 수도 있어서 그런지 버스는 조심스레 달리고 있었다. 호수 위에서는 차간 거리가 500m라고 쓰여있었다. 제한 속도는 30 km 였던 것 같다. 얼어붙은 호수 위를 버스를 타고 달리다니 정말 미친 여행이었다.


사실 옐로 나이프로 오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가장 유명한 비행기로 오는 방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금 내가 도전한 육로를 통해 오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육로를 통해 호수 앞 까지 온 다음 배를 갈아타고 오는 방법, 하지만 일 년 중 약 일주일은 비행기로 밖에 못 오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호수가 꽁꽁 얼거나 완전히 녹으면 그에 따라 차나 배로 올 수 있지만 얼거나 녹기 시작하는 시즌에는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사용하지 못해 비행기로만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물론 오지라고 불리는 산골이나 섬이 있긴 하지만 캐나다에 이러한 곳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밤 11시가 넘어 옐로 나이프에 도착하였지만 정말 막막했다. 한 주의 주도라고 하여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옐로 나이프 버스 터미널은 주유소가 대신하고 있었다. 같은 차를 타고 왔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하고 마중 나온 일행들과 인사를 하며 떠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휑한 주유소 앞에 혼자 남게 되었다. 카우치 서핑만 믿고 왔었는데 11시에 날 픽업하러 와준다던 Caleb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데리러 온다는 그 말만 믿고 확인도 안 한 체 무작정 찾아온 내가 조금은 한심하게 생각이 들었다. 한 20분 정도 흘렀을까? 길가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빨간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 앞에 멈춰 서며 차창 안에서 흔드는 손이 보였다.


"네가 희종이야?"


"맞아! 내가 희종이야!! 한국에서 온!!! 네가 Caleb 이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는 여기서 노숙해야 하는 줄 알았어."


 Caleb 은 차에 나를 태워 마을 외곽에 위치한 통나무 집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부모님께 나를 소개해 주었다.


“이 친구가 오늘 우리 집에서 머물기로 한 희종이에요. 한국에서 왔고 캐나다를 배낭여행하고 있다고 해요.”


“네가 희종이구나?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한단다. 원래 일이 있어 하루밖에 못 재워준다고 했었는데 계획이 변경되어 더 오래 있어도 되니 부담 없이 있는 동안 편하게 지내려무나.”



 인상 좋으신 Caleb의 부모님은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셨고 방 하나를 내어 주시며 편하게 쉬라고 말씀해 주셨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옐로 나이프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비록 오랜 버스 여행으로 지쳐이었지만 옐로 나이프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인 뒤, 짐을 풀고 옐로 나이프의 첫날밤을 지내게 되었다. 창문 밖 밤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아직 북쪽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날씨가 흐려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날 밤  꿈속에서는 오로라에 몸을 맞긴체 밤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Caleb과 함께 옐로 나이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참 작은 마을이었다. 옐로 나이프는 세계에서 10번째로 크다고 하는 그레이트 슬레이브 레이크 한쪽 편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라고는 하나 우리나라 작은 마을처럼 아주 아담한 곳이었다. 그레이터 슬레이브 레이크는 동쪽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약 700 m 가 된다고 하니, 정말 바다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곳이었다. 여름에는 수상가옥이 떠있고 배로 이동하거나 카누, 카약 등의 워터 스포츠도 즐긴다고 한다. 겨울에는 물 위에 떠 있던 수상가옥은 빙상 가옥으로 변하며 배 대신 스노 모빌과 개썰매가 다닌다고 하니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한 곳이었다.


  오로라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40시간을 걸려 도착한 옐로 나이프, 나사 NASA에서 인정한 최고의 오로라 관측장소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보통 오로라를 "북쪽의 빛" 이란 뜻으로 Northern lights라고 부르며 늦은 8월부터 4월까지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 이틀이 되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오로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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